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우리시대의 읽기 <15>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는,


  1992년 평화출판사 등 20개 출판사와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선경 등 IT기업과 연합해 설립됐다. 이후 전자출판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발전을 위해 기술 업체와 출판사의 협력, 상생의 토대를 마련해 왔다.


▲  나용철 한국전자출판협회 팀장은 무형의 콘텐츠에 금전적 가치를 지불하는 데 인색한 한국 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유통 인프라가 전자출판의 미래뿐만 아니라 읽기 콘텐츠 산업의 숙제라는 것. 사진은 나 팀장이 태블릿PC를 통해 출판된 서적을 소개하는 모습.




지금 시대의 읽기, 텍스트 소비 넘어 만지고, 듣고, 오감으로 느끼는 융합된 읽기로 가고 있죠


전자책은 읽기 문화의 혁신을 가져오리라는 믿음과 달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장폭이 더딜 뿐 전자책의 미래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은 이미 종이책과 비교해 60%의 시장을 갖고 있다. 일본과 중국 역시 전자책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유독 한국에서만 전자책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전자출판협회 나용철 팀장에게 물었다.

- 아직까지 전자출판이란 개념이 쉽지만은 않은데.


전자출판이라 하면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를 통해 책을 읽는 것. 대부분 이정도로 알고 있죠. 이에 부합하는 것이 ‘e-북’ 이고요. 하지만 이보다 더욱 진화된 형태, 그러니까 텍스트 뿐만 아니라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융합된 콘텐츠 생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전자출판의 혁신적 사례나 유통 플랫폼 등이 있나.


유통 플랫폼이라 한다면 출판사와 온·오프라인 서점 등이 있어요. 대표적 사례로는 웅진북클럽을 들 수 있겠네요.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동화책 형식에 낱말 맞추기 등 게임 요소에 애니메이션도 접목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거든요. 요즘 ‘오디오 북’도 있는 데 기존 책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죠. 이 또한 전자출판의 혁신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전자출판의 활용 범위가 교육용에 쏠려 있는 데.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그렇죠. 교육용에 적합한 환경이기도 하고…. 국내 종이책 시장이 강세인 점도 있고요. 하지만 무협, 로맨스 판타지 등 장르문학의 경우는 상당부분 전자출판 시장이 종이 시장을 따라잡고 있어요. 향후 기술 발전으로 종이책 소비의 상당부분을 전책이 담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전자책이 부각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당초 큰 기대감과 달리 보급 속도가 더딘데


보급 속도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먼저 국내 상황이 아직까지 종이책을 선호하고요. 전자책 단말기의 한계도 있고요. 스마트폰이 있지만 독서의 개념에서 작은 화면에서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고요. 배터리의 문제도 있지요. ‘e잉크 전자책 단말기’가 있지만 모니터가 흑백이라는 점, 독서 이외 활용범위가 좁다는 점 등으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형편이고요. 무엇보다 일반 독자들이 무형의 콘텐츠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에 인색합니다. 출판사가 생각하는 전자책의 가격과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의 격차가 너무 큰 거죠.


- 출판사와 소비자 생각하는 전자책의 적정가격은.


출판사는 보수적 성향이 강합니다. 종이책 매출을 전자책이 깎아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요. A라는 종이책이 1만원 이라면 전자책은 7천원 정도, 출판사에서 생각하는 가격이요. 반면에 소비자는 3000원 이하를 원하고 있어요.


- 해외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 시장의 규모와 발전 속도는


해외 시장은 국내와 달리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여요. ‘킨들’을 출시한 아마존이 대표적이죠. 미국은 이미 아마존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어요. 중국, 일본 등에도 진출했고요. 일본의 경우가 특이한데 피처폰 시절부터 전자책 형식의 읽기가 존재했어요. 아마존 진출이후 전자시장 파이는 더 커졌습니다. 유독 한국 시장이 어려워요. 방금 말씀드린 무형의 콘텐츠에 인색한 것도 있고 종이의 감수성이 짙기도 하고요.


- 신문 산업과 전자책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뉴스 역시 온라인에서는 무형의 콘텐츠로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지요. 종이 신문도 PDF로 제공되니까 기본적인 전자출판의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 온라인 뉴스는 분명한 전자책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물론 책처럼 한권으로 묶여 있지는 않지만 전자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서비스 방법은 다양할 것 같아요. 패션, 여행 등 특화된 콘텐츠를 묶을 수도 있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유료화죠. 아직까지 유료화 가능성부분에는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 1인 출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개인이 책을 출간하고자 한다면 출판사를 통해야하죠. 상품가치도 있어야하고요. 본인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출판사가 선택해주지 않는다면 세상에 내놓을 수 없어요. 하지만 1인 출판은 다르죠. 협회에서 창업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데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책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체 출판사 개수로 보면 그 수가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 1인 출판의 진입장벽이 낮다보면 출판물의 질적 하락 등 부작용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1인 출판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필터링이 중요해요. 유통사에서 미리보기 서비스를 하는 데 독자들이 이를 통해서 가치판단을 하고 소비해준다면 질적인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을까요.


- 전자출판을 하는 입장에서 종이의 미래 어떻게 보나 


단언컨대 종이는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혹시 지구에 나무가 모두 없어져서 더 이상 종이를 만들 수 없다면 몰라도 시장에서 사라지진 않을거에요. 소장의 개념이 있잖아요. 전자책으로 성공해 종이로 출간하는 경우도 많아. 웹툰이 대표적이죠. 모바일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지만 한정판, 소장의 개념으로 종이책을 다시 내기도 하니까요. 이는 전자책 시장이 성숙한 미국,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책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어느 수준에서 다시 평행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 우리시대의 읽기, 전자출판의 입장에서 정의하자면.


읽기는 간접경험이라고 하잖아요. 이제 우리시대 읽기는 텍스트의 소비를 넘어 만지고, 듣고는 오감이 융합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직접경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거창한 것 같은 데, 융합된 읽기.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