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돌뿌리 걸린 첫 여성은행장 ‘마더십’ 시끌시끌
오늘의 운세, 급한 마음에 돌뿌리에 채여 넘어지는 날
현대중공업, 7부 능선 넘었음에도 돌뿌리 만나 시름에 잠긴 모양새


돌뿌리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돌-뿌리 → 돌부리’라고 권고돼 있다. 이어 ‘부리’를 찾아보면 ‘새, 짐승의 주둥이, 어떤 물건의 끝이 뾰족한 부분’이라고 나온다. ‘돌뿌리’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위의 권고 사항으로 예시돼 있을 뿐 더 이상의 설명도 없다. 그나마 우리말샘에 ‘돌의 땅에 박힌 부분’이라고 풀이돼 있을 뿐이다. 전혀 표준어가 아니다. 
서술어의 ‘채이다’는 ‘누군가에게 채였다’라고 표현할 때 자주 쓰지만 ‘채이다’란 말 역시 사전에 아예 올라 있지 않다. ‘버림받았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것으로 추정되는 ‘채이다’는 ‘차다’의 피동형으로 필요할 때 잘못 갖다붙이는 표기다. 바른 표기는 ‘차이다’로 하면 된다. 이 말이 언중 사이에서 ‘채이다’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문법적으로는 ‘이’모음 역행동화 현상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더불어 ‘차이다’의 준말이 ‘채다’인 것도 혼동의 주범이다. 준말 채다의 과거형이 ‘채었다’로 변형되면서 이 말이 더 줄면 ‘챘다’가 된다. 결국 ‘그에게 차였다/채었다/챘다’가 모두 맞는 표기가 되면서 덩달아 한 끗 차이인 ‘채였다’가 슬그머니 표준어 행세를 하고 더 자주 사용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채였다는 분명히 틀린 표기다. 정리해 보면 머리 아프지 않다.
채였다→ 차였다(채었다)
채이고 나서야→ 차이고(채고) 나서야
그에게 채인 사람→그에게 차인(챈) 사람
‘이모음 역행동화 오류’의 비슷한 예로 아지랭이, 지팽이가 있다. 아지랑이, 지팡이가 맞는 표기다. 특히 아지랭이는 교열기자들조차 종종 놓치는 오자다. 지팽이가 틀린 말이듯 아지랭이도 분명히 틀린 말이다. ‘돌부리를 차면 발부리만 아프다’를 기억해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부록으로 ‘발부리’도 가끔 누군가는 발뿌리라고 쓰지만 이 역시 ‘발부리’만 표준어다. 기억해 두자. ‘돌뿌리에 채이다’는 틀린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