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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지울 수 없는 ‘빨간 줄’ 싫어서 연필 씁니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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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06-28 10: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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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9

    2019 데스크 세미나 토론2 ― 여성 데스크 편집 4자회담


    데스크세미나 간담회 2세션은 여성 데스크 4명과 함께 ‘편집 4자회담’으로 진행됐다. 비교적 가벼운 질문들을 통해 데스크들이 겪고 있는 묵직한 애환을 들을 수 있었다.


    사회: 남한서 협회 부회장 
    패널: 김은정 서울신문 부장, 김정순 파이낸셜뉴스 부장, 임은수 대전일보 부장, 황미란 중도일보 부장 (이하 직책 생략)
    사진: 안광열 협회 부회장


    # ‘듣보잡’ 같은 유행어 제목 사용
    사회: 아주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편집기자가 유행어를 제목으로 썼는데 “이게 뭐야” 한 적 없나.
    김정순: ‘태어나 처음 듣는 단어’를 대장에서 만날 때 당황스럽다. 어떻게 보면 ‘꼰대인증’이랄까. 영화나 드라마의 유행어가 딱 들어맞는다면 오케이다. 다만, 인터넷이나 SNS 용어를 쓸 때 신문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하나 고민이 있다. 지면은 재미만큼 품위도 있어야 한다.
    사회: 젊은 층이 쓰는 용어 ‘현타’(현자타임-욕구 충족 후 찾아오는 무념무상의 시간)같은 것은 제목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한 감이 있는데.
    김은정: ‘현타’라는 말을 쓰기에 그게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만약에 내가 모르는 단어인데, 평균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쓴다면 교열부와 상의해서 어느 정도 통용이 될 수 있는지 기준을 정한다. 그런데 사실 조어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최신 유행어를 제목에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신문이 신문으로 보이질 않고, SNS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장난스러운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황미란: 지면에 따라서 허용 범위가 달라지지 않나. 사회면이나 문화면에는 어느 정도 허용이 되고, 종합면에는 꺼려지기도 하고….
    김은정: 문화면, 연예면 같은 간지 지면이면 모를까. 사회면 같은 데 쓰면 격이 떨어져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정순: 젊은 친구들은 신선하고 센스 있다고 생각해서 쓰는데, 데스크들이 볼 때는 가벼운 느낌이 드는 거다. ‘멘붕’(멘탈 붕괴)이라는 단어를 지면에 쓰나? 이 단어를 놓고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어원을 찾아보니 매우 민망한 부분이 있었다. 쓰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꼰대’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또 정제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괴리감이 생긴다.      
    임은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한창 방영 중일 때, 거기서 나온 대사를 제목으로 쓰자고 했다. 후배들이 되레 이걸 써도 되냐고 묻더라.
    사회: 영화 ‘극한직업’에 나왔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여러 신문에서 패러디해서 사용했다.
    김은정: 우리도 많이 썼다.
    김정순: 유행어도 유행할 때 쓰면 그나마 괜찮은데, 유효기간이 지나서 쓰면 좀 그렇다.
     

    2019 데스크세미나 토론 2세션은 ‘편집데스크 4자회담’ 이었다. 편집데스크들의 편집 뒷담화는 3시간을 넘겨도 끝날 줄 몰랐다.

    왼쪽부터 황미란 중도일보 부장, 김은정 서울신문 부장, 임은수 대전일보 부장, 김정순 파이낸셜뉴스 부장.

     
    # 멘탈 탈탈 털어가는 오탈자
    사회: 오탈자 같은 편집 실수 때문에 난감했던 경험을 말씀해 달라. 저는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강판 직전 취재기자 이름이 빠져서 급하게 넣은 게 ‘OOO 기자’가 ‘OOO 거지’로 나갔다. 기자를 거지로 만들다니. 정말 끔찍하다. 특집 지면의 면 이름이 ‘트집’으로 나간 적도 있다. 이런 실수들 때문에 정신 차리고 일한다. 틀린 거 없나 몇 번이든 다시 확인하고.
    김은정: 옛날 일이라 무슨 단어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읽어보면 틀린 글자 아닌데 다른 말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몇 년에 한번은 이런 일이 있더라. 문제는 몇명이 봐도 그걸 못 잡는다는 것이다.
    임은수: 오탈자라기보다 초년병 때 동명이인의 사진을 잘못 넣은 적이 있다. 경위서를 썼다. 근데 경위서라는 것이 그냥 ‘종이 한 장’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데 누군가가 또 반복한다. 
    황미란: 우리는 혹시 모를 오탈자를 줄이기 위해 지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편집 중간중간 실시간으로도 모니터링하고 특히 인쇄소 전송할 때 최종점검 차원에서 주 제목 정도는 조금 세심하게 살핀다. 오탈자는 물론 중복기사나 중복제목, 절미도 가끔 잡아내곤 한다.
    김은정: 우리는 작년부터 사고가 굉장히 많이 줄었다. 취재 데스크뿐만 아니라 편집부 야간조장들에게까지 태블릿 PC를 하나씩 지급해준 게 효과를 본 것 같다. 마감 시간엔 국장단도 데스크들도 태블릿 PC로 계속 확인한다. 지면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실수를 잡아낸다.
    김정순: 사고났다는 전화를 받으면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다. 어휴. 말도하기 싫다. 출근이 두렵다. 실수한 본인에 1차적인 책임은 있지만 편집부장으로서 막지 못한 게 마음 아프고 미안하다. 그 친구한테 경위서나 시말서를 받아야할 때 마음이 너무 안 좋다.
    김은정: 눈으로 본다거나 아니면 문장으로 한 번에 읽어버리면 항상 오자가 난다. 한 글자 한 글자 찍어가면서 봐야 오타를 잡을 수 있다.
    김정순: 하하하. 난 한 글자씩 동그라미 쳐가면서 본다.


