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종이 신문 읽는 사람? 대학원 특강 시간에 물어봤다. 30여 명 중에 여섯 명이 손을 들었다. 그것도 직접 구독은 제로. 부모님이 읽는 걸 훔쳐보든지 도서관 신문철을 들쳐보는 수준이었다. 이런 시대, 이런 환경에서 신문 편집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의 귀재가 아니라 편집의 귀재였다”고 미국 작가는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기존의 제품을 개량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에 있다”는 그의 의견에 나는 동의한다. 종이 신문 편집의 기능과 힘은 약화됐다. 하지만 뉴스와 정보를 모으고 편집하는 일과 조직의 힘은 더 강화됐다. 편집의 위기는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의 위기이지 편집자의 위기는 아닌 것이다.    
아홉 작품을 뽑아놓고 심사위원들끼리 대상(大賞) 맞히기 내기를 했다. 위원 4명의 입맛이 모두 다르다. 편집기자들의 투표 결과와도 상충된다. 그만큼 대상과 우수상의 간극은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상을 받은 동아일보 김남준 기자의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는 특별하다. 남다른 기획과 편집으로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제목과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최우수상을 받은 조선일보 서반석 기자의 <“회사 갔다올게” 집을 나선 아빠는 이 줄에 섰다>는 사진을 잘 활용했다. 제목과 사진을 믹서기에 집어넣어 맛깔나게 섞어놓은 느낌이다. 또 하나의 최우수상인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의 <빛은 돌아왔지만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레이아웃과 제목이 딱 매칭이 되는 작품이다. 물리적인 빛의 회복과 정치·경제·사회적 빛의 상실을 사진과 명암의 조절을 통해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 냈다. 
아주경제 최주흥 기자의 <米묘하네>는 메인 제목 뿐 아니라 어깨 제목도 재미있다. 제목 전체의 흐름이 가을 시냇물처럼 미묘(美妙)하다. 중앙일보 임윤규 기자의 <내 삶이 멈췄다, 초연결사회>는 ‘내 삶이 멈췄다’에서 독자들의 눈을 확 잡아끌었다. 제목은 일반화시키면 재미도 없고 충격도 없다. 개개인의 촉수를 건드려야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경향신문 유미정 기자의 <상대가 싫다는데도… ‘열 번 찍으면’ 범죄다>는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격언을 살짝 패러디해 상식의 반전을 꾀했다. 재미있다. 매일신문 박진규 기자의 <평양이 열린다, 평화도 열릴까>는 1면답게 크게 놀았다. 평양과 평화, 열린다와 열릴까, 대구를 사용해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경인일보 박준영 차장의 <12월… 너의 목소리가 틀려>는 다소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다. ‘틀려’라는 표현이 문법적으로는 틀렸다는 것이다. ‘달라’가 맞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에 넣은 것은 이 문장에서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패러디한 것이므로 ‘달라’라고 하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권오진 차장의 <미세먼지 사상 최악… ‘숨쉬는 공포’가 덮쳤다>는 종합1면답게 강한 제목을 통해 사회 문제를 부각시킨 작품이었다. 미세먼지보다 더한 것들이 숨을 멈추게 하는 세상이다. 편집기자들이 세상을 잘 편집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편집은 창조니까.  


금교돈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