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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이 땅의 모든 평범한 가장들을 위하여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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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0-30 16: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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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4

    “회사 갔다 올게”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이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 말 뒤에는 수 많은 괄호들이 생략되어 있다. 이를테면 (뭐야, 아직도 목요일이야?) 라든가 혹은 (딱 하루만 좀 쉬면 좋겠는데……) 같은 푸념 말이다. 특히나 공휴일이면 유치원을 안가는 여섯 살배기 딸아이는 여지없이 나에게 묻는다. “아빠는 나보다 회사가 더 좋아? 왜 나랑 안 놀고 회사 가?” 그 말을 듣고 집을 나설 때면 편집기자로 지낸 지 십 수년이 흘렀는데도 (나도 남들처럼 빨간 날에 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 여전히 발길이 무거워 진다. 
    그날도 발길은 무거웠다. 출근길에 확인한 지면 기사계획에서 ‘고용통계 속보’ 여섯 글자가 보이자 한숨부터 나왔다. 이번 정부 들어 계속되는 고용악화. 매달 통계가 나올 때마다 쇼크, 참사, 재난…… 지면의 단어는 점점 강도를 더해갔다. (어쩌지 왜 또 고용 기사야, 이젠 더 쓸 말도 없는데……) 내 마음을 채우던 푸념이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데는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업수당이라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 혹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의 숨기고픈 이야기가 속속 기사 창에 올라 올 때마다 그저 그럴싸한 단어가 어디 없을까 머리를 굴리던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편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얘기 해주던 선배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때렸다.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해 잊고 지내던 말. 볼펜을 던지고 기사를 프린트해 뒤뜰로 나갔다. 그제서야 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깜냥도 모르고 덜컥 편집을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 비범한 선배들의 지면을 보면서 숱한 날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재능을 자책하며 강판 버튼을 눌렀다. 평범한 녀석이 비범한 선배들을 흉내 내고 쫓아가려니 가랑이가 찢어진다. 마음도 찢어진다. 그런 날이면 귀신 같이 알고 한밤에 나타나 20도짜리 알코올로 상처를 소독해주는 선배들이 있다. 밤새 자책과 고민을 한 컵에 말아 마시고 해가 뜨면 고통의 필름이 끊긴 채로 출근 버스를 탄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타고난 성격이 모자란 탓에 마음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선배들이 있어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그리고 당신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과분한 상까지 받게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힘든 내색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 땅의 모든 아빠,엄마를 응원한다. 그리고 일터를 잃은 가장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 갔다 올게”라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다시 주어지기를 소망한다. 내일도 나는 ”회사 갔다 올게”하고 집을 나설 것이다. 이젠 푸념 대신 감사의 마음으로…… (내일이 금요일이라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최우수/ 조선일보 서반석 기자 / 소상소감