    #사람이 AI보다 아름다워
    사회: AI가 편집하는 시대가 곧 온다면, 후배들에게 이것만은 AI에 맞설 무기로 삼으라고 조언해주고 싶은 것 있을까.
    김정순: 인간 편집기자의 최대 강점은 감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AI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감성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감성쟁이’ AI가 나타난다면 편집기자가 싸울 수 있는 무기라는 게 과연 있을까. 
    사회: 이세돌과 수 싸움했던 알파고가 생각난다.
    김정순: 알파고보다도 훨씬 많은 데이터와 경우의 수를 축적한 AI가 신문을 만들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편집기자 뿐만 아니라 취재기자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 시대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AI가 말장난 같은 제목도 할 수 있을까?
    임은수: 가능할 것 같은데.
    김은정: AI를 도입하려면 회사의 재정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거나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적으로 충실하게 받쳐줘야 한다. 한국 사회에선 언론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다 보니 사주가 그만큼 투자를 할 것이냐. 거기서 물음표가 생긴다. 그래서 도입이 안 될 수 있다.
    김정순: 그 시스템을 도입하는 투자비용보다는 사람 하나 더 쓰는 비용이 훨씬 덜 들 것 같다.
    임은수: 자동편집시스템에 대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기본적인 설정 값을 주고 제목을 넣고 템플릿을 만들면 자동으로 편집이 된다고 하는데 그냥 아직은 시범 단계인 것 같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한다고 해도 지금은 오피니언 면 정도밖에는 안될 것 같다.
    김은정: 우리는 오피니언 면을 자동 조판으로 제작하고 있다. 요일 별로 들어가는 요소들을 설정해 경우의 수를 미리 만들어뒀다. 사설은 몇 자, 시론은 몇 자, 외부 칼럼은 몇 자 정확하게 정해서. 출고에서 제목 넣고 본문을 넣으면 자동으로 앉혀진다. 이것은 편집부 소관도 아니고 제작국 소관도 아니다. 편집부에서 손댈 일은 거의 없다.
    임은수: 다양하게 디자인해야 되고, 판을 자유롭게 이동도 해야 되는 데 그런 기능은 없는 것 같더라. 정형화된 틀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그 정도 수준. 템플릿을 10개, 20개 만들어놓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편집을 할 수 있을까. 편집은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데 말이다.
    황미란: 레이아웃은 기사 가치에 따라 결정이 되지 않나. 미리 짜맞춰놓고 집어넣는 게 과연 편집일까.


    #그 제목,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회: 편집기자가 제목을 굉장히 잘 달았는데, 국장단에서 무슨 이유인지 제목을 바꾸자고 한다. 후배에게 미안했던 적이 없나.
    김정순: 일단은 국장을 설득한다. 국장이 바꾸라고 하는 제목이 ‘어쩔 수 없는 이유’일 때가 있다. 국장이 총책임자니까 방법이 없다. ‘그 제목 지못미’일 때 나 스스로 부끄럽다.
    김은정: 지금 우리 국장은 제목에 대해서 거의 간섭 안한다. 기사 밸류 정도만 얘기할 뿐. 출고 부서에서 저녁 회의 시간에 제목 놓고 얘기하면 국장은 편집부와 상의하라고 얘기하고 끝낸다. 편집부장에게 제목 때문에 지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김정순: 아, 정말 좋겠다. 이런 거 생각하면 우린 감정노동자인 것 같다. 개개인의 감정을 1대1로 받아주고 있지 않나. 10개가 넘는 취재 부서들과 일일이 말을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편집데스크는 너무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임은수: 이 사람 저 사람 눈치까지 봐야 되고.
    황미란: 너무 공감 가는 얘기다.


    #디지털 부서로 가는 후배들에게
    사회: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면서 편집부에서 온라인 부서로 이동하는 인원이 늘어난다. 어떤 생각이 드나.
    김은정: 우리는 온라인으로 간 사람들이 아직 없지만,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디지털 부문으로 넘어갈 것 같다.
    김정순: 나도 디지털 부문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어쩌면 오프라인보다 더 재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론 편집부장이 되고는 어쩔 수 없이 방어벽을 치고 있지만. 온라인에 가서도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게 편집기자 아닐까. 편집이 모든 걸 다 할 것 같다. PD 역할. 딱 그 역할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온라인 편집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누구겠는가. 지면에서의 영역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편집기자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김은정: 편집부의 영역을 넓히는 돌파구가 온라인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온라인에서 제목이 정확할 때 뷰(view)가 늘어난다. 온라인 데스크를 편집부장 출신이 맡으면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임은수: 포털 사이트에 걸린 기사를 보면, 제목을 잘 달았을 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황미란: 포털에 걸리는 그 자리, 모든 신문사들이 사실은 다 거기에 목숨 걸고 있다. 열쇠는 편집기자가 갖고 있다.


