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오늘 제가 말할 내용은 기술발전에 따라 저널리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특히 저널리즘 미디어가 최근 블록체인과 맞물려 어떤 변화의 과정이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관에 가면 1층에 ‘기술의 발전은 책도 변화시켰다’라는 배너가 붙어있다. ‘책도 변화시켰다’는 건 다른 무엇도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다른 무엇이 뭔가.
20세기 유명 사진작가 앙리 카르띠에 브레쏭은 “라이카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라는 말을 했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스마트폰은 내 뇌의 연장”이라는 말도 했다. 이 얘기들은 즉 “모든 미디어들은 인간 감각기관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들은 인간의 감각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정의했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말의 함의는 미디어에 의해 메시지가 전달되면 수용자의 인식과 사고를 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이용한 사유방식과 매스미디어를 통한 사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문매체에 종사하는 편집기자들은 이제까지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 불편한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문을 봤다. 요즘은 다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같은 듯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풍경이다. 미디어의 형태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변하고, 오늘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신문‧TV를 통해 이뤄지는 것과 다르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가 뭔가? 바로 배터리 방전이다. 스마트폰 없이 정보와 사람 사이의 연결이 단절된다는 공포가 가장 무섭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 안 통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는 매스미디어 시대에 살던 사람들과는 아예 다른 신인류다. 두세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완전 새로운 인종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들의 사유방식과 콘텐츠 소비 방식도 매스미디어 시대 사람들과 완전히 다르다.
농경사회→산업사회→지식사회→정보사회로 사회는 변해왔다. 정보화 사회는 이때까지 아날로그로 돼있던 모든 콘텐츠들을 디지털로 정보화하는 시대다. 그리고 모든 정보가 더 이상 아날로그로 머물지 않고 디지털로 생산되는 시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사회다. 이렇게 지식화 된 정보를 소비하는 미디어가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인종이 ‘포노 사피엔스’인 것이다. 유모차에서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는 세대,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과연 대응할 수 있을까?
유튜브에 60초 동안 올라오는 비주얼의 양이 400시간 분량이다. 1시간이면 2만4000시간, 하루면 48만 시간 이상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매일 올라온다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 총량이 이제껏 TV가 생산한 모든 동영상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정보와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그 모든 정보와 데이터들을 소비하는 건 스마트폰이다. 그 폰을 통해서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포노 사피엔스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뉴스 저널리즘은 변해갈 수밖에 없다.
최근 IBM 데이터를 보면 한사람이 평생 0.4TB의 임상 데이터를 생산하고 6TB의 유전체 데이터, 일생동안 1100TB의 라이프 스타일의 데이터를 생산한다고 한다. 1인당 1100TB, 70억 인구가 발생시키는 데이터량은 더 이상 산술적으로 추산이 불가능하다. 2020년까지 생산될 데이터량이 40ZB(제타 바이트), 이 정도면 전 세계 해변에 있는 모래알보다 57배가 많다고 한다. 즉  셀 수 없을 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속에서 뉴스를 어떻게 생산하고 전달할 것인가, 전통 매스미디어의 틀 속에서 가능할 것인가. 바로 여러분들의 고민이다.
여기 있는 기자들은 종이신문 보나. 신문 만드는 분들도 스마트폰만 보지 않나. 모바일 스마트폰을 통해서 콘텐츠가 소비‧생산되는 시대에 포노 사피엔스들,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짧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20대가 선호하는 동영상 길이는 43초. 텍스트는 30줄. 그림·일러스트는 17장 정도다.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콘텐츠를 대부분 소비한다.


동영상 43초,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선호
그래서 유튜브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크리에이터 1명의 구독자 수가 6700만명. 한국 인구보다 많다. 한국도 대도서관처럼 게임 중계하는 콘텐츠만 가지고 버는 돈이 월 억대라고 한다.