    종이신문 다시 ‘빛’나게 할 방법은 뭘까

    최우수/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 / 소상소감

    감사합니다. 너무 큰 상이라 정말 ‘가짜 뉴스’인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편집이 잘 풀리지 않으면 지금도 선배들을 찾습니다. 함께 고민해주고, 다독여주고, 충고해주는 선배들 덕분에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땐 마냥 기뻤고, 소식을 선배들에 전했을 땐 저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저는 이번 수상으로 인해 크게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뉴스 보도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두어 달 전 여행에서 시작됐습니다. 우연찮게 베네수엘라 사람을 만났고, 그 덕에 잊고 있던 제 지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에야 비로소 뉴스를 다시 검색해 보니 베네수엘라 대규모 정전이 또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제목처럼 ‘빛은 돌아왔지만 어둠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던 겁니다.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실제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대 뉴스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이 들러붙어 떠들썩하게 보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쉽게 잊습니다. 삼일절, 광복절, 세월호 참사 등 지나간 많은 뉴스를 기획이라는 이름으로만 끄집어냅니다. 저 역시 베네수엘라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대정전 이후 사태에 대해 잊고 있었을 겁니다. 앞으로 ‘뉴스’를 만드는 틀에 갇혀서 지나간 뉴스를 형식적으로 소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늘의 사건 사고, 지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내일이 바뀝니다. 오늘만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내일도 바라보는 편집기자가 되겠습니다.
    또 하나는 종이신문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차례 기사를 갈아 끼우고, 제목을 바꾸고, 레이아웃을 바꾸고... 매일 이렇게 고단한 수고를 지면에 담는데, 이 지면을 몇 명의 독자가 봤을까. 온라인 독자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과연 제 레이아웃과 제목이 온라인 독자에게 얼마나 전달될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선배한테 “우리 고생이 담긴 지면이 버려지는 것 같아서 아까워요. 온라인 독자를 신문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카톡을 보내니 명쾌한 답변이 날아왔습니다. “그걸 알면 내가 뉴욕타임스 인수했지ㅋ”. 지면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 어쩌면 자연스러운 세계 흐름일지 모릅니다. 편집이란 건 지면에 특화된 거라 지면의 예술성을 온라인에서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면만의 특성을 살려 편집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지면을 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말씀 드려요.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가 오늘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을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편집인생에 또 다른 포인트를 찍다

    우수상/ 경인일보 박준영 차장 / 소상소감

    모처럼의 주말, 오전부터 전화기가 울렸다. 왠지 불안감부터 드는 이 직업병… ‘회사인가? 판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접어두고 들여다본 화면엔 승진 명단과 축하한다는 선배들의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도감과 쑥스러움 그리고 고마운 마음까지 교차하며 여기저기에 감사 인사를 답신하고 있는데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내 작품이 포함된 한국편집상 후보 명단이었다.
    영문 모를 희소식은 주말 내내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회사에 출근을 하고 직접 후보 리스트를 확인하고서도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러고선 대망의 10월 21일 결혼기념일,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던 날, 편집 인생에도 또 다른 포인트를 찍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연초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아내가 병원을 들락날락하다가 수술까지 했고, 오랜 투병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도 하늘로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도 뭔가 꼬여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찾아온 소식이 말 그대로 황송할 따름이다.
    좋은 일이 잇따라 생기면서 어느새 9년째 접어든 편집인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한없이 고맙기도 하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날들이 있다. 특별한 고민도 하지 않고 툭툭 던진 것들이 생각보다 좋을때 말이다. 내 기억에 ‘12월, 너의 목소리가 틀려’를 만든 날도 그런 날이었다.
    목소리가 달라진다는 증상에 꽂히고, 드라마 제목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유사한 제목이 떠오르면서 ‘오늘은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크에 마스크를 조합하는 그래픽을 부탁해놓고 ‘쉽게 풀린다’는 생각이 스쳐가는 찰나, 부장님의 어드바이스가 들어왔다. 단순한 그림으로만 가지 말고, 쉽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조합해보라고… 기사를 다시 뒤져 월별 후두염 환자 수치를 찾고, 급작스런 요청에도 취재기자는 흔쾌히 보내주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리얼한 표정의 그래픽까지 더해지자 생각보다 매일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일하던 날보다 만족스러운 판을 만들 수 있었다.
    언제나 후배 도와주고 챙기느라 고생하시는 선배들과 후배들, 낙서와 다름없는 그림을 예술처럼 바꿔내는 그래픽 선배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못난 신랑 옆에서 묵묵히 있어준 아내, 오빠 대신 집안일 챙기느라 바쁜 동생, 오랫동안 고생하신 어머니, 이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도 감사하다.


