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무서운 10대들’, 세계를 놀래키다
세계를 놀래킨 18세 소년 ‘골든볼’ 들다
세계가 놀랜 이강인의 ‘황금 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이강인 선수(18·발렌시아)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골든볼을 거머쥐었다. 이 경기를 지켜보며 각종 매체에 또 틀린 제목이 많이 달릴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스포츠와 연예계에서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눈에 띄는 제목 오류는 바로 ‘놀래키다’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수수 출현했다. 이 놀래키다는 사투리임에도 표준어로 오해받는 단어 1위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놀래키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놀래다’의 충청도 방언이라고 나온다. 바른 표기는 ‘놀래다’이다. 놀래다는 놀라다의 사동형이다.
놀라다는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 가슴이 두근거리다’ ‘뛰어나거나 신기한 것에 감동하다’ ‘어처구니가 없거나 기가 막히다’라는 뜻이다. 이 놀라다의 사동형인 놀래다는 ‘(남을) 놀라게 하다’라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위에 제시한 세 제목은 모두 틀린 표기다. 세 번째 제목에선 주체가 ‘세계’이므로 사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으로 ‘놀란’으로 해야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 두 번째 제목에 달린 ‘놀래키다’이다. 잘못된 ‘놀랜’을 ‘놀란’으로 바로잡았을 때는 어색하지 않은데 ‘스스로 진화하는 무서운 10대들이 세계를 놀래키다’를 표준 규정에 따라 ‘세계를 놀랬다’로 바꿨을 땐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다. “넌 왜 사람을 (놀래켜/놀래)?” 이 문장에서도 ‘놀래’가 맞지만 어쩐지 어색하다. 왜 그럴까. ‘놀라다’의 사동사로 ‘놀래다’만 인정되기 때문에 ‘놀래켜’는 분명 틀린 말이다. 그런데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놀래키다’의 사용 빈도가 표준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왜 사람을 놀라게 하니?’로 쓰는 방법이 있다. 고쳐서 어색할 땐 ‘~게 하다’로 하면 된다. 참고로 ‘놀라키다’도 덩달아 쓰이지만 이건 확실히 틀린 표현이다. 쓰지 말자.
내가 놀라는 것은→ 놀라다, 남을 놀라게 할 땐→ 놀래다, 놀래다가 어색할 땐→ ‘놀라게 하다’로 표기하면 된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