지난 17일 유튜브 서버가 한 때 죽어서 난리난 적이 있었다. 10~40대까지 반응이 달랐다. 10대는 많이 본 뉴스 1~5위까지 다 유튜브 관련이다. 20대는 1위와 5위가 유튜브 관련. 30대 이상은 아예 관심없다. 초등학생서부터 대부분 10대는 애초에 검색의 시작이 유튜브라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이 상대해야 할 뉴스 소비자는 바로 자라나는 이 세대다. 유튜브 밖에 안보는 친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매스미디어들의 현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있었다. 뉴스위크 2012년 12월 폐간.
종이신문을 더 이상 안 본다. NYT 혁신보고서가 바이블처럼 거의 모든 뉴스페이퍼 매체들이 엄청나게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종이신문 이용시간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소셜미디어만 늘고 있다. 日暮途遠(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레거시 미디어가 처한 현실도 딱 이렇다. 날은 저물어서 갈 길 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어떤 방향을 모색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뉴스페이퍼들은 변신을 고민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더 스토리라는 게 있다. 이건 유튜브에 만든 채널인데 전혀 조선일보스럽지 않다. 덕후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인기가 있다. 헤럴드경제는 ‘인스파이어’라고 페이스북에 채널을 운영하는데 기존 텍스트 기반의 뉴스 전달매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미디어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PRAN’이라는 동영상 기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이 대거 소셜미디어에 채널을 개설해서 기존의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데 그게 얼마만큼 효과나 성공적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뉴스를 잘 팔고 싶다면 사고 싶게 해야 한다. 듣고 싶게 하고 싶다면 듣고 싶은 사람이 돼라는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이 소비하는 패턴에 맞게끔, 선호하는 것에 맞게끔 적응하는 수밖엔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포노 사피엔스를 대상으로 뉴스를 공급해야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포맷과 내용과 정보제공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자기부정하는 ‘파괴적 혁신’ 필요
혁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버드의 크리스텐센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혁신에는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결론은 존속적 혁신을 시도해서 성공사례는 없다.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부정 위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수많은 변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존의 영역을 좀더 개선해서 다른 형태로 발전시켜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무의미하진 않지만,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모든 프레임을 해체하고 접근을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 패러다임은 어떤 형태든지 그것을 깨는 새로운 충격들이 들어오고 기존 패러다임들을 대체하면서 새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다. 파괴적 혁신이 아니면 답이 없다는 게 혁신론의 결론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태울 것들은 빨리 태워야 돼. 축축해지면 불도 안 붙는다”. 이미 매스미디어는 더 이상 사실은 오늘날 그 틀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가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기파괴를 통해서 다음 단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결국은 데이터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다. 데이터로 접근하는 순간 컴퓨터로 맘대로 조작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제 그 출발점 위에서 사고를 해야 한다.
한국 대부분의 뉴스페이퍼들은 광고 수입 기반이다. 광고료가 구독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은 많은 변경이 필요하다. 기존 광고의존성이 높았던 데서 부가서비스나 저작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된다.
더불어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구독자와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블래터(Blatter)라는 서비스는 블로거 중심의 큐레이션에서 블록체인 중심으로 옮기면서 콘텐츠 생산자들이 매개자 없이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 에디터들이 필터링을 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독자들은 암호화폐를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젠(Xenmedia) 서비스도 있는데 각종 미디어들을 엮어서 이걸 보면 코인을 지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코인이 상장이 되면 독자들이 많이 소비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건 아니다. ‘CIVIL’이라는 미디어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ICO를 했다가 실패를 했다.
미디어가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옮겨왔을 때도 기존 미디어의 탐사부문 보도는 여전히 유효할 거다. 기존 매스미디어들이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고급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다. 한국의 유수한 언론매체들이 존재 이유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존재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매스미디어가 해체되면서 개인들이 콘텐츠 생산의 핵심이 될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매스미디어에서 데이터 중심의 개별화된 미디어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 속에서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박춘원 위즈메타 CEO 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