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지난 4월 넷플릭스에 ‘이세계(異世界)는 스마트폰과 함께’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올라왔다. 줄거리는 신의 실수로 죽어버린 주인공이 신이 사과하는 의미로 환생시켜 주는데 죽기 전에 살던 세계로 환생은 안 되는게 규칙이라서 결국 마법이 일상에서 사용되는 이세계(異世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판타지 물이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건 신이 주인공에게 환생시켜 줄 테니 꼭 필요한 것 한가지를 말해 보라고 하자 이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환생 시켜 달라고 요청해서 환생할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환생하게 된다. 전개 과정에서 제목만큼 스마트폰을 절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위치 파악하는 내비게이션이나 음식 레시피 등 간단한 정보 검색 용도 정도로 사용하지만 어쨌든 스마트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판타지 물이다 보니 황당한 설정을 두고 말이 되네 마네 궁시렁 댈 이유는 없지만 한가지 묘한 생각이 들었다. 포노사피엔스들은 죽으나 사나 스마트폰과는 절대 떨어질 수 없는 필연적 관계로 얽혀 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나아가 포노사피엔스들의 모든 행동 양식과 사고 유형 등이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은 평소 일상에서의 행동 양식과 사고 패턴이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에 맞도록 적응 되어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전화를 거는 경우 스마트폰으로는 앱을 열고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 리스트를 검색 한 후 전화 걸고자 하는 대상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거나 번호판을 열어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터치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재밌는 상황을 목격했다. 미국 10대 2명에게 예전에 사용하던 다이얼 방식의 전화기를 주고 전화를 걸어 보라고 한 실험 영상이었다. 이 10대 소년 두 명은 나름 진지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전화를 걸어 보려 하지만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데까지 한참이 걸렸다. 스마트폰으로 전화하는 방식에 최적화 되어 있다 보니 포노사피엔스들은 오래 전 사용하던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거는 방식의 전화기를 주면 어떻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를 모르고 사용 방법을 알아내는데 한참이 걸리는 것이다.
과거 다이얼 전화기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전화를 건다. 수화기를 든다. 발신음이 떨어지는지 확인 한다. 상대 번호 다이얼링을 한다. 연결되면 통화 한다. 이렇게 4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통상 스마트폰은 앱을 열고 저장된 리스트에서 전화번호를 찾거나 바로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한다. 즉, 발신음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그러다보니 구식 다이얼 전화기를 생전 처음 써보는 10대들은 스마트폰 사용하듯이 다이얼링을 먼저 하고 수화기를 든다.
그러다보니 꽤 장시간의 시행 착오를 겪고 나서야 구식 전화기로 통화를 하는데 성공하게 되는것이다. 이렇듯이 사용자 경험이 완전히 달라져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실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기존의 세계적 서비스들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이노베이션을 통해 포노사피엔스들의 이러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행동양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할 경우 도태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추세에 빨리 대응해야 할 서비스로 유튜브를 꼽니다. 만약 유튜브는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칼럼들을 통해 필자는 포노사피엔스들에게 유튜브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언급해 왔다. 오늘날 유튜브는 Z세대들에게 단순히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검색 포털 서비스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즉, 구글이 지니고 있던 전 세계 검색 서비스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Z세대에겐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포노사피엔스의 중추 그룹인 Z세대는 영상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유튜브를 검색 서비스로 사용하는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만약 유튜브가 이 문제를 해결 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유튜브는 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서비스에게 현재의 위치를 내주게 될 확률이 높다.
즉, 현재의 유튜브는 동영상 서비스로서 최고의 기능을 지니고 있고 수많은 유튜버, 크리에이터 들에 의해 올라오는 동영상 콘텐츠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동영상 검색의 차원에서는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있고 이 과제의 성공적 해결 여부가 결국은 차세대 비디오 서비스의 왕좌를 누가 차지 할지 관건이 될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10년 전부터 주장 해온 해답이 있다. 그것은 동영상이 더 이상 콘텐츠 범주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데이터 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DT 시대에 걸맞게 개념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것이고 필자는 이를 Timed Data라고 부른다. 그리고 Video를 Timed Data로 처리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존 주문형 비디오, 즉 VOD(Video on Demand)에 대비하여 VAD(Video As Data)로 개념화했다.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차세대 동영상 서비스는 VAD 가 되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제부터 비야흐로 차세대 동영상 서비스 지배권을 놓고 왕좌의 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싸움에선 선제 공격이 최고다.


위즈메타 CTO 겸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