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로봇편집자가 만드는 가디언 ‘더롱굿리드(the long good read)’를 보고 편집자로서 많이 놀랐다. 편집은 나름 편집기자의 개성이 담긴 창의적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로봇으로 대체 가능할까?
로봇 저널리즘도 알고리즘의 하나다. ‘로봇이 기사를 쓴다’는 신기함 때문에 로봇 저널리즘이 부상했지만 사실 로봇저널리즘은 일종의 인포메이션 서비스다. 정보를 맞춤형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용도의 것이지 저널리즘 기능이 강하지는 않다. 로봇 저널리즘은 취재거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무엇을 취재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로봇이 못하고 있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가디언의 ‘더롱굿리드’ 원리는 간단하다. 일주일동안 편집되지 않았던 기사 중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것과 읽힌 것을 자동으로 뽑아내고 지면에 자동 배치된다. 구글은 완전 로봇편집이다. 사이트에 올라오는 뉴스의 경중판단은 다 로봇이 한다. 판단기준에는 언론사에 대한 평가와 기사에 대한 평가가 섞여 있다. 전통이 있는 언론사가 좋은 기사를 생산할 거라는 가정 하에 언론사를 평가하고 기사를 평가한다. 기사량, 철자법 중시 여부 등을 판단해 자동으로 편집한다. 다음이나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포털엔 뉴스 에디터가 있지 않은가.
다음의 주요뉴스서비스는 다 기계가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 뉴스 알고리즘의 원리는 간단하다.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클러스터 단위로 나온다. 그 클러스터에서 ‘대표성 있는 뉴스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걸리는데 그것을 사람이 할 수 없다. 클러스터 자체는 비슷한 뉴스들로 구성된다. 단어의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는 자연어 분석을 거친다. 자주 많이 나오는 단어들과 주요 고유 명사들이 나오고 취재원과 인용문이 나온다. 그런 식으로 단위를 쪼개다 보면 뉴스군(群)이 형성이 된다. 이런 키워드가 많이 나오는 것을 많이 담는 뉴스가 가장 좋은 뉴스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로봇이 제목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더롱굿리드’ 말고도 야후의 뉴스다이제스트는 제목을 자동으로 뽑아낸다. 자동으로 뉴스를 요약해서 보여주는데 제목이 자동으로 뽑힌다. 한국에서도 많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언어유희를 활용한 제목은?
힘들다. 로봇 제목은 단어가 본문에 있어야 가능하다. 문장 안에 있는 것들로 판단하기 때문에 본문에 없으면 안된다.


―은유나 비유 등을 활용한 제목도 아직 힘들 것 같은데.
가능한 영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로봇이 쓴 소설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가 됐는데 사실 로봇이 소설을 쓰는 것은 2011년부터 있었다. 오거스터 MIT 공대 교수가 매년 로봇이 쓰는 소설책을 하나씩 내놓는다. 방식은 간단하다. 1800년대 모든 소설을 입수해 그것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것이다. 가장 많이 나온 문장과 평가가 좋았던 문장들을 조합하는 것이다.


―그래도 맥락이라는 것은 로봇이 스스로 만들기 어렵지 않은가.
맥락도 스스로 학습해서 만든다. 그 소설은 매년 출간하고 매년 발전하고 있다. 일본 문학상 1차 통과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로봇이 쓴 시도 있다. 온갖 시적 표현들이 다 들어 있다.


―‘로봇이 시까지 쓰는 건 무리다’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학습하면 로봇이 쓴 시도 시처럼 보일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진짜처럼 흉내를 냈지만 진짜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 책의 병렬적 구조를 모방한 아이패드가 실제 책처럼 넘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그렇다. 알파고 대국에서도 실제로 바둑을 둔 게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세돌이 4국에서 그 한 수를 던졌을 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알파고의 한계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다. 기존의 없던 것을 학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로봇편집자가 만드는 가디언 ‘더롱굿리드(the long good read)’



―창의적인 영역의 편집은 어떤가. 기획면 같은, 화려한 지면 레이아웃은.
흉내는 낸다. 미국에서 로봇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과거에 있던 그림들을 모두 분석했다. 패턴에 따라 공통된 것, 어떤 것에 가중치를 둬 그리게 했다. 그 그림이 사람 그림보다 훨씬 뛰어나다. 편집지면 정보도 데이터가 돼 있으면 가능하다. 이 역시 기존에 없었던 건 못하겠지만 말이다.


