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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신기함이 사라질 때’ ‘부자들이 길을 나선다’… 이런 제목 어떨까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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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0-01 10: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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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

    1세션 / 박재영 고려대 교수


    정보 나열하는 형태의 제목 효과 의문
    궁금증 유발 서양식이 되레 눈길 잡아
    여러개의 기사·제목 독자 시선만 분산
    1개 지면에 1개 기사 또는 1장의 사진
    파격적 편집 실험 지속돼야 역할 커져


    ‘신기함이 사라질 때(When the novelty wears off)’.
    한 미국 언론의 기사에 달린 제목이다. 이 제목을 읽고 기사의 내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기사로 눈길이 향한다.
    ‘신기함이 사라질 때’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크리스마스 시즌 많은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선물로 받는다. 하지만 처음에 가졌던 반려동물에 대한 신기함은 하루 이틀이면 사라지고, 그 신기함이 사라지고 나면 동물들은 결국 버려진다. 기사는 신기함이 사라진 후 버려지는 반려동물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 결국 기사를 모두 다 읽고 난후에야 제목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신문편집에 있어서 제목 형태의 정답은 없다. 이러한 제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식의 제목 뽑기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韓・美・日 편집의 차이는 관행·문화 때문인가
    한국과 외국신문의 편집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한국의 조선일보의 편집 형태만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하루에 평균적으로 몇 개의 기사를 싣는지 살펴보면 뉴욕타임스가 219개, 조간, 석간을 동시에 발행하는 요미우리가 230개, 하루 60면 발행체제를 전제로 볼 때 조선일보는 154개이다. 전면광고를 제외한 기사가 실리는 면의 평균 기사 수는 뉴욕타임스가 3개, 요미우리신문이 5개, 조선일보가 4개이다. 길이가 짧은 일본기사의 특성상 요미우리가 조금 더 많은 기사를 게재한다. 1면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평균 3건의 기사가 실린다. 평균 기사량을 원고지로 환산하면 뉴욕타임스 8매, 요미우리 3.6매, 조선일보 4.5매이다. 한국신문에 실리는 기사의 평균 기사량은 4.5매 정도이다.
    기사당 붙는 관련 사진의 수도 차이를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0.56개로 기사 2개당 1개가 붙는 셈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요미우리가 조금 적고 우리가 조금 많은 편이다. 우리가 조금 더 사진을 많이 쓴다고 보면 된다. 사진 외에 인포그래픽 등 시각물을 포함하면 한국 신문이 크게 앞선다. 기사당 제목은 주제목, 부제목, 어깨제목 등을 다 포함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기사당 제목 2개 이하, 조선일보는 2.5개이다. 우리나라 신문이 제목을 많이 다는 편이다. 제목, 본문, 사진을 포함하는 전체 기사 면적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을 보면 뉴욕타임스가 10%인데 반해 조선일보는 24%나 된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 신문들이 기사의 양에 비해 제목이 차지하는 공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제목을 사용해 기사의 강약을 나타내는 신문사의 관행이나 문화가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편집, 소비자를 향한 배려인가 강요인가
    편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국내·외 신문의 모바일 페이지 역시 편집형태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조선일보의 모바일 페이지를 비교하면 제호의 크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디언이 가장 크고 뉴욕타임스가 가장 작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으로 평가 받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제호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돼 작게 배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첫 페이지를 보면 타임스는 툴바에 아이템 3개 정도 보인다. 여기에 사진 한 장,  제목, 그리고 약간의 기사요약이 전부다. 가디언은 제호 다음에 헤드라인이라는 큼직한 글자와 함께 제목, 요약글, 사진 그리고 약간의 키워드가 배치된다. 조선일보는 4개 정도의 메뉴바를 시작으로 사진, 제목, 부제목 그리고 두 번째 기사 제목 사진, 그리고 세 번째 기사까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기사 제목 밑으로 연관기사까지 첨부돼 있다. 세 곳의 언론사를 비교했을 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타임스는 첫 페이지에 기사 한개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국내 모든 매체가 손바닥 만한 페이지에 기사를 3~4개 배치한다. 차이가 도대체 뭘까. ‘왜 뉴욕타임스는 우리처럼 편집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봐야 한다. 두 언론이 작동하고 있는 사회의 문화, 전통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기디언의 경우도 타임스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입장에서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가디언은 기사는 하나지만 뭔가 군더더기가 많은 느낌이다. 또 뉴욕타임스는 페이지를 스크롤할 경우 첫 페이지와 같은 형태의 기사들이 이어진다.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디지털 편집의 방식은 ‘비순차편집(Non-Linear Editing)’으로 신문처럼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환경이나 기술은 비순차적편집을 추구하면서도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은 여전히 ‘순차적편집’ 형태를 보인다. 기사의 중요도를 결정해주고 보라고 강요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첫 화면에 많은 기사를 노출하고 그 중에서 독자들이 선택하게끔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PC버전으로 접속하면 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이런 편집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오히려 많은 기사를 노출하는 것이 되레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한다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뉴욕타임스가 과학적인 조사 결과 없이 이런 방식을 고수할리 없기 때문이다. 한 페이지에 한 개의 기사만 노출시키는 뉴욕타임스의 방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조금 더 기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그들만의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단순 편집을 넘어 인터페이스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기다.


