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창립 55주년을 맞아 9월 20일 KT 대전인재개발원에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국 회원 100여명이 참석해 ‘뉴스 편집, 퀄리티 저널리즘’을 주제로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눴다.

 

 9월 20일 대전서 창립기념 세미나
‘퀄리티 저널리즘’ 3개 세션 강연
 전국 회원 100여명 참가 열기 더해
 박재영 교수 “인용구 제목 줄이자”
 조남각 부장 “편집기자 +α 모색을”


“신문사 고유의 DNA를 살리려면 제대로 된 매뉴얼부터 만들어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뉴미디어. 한데 너무나 막연하다. 어느 날 화두처럼 던져진 ‘뉴미디어’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들에 피로감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모바일, 유튜브 영상, VR(가상현실)…. 변화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데, 막상 그것이 무엇이라고 정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뉴미디어 열풍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편집기자들은 본연의 위치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오히려 종이신문의 위기를 더 재촉하지는 않을까.
한국편집기자협회(협회장 김선호)는 지난 9월 20일 KT 대전인재개발원에서 ‘뉴스편집, 퀄리티 저널리즘의 길’을 주제로 창립 55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편집기자의 기본으로 돌아가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모색하자는 것이 취지다. 협회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자들은 종이신문의 위기 속에서 편집기자들이 혁신을 통해 좋은 지면을 만들고 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을 당부했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첫 강연자로 나섰다. 박 교수는 ‘편집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한국 신문과 외국 신문 제목의 차이와 모자이크(쪼개기) 편집의 폐해, 모바일 페이지 디자인 등을 소개하며 한국 신문 편집이 개선해야 할 길을 제안했다. 특히 제목에 직접 인용구가 있는 기사 비율은 뉴욕타임스(2.8%), 더 타임스(0%), 아사히신문(13.9%)에 비해 국내 10개 종합일간지 평균(59.1%)이 훨씬 높은 것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기사 본문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인 인용구는 검증된 내용이 아니며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불과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한국 신문 기사의 작성 방식에 따라 편집기자들이 제목으로 뽑아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제목 뽑는 방식도 살펴봤다. 기사 하나를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고 제목을 써보라고 했다. 그 기사는 크리스마스 시즌 반려동물을 선물받고 며칠이 지나면 대부분이 거리에 버려진다는 내용. 인디펜던트의 제목을 보는 순간 참석자들은 갸우뚱했다, 그 제목은 ‘신기함이 사라질 때’.
박 교수는 “외국 신문의 경우 암시적이고 오리무중인 제목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며 제목에 ‘정보’만을 담는 한국 신문은 규칙적이고 통상적인 틀을 깰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 강연자 이철민 한국경제신문 차장은 편집기자들에게 좀 더 실무적인 이론을 들고 나왔다. 주제는 ‘보수지와 진보지의 사진 쓰기가 다른 이유’. 같은 뉴스가 신문사의 관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사례들을 다뤘다.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이 사망했을 때 상반신 사진을 3단으로 크게 처리한 조선일보와 사이드 기사에 작은 얼굴 사진만 쓴 한겨레를 비교해 ‘신자유주의자’에 대한 보수 신문과 진보 신문의 스탠스를 보여줬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다룬 지면들을 통해 사진 선택에 따라 보수진영 신문들은 ‘트럼프의 기선 제압’, 진보진영은 두 정상의 ‘대등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 낸 차이점을 분석했다.
이 차장은 “보수 신문과 진보 신문의 사진 쓰기가 다른 것은 어느 한쪽이 옮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과 해석에 따른 문제”라며 “일본의 마츠오카 세이고의 말처럼 ‘정보의 생김새’는 편집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을 어떻게 쓰고 제목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뉴스는 재창조 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조남각 머니투데이 부장의 ‘편집기자의 +α를 찾아서’는 편집기자들의 외연 확장에 도움 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조부장은 한국편집기자의 새로운 영역으로 ‘미디어 교육’’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실무 위주의 강의는 많아도 무엇을 강의할 것인가 하는 콘텐츠에 대한 교육은 드물다. 그 속에서 조 부장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에 주목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게이트키핑과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은 중요하다.
조 부장은 “가짜 뉴스를 확인할 수 있는 비판적으로 헤드라인 보기, 자료출처 확인하기, 논거 확인 등은 편집기자들의 일상적인 업무에 속한다”며 편집기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α’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안했다.
김선호 협회장은 “지금까지 협회에서 뉴미디어 바람에 발맞춰 협회보 콘텐츠를 만들고 세미나 교육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들어 편집기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좋은 제목을 만들고 좋은 지면을 만드는 데 소홀히 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에서 창립 55주년을 맞아 배움의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