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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의 구채구에서 애써 웃음을 지어보았다.


청두 MVP / 한국경제 박병준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6시간이라던 황룡 가는 길은 고속도로 공사, 앞서가던 차량 사고, 칼 같은 구간단속으로 10시간까지 불어났다. ‘가는 동안만이라도 편하게 가겠지’하던 생각도 오산이었다. 45인승 버스 한 대엔 부동자세만이 허락됐다. 잠들었다 깨기를 여러 번. 창밖 풍경은 왜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지는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되묻고 있었다. 미식의 끝판왕이라던 사천요리마저 ‘초딩 입맛’에겐 난공불락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첫날부터 느낌이 ‘쌔’했다. 조용히 묻어가려고 했던 내게 팀장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아싸(아웃사이더)’가 ‘핵인싸’(인사이더)된 느낌이랄까.
팀별 사진찍기 미션부터 막막했다. 창의적 포즈에 과감히 도전하는 팀들을 보며 ‘이것은 간사 세미나인가, 사진 동호회 모임인가’ 혼란을 느꼈고 마음은 조급했다.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승부처는 3‧6‧9 게임이었다.
우리 유B조엔 3‧6‧9를 처음 접하는 선배도 있었다. 급하게 연습을 했지만 쉽진 않을 터. 실수가 잇따르자 실전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우리가 하는 편집도 매일매일 실전이 아니던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쏟아진 숫자와 박수. 역시 ‘편집력’은 무시 못 한다. 내가 3‧6‧9고 3‧6‧9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 “유B! 유B! 유B! 유B! 유B!” 힘찬 팀 구호와 함께 집계된 기록은 30초. 1위 팀과의 차이가 불과 2초 밖에 나지 않은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애써준 팀원들 덕분에 꼴찌로 마감할 뻔한 우리 팀은 공동 3위가 됐고, 나는 MVP라는 과분한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제갈량은 말했다. ‘꾸미는 건 사람이로되, 이루는 건 하늘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고. 고단했던 이번 간사 세미나도 모두 하늘의 뜻 일게다. 그리고 남는 건, 결국 사람이다. 4박6일 ‘전우조’처럼 함께 했던 김형기 선배, 강성수 기자. 유B조의 정신적 지주이자 3‧6‧9 게임에서 독보적 활약을 하신 김진환‧김형래 선배. ‘기괴한 음식 먹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혜진‧이경은 선배. 전북팀을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서도 살뜰히 우리 팀을 챙긴 김철민 기자. 세미나는 끝이 났지만, 청두 하늘 아래서 맺은 인연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