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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읽기 <13>성지환 ’72초TV’ 대표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은 스마트폰에 꽂혀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들을 사로잡은 건 웹드라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뉴스를 검색하고 SNS를 살피기도 하지만 2~3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소화되는 웹드라마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시대 읽기를 말할 때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텍스트와 이미지 수준을 넘어 한편의 드라마를 읽기 시작한 오늘날의 풍경. 성지환 72초TV 대표에게 우리시대 읽기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우리시대 드라마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드라마와의 변별점을 설명하자면.
굳이 비교하자면 2분 내외라는 시간적 부분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고요. 사실 우리는 이것을 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작 방법도 드라마와 다르니까요. 음악과 내레이션의 호흡을 생각하고 작업을 하거든요. 드라마보다는 뮤직비디오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드라마는 아니고 그렇다고 뮤직비디오도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는 데 주위에서 웹드라마라고 말씀해 주시니까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공연기획사 ‘인더비’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바일 콘텐츠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이전 회사는 공연기획이 핵심이었지만 ‘재미있고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해보자’ 였어요(웃음). 그러다 2012년 프랑스 시트콤을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IT 베이스다 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후 우리끼리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갖고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왔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유통 시장에 참여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인데.
온라인 콘텐츠임에도 배급사가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72초 시리즈 중 일부를 유튜브에 올렸는데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어요. 묘하게 타이밍이 맞아서 유통이 뭔지도 모르게 흘러온 부분이 있습니다.


―신문 시장도 그렇지만 콘텐츠 소비에 있어 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대한 전략은.
포털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고 플랫폼마다 다른 전략이 있습니다. ‘오구실’ 같은 경우는 카카오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먼저 소개됐어요. 플랫폼마다 성격과 특징이 있으니까요.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이유가 없죠. 특히 영상 부분은 거대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에요. 진입장벽도 과거보다 낮아졌고 소비자도 콘텐츠를 찾아보기 쉬워졌잖아요. 플랫폼은 잘 활용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죠.


―웹드라마를 두고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담다 보니 지나치게 가벼운 내용으로 오락에 치중해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시간, 길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재미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요즘 짧은 영상이 많고 공유하기도 쉽다 보니 그런 비판도 있겠죠. 하지만 깊이의 문제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은 깊이가 있는 것인지, 웹을 통한 콘텐츠는 깊이가 없는 것인지… 결과적으로 제작자의 자세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열정을 통해 노력하며 연구하는 자세를 갖추고 그 역량을 기반으로 창작된 콘텐츠라면 깊이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지환 대표에게 재미란 무엇인가.
정말 어려운 주제고 우리가 가진 핵심 단어이기도 합니다. 재미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 하지만 너무나 사소해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그것을 재구성해 보여주고 그래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그것이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요. 만약에 판타지 이야기라 해도 누구나 생각해 봄직한 판타지 내용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판타지는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말하는 건지 정말 아무도 모르겠죠(웃음).


―‘1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까.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분명 1인 콘텐츠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유지할 거에요. 하지만 시장 자체의 한계는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가 가지는 시장에서 1인 콘텐츠가 산업화가 될것인가에 의문부호를 갖고 있어요. 즉 규모의 경제가 힘들다는 것이죠. 그 자체로 개인이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괜찮겠지요. 인디밴드처럼 꾸준히 스타가 나올 거에요.


―얼마전 뉴스 형식을 갖춘 ‘72초 데스크’를 시작했는데.
저는 진짜 저널리즘의 ‘ㅈ’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실 처음에 제목을 정할 때 ‘72초 뉴스’로 생각했는데 ‘이걸 뉴스라고 해도 되느냐’라는 생각에 ‘데스크’로 바꿨어요. ‘72초 데스크’가 다루는 내용을 설명하자면 생활 밀착형 이야기들, 모태 솔로의 소개팅, 회사 회식에서 여직원의 여우짓, 남자친구 핸드폰 보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인데 뉴스로 다루지 않는 내용을 뉴스의 형식을 빌려 제작했습니다. 뉴스다 아니다, 허구다 아니다 보다는 ‘재미있으면 됐지’하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궁금하기도 해도 ‘72초 데스크’를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말이죠. 아직 72초 데스크를 보지 못하셨다면 보고 말씀 좀 해주세요(웃음).


―지금까지 읽기는 긴 호흡을 통한 진중함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넘치는 현실과 소비자는 긴 호흡과 거리감이 있다. 성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시대 읽기는 무엇인지.
진중한 읽기의 개념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진중하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요. 예를 들자면 영화 시장만 해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줄었을지 모르지만 VOD, 스마트폰 등 영화를 소비하는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정확한 데이터는 몰라도 신문이나 출판 이런 부분도 소비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환경에서 진중한 읽기는 제작자의 몫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소비자 역시 진중한 자세로 콘텐츠를 읽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