    #여성 데스크에 듣는 여기자의 애환
    사회: 여성 데스크들이 모였으니까 질문을 드리겠다. 여기자들의 애환이 있다면.
    김은정: 출산을 동시에 하는 여성이 몇 명 있어서, 갑자기 출산 휴가를 모두 가버려서 공석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황미란: 예전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한 회사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우리 회사는 특히 여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출산휴가도 더 잦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신입직원을 받는다. 물론 교육하려면 힘들지만 지방지 특성상 그것도 감사하다.
    김은정: 여기자들이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할 때에는 가능한 일찍 보내주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배려를 해준다. 지면 배정을 끝낸 뒤에도 수정해서 다시 배면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안하면 여기자들은 진짜 엄마로서 힘들어진다.
    황미란: 우린 남자기자가 육아휴직을 간적도 있다. 물론 취재 부서였고 전무후무한 사례가 됐지만…. 남자 기자들 스스로가 가정일로 인해 휴가 내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 이런 예를 생각해보자. 여기자 한 명이 출산휴가를 갔다. 육아휴직까지 포함해서 1년 6개월. 그런데 회사에서 사람을 안 뽑아줘서 일을 떠맡게 돼 너나 할 것 없이 입이 나왔다. 나중에 여기자가 복귀했는데, 또 임신을 한 거다. 어느 누구도 말은 못 하지만 분위기는 안 좋다. 결국 여기자는 부담을 느껴 퇴사했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임은수: 내가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렇게 또 출산휴가를 가게 되어도 서로 도와주려는 동료들끼리의 배려심이 있었다. 
     
    # 이런 후배, 어딜 가든 있다
    사회: 마지막 질문이다. 후배들 중 가장 속 썩이는 유형은. 성함을 밝히지 않을 테니 편안하게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A: 오래 전에 있었던 후배인데, 얘가 대장을 고쳐주면 그대로 안 해왔다. 어떨 땐 맞춤법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럴 땐 속상하다.
    B: 고쳐준 대로는 안 해도 의중을 알고 잘 고치면 모르겠는데. 그대로는 안하고 의도와는 다르게 가는 경우가 있다. 난감하다. 그럴 때면 ‘답정너’처럼 다시 고쳐오라고 말한다.
    C: 나는 되도록이면 줄 직직 긋고 제목 고치는 거 지양하는 편이다. 빨간 펜은 안 쓴다. 그게 보이지 않게 사소한 거지만 (후배 입장에선) 상당히 기분 나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연필을 쓴다. 연차가 있는 후배들에게는 제목이 애매할 땐 왜 이렇게 쓴 건지 일단 물어보고 다르게 한번 생각해보라며 자기 선택권을 먼저 준다.
    A: 제목을 고쳐오라고 얘기했는데 제대로 못 고쳐오는 후배가 있다. 고쳐준 제목을 위아래 기사 바꿔서 들고 올 때도 있다.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B: 나도 연필을 쓴다. 연필이라고 해서 사인펜과 큰 차이는 없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빨간색으로 고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아 연필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 예전에 데스크가 톱 제목을 볼펜으로 대장이 찢어지게 좍 그어놓고는 못 고치겠는지 ‘生’이라고 남겨놓은 적이 있다. 보는 순간 욱했다. 
    D: 그래서 연필을 써야 된다니까.
    사회: 이 자리에 없는 다른 데스크가 본인의 사례를 말씀해 주셨다. 강판 앞두고 제목을 급하게 불러줘야 할 때, 불러준 단어를 후배가 모르는 건지 쇠고집을 새고집으로, 초읽기를 초일기로 쓴 적이 있다고 했다. 한숨이 나온다더라.
    A: 우리도 그런 후배가 있었다.
    B: 헐. 너무 어린 친구였나 보다. 부장이 고생 많았겠다.
    A: 2030세대들이 ‘5共 시절’에나 나올법한 제목을 단다. 선배들을 향해 ‘꼰대’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제목은 50대 선배들보다 촌스러울 때가 있다. 그만큼 공부를 안 한다는 얘기다.
    B: 얘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뭘 해도 늦는 사람이 있다. 출근도 늦고, 대장도 늦고, 밥 먹으러 갈 때도 늦고. 그러다 어느 날 도저히 안 돼서 얘기를 하면 며칠은 또 바짝 한다. 그러나 그게 오래 안 간다. 금방 또 느림보로 돌아온다.
    사회: 데스크들의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다. 지면이 빛나려면 편집기자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데스크가 하나로 이끌어주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배들을 최고의 편집기자로 이끌어주기 바란다. 회담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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