    한가지 일 9년이나 했으면 천직이지

    우수상/ 경향신문 유미정 기자 / 소상소감

    “선배, 선배 지면 한국편집상 올라갔어요” 옆자리 후배가 말했다,
    “응, 그래?” 무심한 듯 시크하게 대답했는데 사실 속은 달랐다.
    ‘뭔데? 뭔데? 내꺼 뭐? 뭐 올라갔는데? 올라가면 상 다 주는 거야?’ 호들갑스럽게 묻고 싶었지만 최대한 관심 없는 ‘척’ 넘기려 애썼다. 혹시 김칫국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올해 지면인지 작년 지면이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한 내 지면을 한 번 더 봐야겠다 생각했다.
    ‘아, 이 지면~’ 하루에 한판(요즘엔 자주 두 판) 매일 밥 먹듯 양치하듯 숨 쉬듯 짜다보니 ‘어제 점심을 뭐 먹었더라?’하고 기억이 바로 안 나는 그것처럼 이 지면도 그랬다.
    그렇다 해서 이 지면을 막, 대충, 발로 짠 건 아니었다. 지면을 보니 생각이 났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 속담에서 가져온 제목을 달며 열 번 찍으면 ‘아프다’ ‘범죄다’ ‘넘어 올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  등등 쓰고 지우기를 반복 했다.
    편집을 하다 보면 늘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어디로 ‘가르마’를 탈까, 어떤 사진을 쓸까, 이 단어가 좋을까 저 단어가 좋을까, 이 일을 막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순간에 놓이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틀릴까봐 무섭다’라는 생각을 했다.
    신문편집이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온 몇 년 전 점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이 일을 7년 했는데 잘 맞는지 모르겠다” 묻는 내게 점쟁이 ‘이모님’은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7년이나 했으면 천직이지.”
    아! 그랬다. 돌이켜보니 평생 학교 다니는 것 말고는 한 가지 일을 몇 년이나 한 건 이 일뿐이었다. 점쟁이 이모님 말을 모두 곧이곧대로 듣진 않았지만 그 다음부턴 어떤 운명론(?)을 믿으며 ‘꽤 맞는 일’이라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꽤 맞는’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9년이 됐다. 곧 10년이다. 요즘은 점점 열악해지는 편집 환경에 ‘존버’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 버티다시피, 혹은 쫓기듯 일하는 편집부 선후배들을 본다. 모두가 함께 힘겨운 이 시기에 수상 소식이 들렸다. 본인이 수상한 것처럼 축하해주고 기뻐해 준 편집부 식구들이 곁에 있다. 감사한 일이다. 수상의 영광은 내게 왔지만 선후배들의 배려와 격려로 만들어진 상이다. 이 기쁨을 우리 편집부와 함께하고 나누고 싶다. 이번만큼은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싶다. “정말, 너무, 억수로, 많이, 감사합니다!”


    평양은 열렸지만 평화는 언제쯤…

    우수상/ 매일신문 박진규 기자 / 소상소감

    혹시 담배 태우시나요? 저는 작년 12월에 끊었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웠으니 23년 쯤 된 것 같습니다. 하루에 평균 10개비를 태웠다고 가정해도 버린 담배꽁초만 8만3천 개비 정도네요.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냐고요?
    ‘제25회 한국편집상’에 선정된 ‘평양이 열린다, 평화도 열릴까’라는 제목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또 신문편집을 하면서 수많은 고민들과 함께 태워버린 담배꽁초들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작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배의 휴가 덕에 우연히 대타로 작업하게 된 1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신 담배를 태웠습니다. 뭐 좋은 제목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스트레이트 제목 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가장 무난한 게 정답이다’라고 저 혼자 위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담배라는 친구의 특징은 끊임없이 고민하게하고 고뇌하게하며 최종 목적지까지 인도한 후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것이죠. 그날도 그랬습니다. 밤공기 마시며 태운 담배에게서 ‘평화’라는 단어를 얻은 것이죠.
    평양과 평화, 스트레이트 제목을 벗어난 뭔가 착 붙는 느낌의 만족스러운 제목이 나왔습니다. 후일담이지만 맨 마지막 ‘열릴까’라는 수식어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남북 관계를 보면 의문형으로 달았던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땐 기대에 찬 ‘열릴까’ 였지만 지금은 언제쯤 ‘열릴까’라는 의미가 됐으니까요. 나름의 미래를 바라 본 것일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그 덕에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되어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편집상이 발표가 난 후 편집부장이 한마디 합니다. “평양으로 상 받았으니까 해외 시찰은 평양으로 가야되는 것 아니가?”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평화도 열리겠죠? 그 땐 정말 평양이 열려서 한국편집상 특전으로 평양을 한 번 가봤으면 좋겠네요. 진짜배기 평양냉면 맛도 느껴보고 싶고요.
    감사할 분들이 많습니다. 언제나 제 편집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조언해주는 우리 매일신문사 모든 구성원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자주 만나지는 못 하지만 늘 격려해주는 대구신문 출신 편집기자모임 선후배님들 고맙습니다. 또 2009년 부산에서, 2010년 수원에서 만난 편집블로거 선후배님들 그 때 얻은 편집 열정 늘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우리 가족, 박미경, 박서현, 박예빈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나 잘하고 있나? 가끔 자문을 한다

