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권기정 SBS 플랫폼전략 팀장


 ―아이패드용 ‘디지털 시네21’을 만들 때 ‘종이 시네21’과 어떤 차별화를 노렸나.
‘시네21 디지털 매거진’이 나왔던 게 2012년.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때는 세상에 아이패드가 처음 나오면서 콘테나스트 같은 잡지기업들이 디지털 잡지를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대던 때다. 그때는 잡지사들이 먹고살만 했다. 매출이 떨어져 신사업을 차려야한다는 것 보다는 애플 브랜드 파워에 묻어가는 일환으로 디지털 잡지를 발행했다. 보그가 디지털 편집이 화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디지털 편집에 대한 실체를 해석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지금 뒤돌아보면 재해석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우선 2012년 디지털 매거진의 편집들은 UX(사용자 경험)디자인에는 안 닿아 있었다. 하드웨어의 기능을 편리하게 해주고 디지털 잡지에 SW를 넣어 보기 좋게 했을 뿐이었다. 다시말해 ‘비주얼 쇼크’에 비중을 더 두었을뿐 사용자경험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금은 신문사나 방송사나 기사를 전달을 할 때 편집자체의 UX를 어떻게 녹일 것인가 고민한다. 뉴스를 어디까지 닿게 만들 것인가를 늘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이 지금과 다른 기술인가.
2012년 아이패드에서 디지털 편집에서의 기술은 솔루션 패키지가 UX와 별도로 돼 있었지만 지금은 섞여있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이 안드로이드와 크롬브라우저다. 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있을지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HTML5가 그 중심에 있다. 당시는 PC 중심의 액티브엑스가 워낙 확고했고 크롬의 점유율은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익스플로러에서 제일 큰 건 동영상이다. 플래시 기반인데 크롬으로 넘어오면서 HTML5에 밀렸다. 지금 디지털 편집의 뒤에는 크롬과 HTML5가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덕분에 언론사가 수익구조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술적 허들이 해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의미는 계속 변한다. 몇 년 전 스노우폴이 나왔을때만 하더라도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은 ‘비주얼쇼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 ‘쉐어’에 있다. Like, 좋아요. SNS서 신문사와 방송사의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이 묘하게 겹쳐있다.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면 첫째 신문사의 어프로치, 둘째 방송사의 어프로치, 셋째 IT 기업들의 어프로치가 있다. 신문사의 어프로치는 허핑턴포스트 만큼 브랜딩이 일반 대중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는 올라오진 않았다. 방송사는 스브스 뉴스의 경우 브랜드 포지션에 성공한 사례다. 방송사의 뉴스클립을 페이스북(이하 페북) 플랫폼에서 카드뉴스랑 잘 연결했다. IT 기업 중에선 피키캐스트. 피키캐스트를 두고는 해석이 다양한데, 이건 요즘 신세대에 딱 어울리는 콘텐츠다. 새로운 신문사고 새로운 잡지다. 물론 콘텐츠를 베껴 온다는 (속칭 ‘우라까이’) 비판도 있지만 최근에 만나봤을 땐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절정을 찍고 감소세에 있는 듯하지만 한번 올라선 구독자 파워는 세다.


―예전에 한국일보 사이트가 개편했을 때 호평을 했는데.
한국일보가 바뀌고 나서 놀라웠던 건 UX와 브랜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모바일로 들어갔을 때도 글씨 크기나 여백이 제법 세련 됐었다. 신문사들이 모바일에서 ‘광고를 어디에다 박을까’만 고민하는데 콘텐츠를 수용자 입장에서 보기 편하도록 브랜드와 UX디자인을 잘 맞춘 느낌이었다. 탭 디자인들도 고민한 흔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무너진 듯하다. 처음엔 화면을 널찍널찍하게 썼는데…. 외국미디어들과 우리의 차이는 어메니티(amenity)에 있다. 외국은 스크린을 쾌적하고 시원하게 쓰는데 우리나라는 다닥다닥 박는다. 네모로 박는 건 버즈피드가 먼저 했다. 종이가 아니라 스크린베이스에서 편집을 하려면 1픽셀이라도 아껴써야 한다. 외국미디어들은 멋부리려는 개념이 없다. 철저하게 정보 수용자가 읽기 편하게 여백을 쓴다. 한국언론사는 기사 한꼭지라도 더 넣으려고 빡빡하게 쓰고, 이게 문제다.


