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백두산 원정대 후기


백두산 천지보다 더 큰 생일 선물이 있을까?
55번째 생일날 백두산에 오른 나는 아름답고 장엄한 천지를 직접 보는 선물을 받았다. 옅은 안개에 살짝 가려지기도 했지만 백두산 북파에 머무는 1시간 동안 천지는 한 번도 완전히 닫히지 않고 신비한 자태를 뽐내며 축하해 주었다. 창립 55주년인 한국편집기자협회와 동갑인 내가 원정대에 선발되어 생애 첫 백두산 등정에서 천지를 보는 행운까지 누린 것이 백두산의 축복으로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움은 협회 N·E·W·S원정대 플래카드를 백두산 천지에 펼치지 못한 것이다. 천지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을 몇차례 시도했지만 단속원의 저지로 포기해야만 했다. 플래카드는 물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어떤 행위도 금지였다. 준비해온 토퍼로나마 기념촬영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협회 플래카드는 장엄한 장백폭포 앞에서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원정대에 뽑히고 매주 산을 오르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한때는 대한산악연맹 청소년오지탐사대와 함께 해발 4600m에 자리한 힌두쿠시산맥 최고봉 티리치미르(높이 7690m)의 베이스캠프에 오른 적도 있고, 100km가 넘는 울트라마라톤을 수차례 완주하기도 했지만 반백살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 나약해진 근육을 강화하려 대구 앞산과 팔공산을 오르며 체력 단련을 했는데 오버를 해도 한참 오버했다. 북파 코스는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고작 5분, 서파 코스는 계단길 30분이면 충분했다. 산꼭대기 주차장까지 버스가 올라갈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백두산 덕분에 몸도 좋아지고 산을 더 사랑하게 되어 행복하다. 협회 창립 60주년 아니면 65주년에는 멀고 먼 중국 땅을 빙 돌아서가 아니라 가까운 북한 땅으로 백두산을 오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은 원정대의 키 크고 잘 생긴 덕호님, 조용히 센 언니 동주님, 삼겹살 굽기 달인 지현님, 보면 볼수록 귀여운 ‘볼귀’ 기현님과 원정대를 묵묵히 도와준 ‘제6의 멤버’ 신인섭 부회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매일신문 박헌환 부장



회원 모두에 천지 기운 닿기를

“할매들도 다 올라가던데요” “니는 니가 할매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나?”
편집기자협회 원정대로 백두산에 간다고 했을 때 던진 한 선배의 말. 평소에 그렇게나 저질 체력 이미지였던가. 내심 걱정은 됐다. 결과는? 북파 코스는 버스 손잡이 부여잡고 버티며 잘 올랐고, 서파 1440개 계단은 수많은 인파와 함께 줄 서서 무사히 올랐다. 마침내 그림 같은 천지를 마주하니, 감개무량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협회 55주년에 맞춰 문구와 그림을 일일이 고민해 제작한 손팻말을 천지에 대고 인증샷을 찍었다. 편집기자 모두에게 천지의 기운이 닿기를.
몇 년 전 한라산 백록담에 이르렀을 때 막연하게 품었던 천지 감상의 꿈을 이뤘다. 평소 잘 손대지 않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며 천지의 감동도 함께 ‘저~장’.

부산일보 김동주 차장


우리  땅 밟고 오르는 그날 기대

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중국 푸동공항서 추방됐던 순간을 떠올리며 ‘정신적 멀미’의 ‘괴로움’을 이야기했지요. 저도 이번 원정길에서 여러 번 ‘멀미’를 느꼈습니다.
창원에서 인천, 중국 심양에서 백두산까지 정말 멀미 나도록 버스를 탔습니다. 백두산에선 멀미 나도록 사람 구경을 했고요. 정상에선 천지신명이 도우사, 멀미 나도록 아름다운 천지를 보았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제 생애 또 없을 행운이었습니다. 백두산은 제게 ‘정신적 멀미’의 ‘황홀함’을 남겼습니다.
꿈만 같던 백두산 북파와 서파 정복의 꿈을 이룬 지금, 저는 또 다른 꿈을 꿉니다. 중국 땅이 아닌 ‘우리 땅’ 동파를 밟고 천지에 오르는 것인데요. 그날까지 이번 ‘원정길 멀미’의 환희와 감동을 아름답게 간직하겠습니다.

경남신문 강지현 차장


지친 편집 인생에 한줄기 활력소

5월 15일 ‘백두산 원정대’에 뽑혔다는 편집 기자협회의 카톡을 받고 정말 얼떨떨했다. 백두산엔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지원했는데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기쁨이 앞섰다.
20대 때엔 산이 좋아 친구들과 함께 등산도 자주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분주한 생활에 찌든 삶을 살면서 산을 외면하고 지내 기대가 더 컸다. 그것도 우리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 발을 디딜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장엄한 백두산에 첫발을 내딛고 정상에 올라 천지를 직접 대면한 순간의 감동은 말을 잊게 했다. 지친 편집 인생에 선물을 준 협회에 감사드린다.

서울경제 김덕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