    “독자를 잡아라”… 레이아웃·제목 경쟁 치열
    작년 한국편집상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경향신문 1면 ‘역사를 바꾼 세기의 대화, 오늘 한반도 냉전 끝낼까’라는 작품을 보면 기존 편집의 틀을 깬 파격적인 형태가 눈길을 잡는다. 이 작품이 한국편집상 대상을 수상한 것은 보기 드문 형태의 편집이라는 점도 반영이 됐지만, 이런 형태의 편집이 던지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많은 양의 텍스트보다 강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형태의 편집은 우리 언론의 상황에서는 굉장히 예외적이지만, 영국의 신문 시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1면을 매일 이런 식으로 레이아웃을 달리해 제작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신문의 판매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신문은 배달체제다. 신문의 95%가 배달 형태로 판매된다. 반면에 영국 신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배달로 판매되는 양이 40% 밖에 안 된다. 나머지 60%가 가판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아침에 사람들이 출근할 때마다 가판대에 꽂혀 있는 신문 중에 하나를 고르는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가판대 싸움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그렇다 보니까 1면 레이아웃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우리처럼 매일 톱기사, 사이드 기사, 사진을 일정한 형태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인디펜던트 같은 신문들은 경쟁적으로 더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1면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면 전체를 사람 이름이나 썸네일 같은 사진으로 도배했던 경우도 있다. 또는 전체를 사진 한장으로 채운 적도 있다. 전체를 공백으로 놓고 귀퉁이에 글자 한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집적인 창의성이 개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 가지 유형의 외국기사 제목을 살펴보겠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번창하는 죽음의 수익성 작물」(The Guardian, 21 February 2002)
    아편과 관련된 제목이지만 아편이라는 단어 대신 ‘죽음의 수익성 작물’로 돌려서 표현했다. 제목에서 많은 정보를 주지 않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손가락이 수출 방아쇠를 당겼나?」(The Guardian, 21 February 2002)
     과거 영국 정부가 인도네시아나 모로코 같은 나라에 무기를 대량으로 판매했던 사실을 비판적으로 다뤘던 기사의 제목이다. 무기, 수출, 의회 승인 등 중요한 키워드 없이 작성된 제목으로 영화 제목을 연상시킨다. ‘수출’이라는 단어가 없었으면 기사의 핵심을 짚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엘파소 총기난사 희생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Los Angeles Times, 08 August 2019) 
     올해 8월에 있었던 엘파소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기사는 엘파소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상황 등을 담은 기사의 제목이다.
    위 세가지 제목의 공통점은 계속 독자를 유인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 기사와 국내 기사는 기사의 리드 부분부터 차이가 크다. 첫 문장이나 첫 문단에 기사의 핵심 정보, 키워드를 모두 담는 국내 기사와는 다르게 외국 기사들은 제목에서는 물론 기사 첫머리에서도 정보를 안준다. 다시 말해 기사의 정보를 늦춰 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정보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전달하는 데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독자들이 얼마나 신경 쓰고 집중해서 기사를 볼 것인가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편집의 힘은 ‘파격적 실험’에서 나온다
    앞서도 얘기 했지만 제목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정보 제공과 독자의 관심 유도라는 두 갈래 길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모든 기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모두 강조한다면 어느 것도 강조하지 않은 것과 다를바 없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뭔가 도드라지는 포인트가 있어야 집중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할 땐 독자들의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직설적인 제목은 여전히 좋은 제목이다. 앞서 말한 ‘누가 방아쇠를 당겼나’와 같은 암시적인 제목 역시 이런 형태의 제목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을 갖고 있다. 또 오리무중 제목은 오늘날과 같이 뉴스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꼭 필요한 제목이다.
    뉴스가 범람하는 오늘날 독자들로 하여금 기사를 읽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기사를 읽는 순간부터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전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전략에서 보면 해외 유력 언론들의 편집 형태가 중요한 갈림길에서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답답한 현실을 딛고 다른 신문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독자가 예상할 수 없는 지면, 즉 파격적인 실험이지속돼야 한다.


    세미나 후기

    아무도 예상 못할 ‘파격’이 필요하다

    정병화 디지털타임스 기자

    신문지면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 뉴욕타임스 10%, 요미우리신문 21%, 조선일보 23%.
    한국편집기자협회 창립 55주년에 마련된 세미나 ‘뉴스편집, 퀄리티 저널리즘의 길’은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몸과 생각을 각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 신문이 가지고 있는 규칙적이고 통상적인 편집의 틀을 꼬집었다.
    사실이다. 난, 편집을 하면서 숫자를 맹신했다. 숫자는 불완전한 데이터로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숫자를 제목에 반영하고자 했다. 기사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꺼내려하기 보단 인용구를 통해 면피하려했고 손쉽게 넘어가려 했다.
    박 교수가 사례로 제시한 영국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의 제목은 암시적이거나 직설적이며 오리무중이다. 이는 기사 리드에서 모든 정보를 함축하는 한국 신문들과 달리 정보를 감추며 독자를 유인하는 형태를 갖춘 유럽의 특성과 가판이라는 신문 유통 생태계를 생각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우리와 다르니 지금이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뉴스는 파격적 사실의 연속이다. 어쩌면 독자들은 그 파격에 지쳐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독자들을 믿으라는 것. 나는 독자가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을 것이란 선입관을 가졌다. 그래서 초장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생각했고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 신문을 독자는 외면했다. 내 생각은 여기까지 이르렀다.
    함께 세미나에 참석한 선·후배님들은 나와 또 다른 생각과 결론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부디 어떤 식으로든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T대전인재개발원에서 치러진 협회 세미나를 통해 다시 뉴스와 나, 독자에 관한 관계를 고민할 수 있었다. 신문지면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 뉴욕타임스 10%, 요미우리신문 21%, 조선일보 23%라는 지표가 각 신문의 수준을 떠나 우리 대한민국의 편집기자들이 그 어떤 나라의 신문 편집기자들보다 그 열정과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강의가 끝날 무렵 테스트용지를 받았다. 지난 외국기사에 제목을 달아보라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반려동물을 기르다 수일이 지나면 대부분이 거리에 버려진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다룬 인디펜던트의 제목은 ‘신기함이 사라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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