―스브스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직접적 관여는 안한다. 후배들이 게임 저널리즘을 만들며 논다. 게임형식으로 일러스트로 만들어 카드형식으로 만드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 스브스 뉴스 과정을 보면 그런 기획안들이 대부분 간부 회의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될 내용은 아니다. 스브스 뉴스를 시작할 때 첫 3개월은 정말 고생했다. ‘좋아요’가 적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짐이 보였다. 엘지, 삼성, 애플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에서 누가 얘기를 제일 잘 하나를 놓고 후배들이 젊은 기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썼다. 방송 클립도 연동해서 넣었는데 그게 반향이 컸다. ‘좋아요’수가 올라오다 보니 페이스북에서 도와줬다. 페이스북 플랫폼과 스브스는 어려운 시절 콜라보가 잘됐던 사례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넷플릭스의 영향은 솔직히 반신반의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알고리즘이 추천 시스템이다. 신작은 적고 구작 컨텐츠가 훨씬 많다.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옛날 것을 가지고 누구한테 팔지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있다. 히스패닉계가 좋아하는 콘텐츠, 흑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아이아계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다 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과 일본에 들어와 맥을 못 추고 있다. 왜냐하면 빅데이터를 돌려봐야 다 아시아계 뿐이니까. 추천 알고리즘이 먹히질 않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구작 편성에 관한 부분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까보니 옛날 디비디방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작은 별로 없고, 그걸 가지고 편성으로 돌려본들 임팩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랑 연합을 할지를 봐야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방송의 디지털 전략은?
‘모바일 센트릭’이다. 신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컨텐츠가 모바일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환경이 변한다. ‘서브스크라이브’ 환경으로 전환이 된다. 결국 통신사나 어떤 서비스 주체가 얼마나 많은 회원 수를 가지고 있고 그걸 조회하느냐에 따라 콘텐츠 순위 1, 2, 3위가 결정되고. 그것에 따라 광고가 붙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건 CJ가 제일 잘한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을 TV에 안보내고 네이버에서 플레이 한다. 신문 사이트 다 네이버에서 보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3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을 구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통신사 패킷망 이용해 스트리밍서비스 받는 것과는 다르다. 방송사 콘텐츠를 모바일로 보려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브라우저가 지원하는 플레이어로 보는 것. 둘째, 방송사든 통신사든 그들이 제공하는 플레이어로 보는 것. 네이버와 다음도 플레이어를 다 깔고 쓰게 한다. 이유는 사용자 데이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우저로 플레이 하게 되면 그런 데이터를 못 받는다. 그런 플레이어를 깔게 하려면 기술적 허들이 높다. 구글은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보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아직 HTML5는 그런 추천 알고리즘이 약하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어떤 차이가 있나.
페북 앱 안에는 플레이어 기능이 있다. 페북의 동영상 정책 중 하나는 풀 콘텐츠를 보게 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3분짜리 뉴스나 동영상이 있다. 길어야 1분 내외. 뉴스기사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는 것과 페북에서 보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에서 읽히는 것, 페북에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조회수 뿐이다. 카운터가 안 된다. 구글 어날리틱스는 어떤 루트로 누가 올렸나, 회원이 몇 살인지 등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페북이 무서운 건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다. 데이터를 얻기 위한 기본적 정보인 주소, 전화번호, 어디사는 누구 등은 페북에서 중요하지 않다. 유튜브는 ‘전세계서 100만명이 봤구나’ 라는 단순 데이터를 얻는다면 페북에선 ‘얘는 사과를 좋아하는 애인지, 딸기를 좋아하는 애인지, 정치성향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등 성향과 기호에 관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페북은 개인화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다. “내가 만든 뉴스를 일본, 싱가폴, 태국에 사는 20대 여자들 중 K팝을 좋아하는 애들 100만명한테만 보여줘” 이것이 가능한 게 페북의 알고리즘이다. 그게 페북 플랫폼의 파워다. 페북은 콘텐츠 공급자가 콘텐츠를 어디까지 도달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타겟팅 하는 애들한테 콘텐츠를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 네이버나 유튜브는 로그인 정보만 알 수 있을 뿐 그 이상이 없는 것이다. 페북에서 타켓팅 콘텐츠 보내기 서비스는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굉장히 싸다. 하루에 2~3만원이면 도달률이 만 단위로 나온다. 이건 네이버나 유튜브로는 못한다. 이 페북 알고리즘만 가지고 장사하는 애들이 있다.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의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콘텐츠에 알고리즘이 붙으면 그게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이다. 여기에 어떤 경험을 줄까 하는 것, 이것은 디자이너가 맡으면 된다. 삼박자가 맞으면 버즈피드처럼 가져가는 거고. 대개의 미디어 사이트들은 이런 삼박자를 놓친다. 예를 들어 오마이뉴스는 좋은 콘텐츠를 담아두고 있으면 유저들이 알아서 찾아와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산이다. 또 그들의 자산은 진보성향이라 믿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산은 바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모든 것에 우선 한다는 얘긴가.