    우수상/ 문화일보 권오진 차장 / 소상소감

    숨 막히는 압박 속에 육중한 하루가 또 시작된다.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명감, 촉박한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전날 마신 술이 덜 깨 묵직한 머리, 하루를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겹쳐 출근길은 언제나 무겁다. 거기에 오늘은 숨 막히는 최악의 미세먼지까지 덮쳤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의 공습이지만 오늘따라 더 숨쉬기 힘든 새벽 공기를 뚫고 출근길에 오른다
    타임 테이블에 따라 편집회의를 하고 레이아웃을 그리고 사진을 고른다.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확실한 팩트의 1면 톱기사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사진이 결정됐다. 이제 제목만이 남았다. 최악의 미세먼지 속으로 들어가 담배 한대를 문다. ‘최악의 미세먼지’, ‘미세먼지 재난’, ‘미세먼지 지옥’, ‘공포의 미세먼지’, ‘숨 막히는 미세먼지’, ‘숨 막히는 공포’,… 한참을 되뇐다. 담배가 타들어 갈수록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공포감이 다가온다.
    "‘숨 쉬는 공포’ 그래 이거야… " 숨 쉬는 것조차 공포가 되어버려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공포… 그렇게 일상의 공포를 담은 무거운 제목이 탄생했다.
    ‘숨 쉬는 공포’ 속에 육중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편집에 정답은 없다지만 분명 어딘가에 해답은 있지 않을까. 20년차 편집기자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끔 ‘잘 하고 있어?… 정답은 찾았어?’라고 자문을 한다. 이미 마음속으로 자신만의 정답을 정해 놓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해답을 구하기 위해 묻고 또 묻는 사람이 있다. 항상 후자의 겸손함을 좇아야 하지만 가끔 자만심에 빠져 전자의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한국편집상이 내게 주어진 것은 ‘그 정도면 잘 하고 있어!…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아!’라고 자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일 게다.
    이달의 편집상이나 한국편집상 수상이 편집을 하는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열정이 넘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나 또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올 초부터 이달의 편집상 추천 TF를 구성했다. 10개월 만에 성과가 나와서 기쁘긴 하지만 후배들이 아닌 내가 상을 타 겸연쩍기도 하다. 그동안 매달 발표날 마다 마음 조리며 TF를 함께 해준 동현이와 소원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항상 부족한 지면에 힘을 실어주는 손정배 선배와 한형민 선배에게도 감사드린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어렵다