―먼 미래의 일인가?
마음만 먹으면 10년 안에 바뀔 것이다. 하지만 사주들은 그게 돈이 안 되는 영역이라 생각하기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이 더 싸다. 사실 인공지능도 1950년부터 나왔던 얘긴데 지금에 와서 다시 화제가 되는 것은 투자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돈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도 이미 90년대 중반에 있었다. 톰슨앤로이터에서 실제로 썼고 활용했다. 하지만 너무 비싸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아무나 할 수 있다. 매경도 최근 로봇기사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비용의 문제가 낮아져 가능한 일이다. 이 낮은 비용으로 사람을 대체하면 기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에 대한 판단이 시작될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 실험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자가 이세돌처럼 되려면 로봇이 작성하는 기사에 없는 맛을 제공해야 할텐데,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이제 기자는 통찰을 던져줘야 한다. 사실 인공지능이 일자리 대체 문제가 많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산업화시대까지는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어떤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 활용이 많아질수록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그것을 알고서 (인공지능을)부리는 사람들과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어느 분야에서든 진짜 고수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레저나 유희,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분야는 대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섹스로봇 같은 경우가 대표적 사례가 될 텐데 지금 서비스하는 것들이 많다. 아마 2017년에 시제품이 나올 것이다. 물론 스포츠나 취미활동의 영역은 대체하지 못한다.


―편집기자가 살아남으려면 뭘해야 하나. 영상언어를 습득하고 PD적 감성을 가져야하나.
종이만의 경험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인공지능이 못 따라오는 부분이 명확히 있다. 그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논문을 자동으로 쓰는 기계도 있다. 실제로 학회지 통과도 됐다. 논문심사도 통과됐고 컴퓨터공학 쪽에서는 기존문헌 검토라는 작업 자체도 하지 않는다. 그건 기계가 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결국에는 편집만으로 뭔가 던져줄 수 있는 통찰을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어려운 영역이다. 나도 논문하나로 세상에 통찰을 던지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 점점 그 요구가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기획면 같은 지면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 하나의 멋진 포스터 같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면은 당분간은 대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대체될 가능성은 낮다.


―같은 내용도 조선, 중앙, 한겨레의 감성에 따라 기사의 맛이 다르다. 로봇으로도 그런 각기 다른 맛을 줄 수 있나.
조정이 가능하다. 무엇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만 담으면 된다. 가중치를 달리 주면 된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체되듯이 그분야도 시간이 지나면 대체될 것으로 본다.


―사진 트리밍도 가중치를 달리 줘서 다른 편집이 가능한가?
일단 기본적으로 패턴화가 나와 있으니까 그 패턴들 속에서 ‘이러한 기사를 다뤘을 때 이런 식의 사진을 써라’라는 명령을 집어넣으면 가능하다.


―편집상 수상작 등 화려한 지면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 특히 편집기자 개인의 독특한 감성이 들어가는데.
그런 것 까진 대체가 힘들다. 화가와 예술가는 대체할 수 없다.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니까. 세상에 없던 영역을 만들어가는 직업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로봇화가는 창작이 아닌 모사다. 패턴을 추출하는 것일 뿐이다. 기계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들은 다 넘어갈 수밖에 없다. 대체 못하는 영역은 현재를 살아가면서 준비해야 한다. 편집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체될 영역을 대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대체하지 못할 영역에서 편집기자의 능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를 고민할 시기지 이걸 어떻게든 늦춰보겠다는 것은 안 된다.


―비비고 꼬고 데치고 하는 제목은 편집기자의 고유영역으로 남을 것인가.
글쎄. 제목은 대체될 영역이라 본다. 사실 로봇이 기사 쓰는 것보다 제목달기가 더 쉽다. 특별히 여기서 돈이 될 것이다고 판단하지 않으니까 안하는 것 뿐 이다. 제목은 뽑으면 나오는 것이다. 뉴스 요약 알고리즘 서비스가 잘 굴러가고 있다. 요약 알고리즘을 조금만 가공하면 바로 제목이 나온다.


―류효상의 ‘고발뉴스’는 뉴스를 요약해주고 마지막에 풍자와 위트를 담은 짧은 한 줄의 소견을 다는데 그것도 대체될 수 있나.
그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반복되지 않는 것들은 대체하지 못한다. 예술지향적 편집도 대체 못하는 영역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슈퍼그래픽 편집은 대체하기가 힘들지만 단순 그래픽과 표는 100% 넘어간다.


―3단, 4단, 5단 등 단을 나누는 편집도 사실 나름 크리에티브 영역 아닌가?
기계가 하면 그 지면에 몇 가지 기사를 넣으라는 명령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5개의 기사를 담으라는 명령을 받으면 로봇은 기사 중에 어떤 게 톱인지 결정한다. 기준은 분량. 지면에 담긴 대부분의 톱기사는 분량이 대부분 많다.


―양만 많다고 톱기사인가. 1면의 경우 양이 적어도 톱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가 생긴다. 한 줄로 나오는 속보 같은 경우, 이게 중요하다는 판단은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모든 맥락을 알아야 가능하다. 그건 정말 복합적인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만들 때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 70~80%는 되지 않는가. 그 부분은 다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