동대문에서 애기 옷 파는 애들이 있다. 직원은 많지 않다. ‘쓰리클랩스’라고 하는 회사다. 애기 옷을 팔아본 적도 없는 사장은 미국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을 했다. 애 옷을 누구한테 추천하면 구매 할 것인가에 대한 추천 알고리즘을 페이스북 플랫폼에 만들었다. ‘어떤 옷을 누구한테 추천해주면 구매로 전환이 되더라’ 이것을 알고리즘으로 짠 것이다. 옷은 동대문에 있는데 사무실은 실리콘밸리에 있다. 콘텐츠가 어디 놓여있건 중요한 건 알고리즘이다. 유통이 돼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디지털 에디토리얼리즘의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그래도 여전히 기자들은 매체 파워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제 기자들에게 매체가 중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지금 2016년이다. 2040년이 되면 그 시점 메인 미디어가 무엇일 것 같은가. 그 중심에 설 미디어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 메인 미디어가 어디서 나올지 지금 띄엄띄엄 그 단서들을 모아보면 알고리즘에 답이 있다. 드론에 카메라 달고 돌아다니게 하고 기자는 기사만 써도 되게 하는 것도 알고리즘으로 풀 수 있다. 교통방송의 경우 개개인의 블랙박스를 묶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면 아마 대박을 칠 것이다. 이 알고리즘을 짜는 영역이 전통 미디어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포털이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데.
언론은 콘텐츠 유통업자다. 콘텐츠 업계가 재미있는 건 날마다 무한대의 내일이 온다는 것이다. 무한대의 자원이 있다. 결국 콘텐츠 유통인데 기사를 쓰면 누군가 받아줘야 하는데 지금은 뉴스의 주된 유통망을 IT쪽이 맡아 버렸다. 네이버 등 뉴스 유통을 전부 컨베이어 벨트처럼 만들어 버렸다. IT쪽은 알고리즘으로 돌리고 있다. 피키캐스트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위대한 콘텐츠 만드는 애들을 데려온 것이다. 방송에선 넷플릭스, 신문에선 버즈피드. 공돌이 애들이 짠 알고리즘 위에서 우리가 다 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기사든 연성기사든 상관없다. 뒷단에서 인공지능으로 알고리즘이 다 돌아간다. 그런 면에서 플랫폼은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넷플릭스도 DVD 렌탈 사업을 일이 귀찮아서 자동화 시키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전통미디어들의 알고리즘은?
전통미디어들의 알고리즘은 알권리를 위한 ‘고발’에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서 쓰는 말로 속칭 조지면 된다는 것. 그런 ‘협박’ 알고리즘은 더 이상 안 통한다. 노화된 알고리즘이다. 그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기 위해 후배들을 키우고 있다.

―신문사에서 좀 더 신경써야할 콘텐츠는 무엇인가.
여행·맛집 등 연성 기사는 돌고 돈다. 유통 가능한 팔 수 있는 기사는 디지털의 힘을 빌려 팔아야 한다. 과거 콘텐츠가 돈이 되는 건데 신문사들은 아직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신문은 100% 메타데이터 덩어리인데 얼마든지 콘텐츠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것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