    우수상/ 아주경제 최주흥 기자 / 소상소감

    “운이 좋았습니다. 모두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상 받았을 때의 단골 멘트, 부끄럽지만 예의상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을 타고 보니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으니 그런 거구나….
    숨은 고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그분들은 매일 멋진 작품을 쏟아냅니다. 사람마다 좋은 편집의 기준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100개의 좋은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편집기자의 지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행운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사실 ‘米묘하네’는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기적 같은 아이입니다. 그날따라 인사이터즈면에 15매 분량의 칼럼 한 개만 들어왔고, 시각물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칼럼이 통찰력 있는 명문이라 유난히 이해가 잘됐다는 데 위안을 삼았습니다. 필자가 머리를 쥐어짜며 쓴 글이니 만큼, 편집도 잘해야겠다는 열정이 솟구쳤습니다. 편집은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어렵다는 말이 있죠.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여백을 만들고, 뭔가 나올 것 같은 희미한 희망을 부여잡으며 ‘米묘하네’란 제목을 짜냈습니다.
    인사이터즈를 총괄하시는 이상국 논설실장에게 들고 가니 “이거 텅텅 빈 거 보소.”라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약 30분 뒤, 찌그러진 냄비가 새 냄비로 쫙 펴져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얼떨떨합니다. 제목과 레이아웃이 왕왕 바뀌어서 돌아오는 게 일상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대감이 커진 만큼 더 좋은 지면, 통찰력 있는 지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앞섭니다. 어떤 면을 보완해야 신문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팩트는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지.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겠죠.
    한국편집상 수상 후 제 일상은 많이 바뀌기도, 바뀌지 않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웃음이 많아졌고, 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건 큰 변화입니다. 그러나 졸작과 무리수를 내놓아서 빨간펜이 죽죽 그어지는 일 만큼은 그대로입니다. 데스크의 한숨은 덤이고요. 그만큼 선후배님들께 배울 것이 넘쳐납니다.
    인사이터즈는 아주경제의 오피니언으로, 이상국 논설실장의 지휘 아래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등 각 분야의 논설위원과 외부필자들이 꾸려가고 있습니다. 볼만한 글도, 편집도 이어지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잘 뛰겠습니다.


    제목 안 나올 땐 1인칭으로 읽는다

    우수상/ 중앙일보 임윤규 차장 / 소상소감

    감사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함께 머리 쥐어짜며 좀 더 알찬 지면을 만들기 위해 열일하는 중앙일보 편집부 선후배 여러분 덕분에 이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합니다. 저희 부원 누구나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제가 운 좋게 대신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토요일. 같은 동네 사는 편집부 선배 부부와 저희 부부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 끝자락 은평뉴타운. 한 달 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지라 “그간 감사했습니다”라는 마음을 선배 부부께 전하기 위한 조촐한 식사 대접 자리였습니다. 그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에 화재가 났다는 걸 알았지만 “나랑 무슨 상관”이라며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아구찜을 먹고 계산하려하니 사장님이 “카드단말기 먹통됐어요. KT가 불나서 그렇다네요. 현금 없으시면 나중에 이 계좌로 입금해주세요”하는 거 아니겠어요. 집에 돌아와서 입금했습니다. 이후 뉴스를 보니 난리였습니다. 전화 중단, 진료 중단, 대형마트 결제 중단, 경찰서 민원 처리망 중단, 대리·택배기사 생업 타격 등 네트워크와 관련된 우리 일상 곳곳이 끊어졌습니다. 다음날 출근. 1면 톱이 KT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정해졌습니다. 직접 피해를 경험했던 터라 감정이입을 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제목이 ‘내 삶이 끊겼다, 초연결사회 공포’였습니다. 초판과 2판까지는 이렇게 나갔습니다. 그런데 조주환 국장이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멈췄다가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라고 말씀하셨고, 이혁찬 에디터, 장동환 데스크 또한 “멈췄다가 더 낫다”판단하여 3판에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두 자를 고쳤을 뿐인데 과했던 제목이 제 몫하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제목을 달 때 떠올린 사람이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입니다. 그는 “시를 쓸 때 지게꾼을 묘사하지 말고, 지게꾼이 되어 쓰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제목이 안 나올 땐 기사를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하면 제목이 좀 더 생기가 돌았습니다.
    KT화재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도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우리를 연결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 네트워크. 온라인 네크워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아구찜 사장님 같은 오프라인 믿음 네트워크라는 것도요. 만약 아구찜 사장님이 이 양반이 돈을 입금해 줄 거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제 집사람은 잠시 인질로 잡혀 있었을 겁니다. 제가 먹통 안 된 현금인출기를 찾아 헤매다 돈을 찾아온 뒤에야 집사람을 구할 수 있었겠지요. 앞으로 마음·믿음 네트워크가 짱짱한 편집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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