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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4월의 악몽’ 다시는 꺼내보지 않기를…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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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04-30 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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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1

    좌충우돌 편집일기
    강원도민일보 안영옥 차장



    #신문의 날 휴무로 6일 자 신문 휴간합니다
    4월 4일 오후 6시. 지난주 설정해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내일 베르베르 미용’ 예정대로라면 5일은 우리 집 고양이의 1년 묵은 때를 벗기는 날이었다. 더군다나 내일은 손꼽아 기다리던 전체 휴무가 아니었던가. 1면에 휴간 알림을 예쁘게 넣어놓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2시쯤 인제에 산불이 났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마감 시간에 맞춰 지역에서 올라온 사진을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이거 옛날(양양 산불) 느낌 나는데…” 누군가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에 편집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퇴근 전 국장의 의미심장한 말이 이어졌다. “상황 봐서 내일 출근할 수도 있으니 오늘 밤 부장들 비상대기하세요.” 나는 그때까지도 몰랐다. ‘국장님 거 농담 한번 심하게 하시네…’

    #사진기자인 남편이 현장으로 떠났다
    4일 일이 끝난 후 집에 들어서자 먼저 퇴근한 남편이 맥주 마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같은 회사 사진기자인 남편은 맥주를 차마 따지 못하고 캔 따개에 손가락을 끼운채 방송뉴스를 주시했다. “가야 할 것 같은데…”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사진부장과 통화 후 남편은 분주하게 카메라와 드론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홀연히 현관문을 나섰다. 남편이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편집부 단톡방에 알림이 떴다. 올 것이 왔구나. ‘신문 정상발행 확정됐습니다.’


    #보고 싶지 않았던 2005년 4월 6일 자 1면
    5일 무거운 마음을 질질 끌고 출근했다. 큰 이슈나 사건사고가 있을 때면 1면 부담 때문인지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산불은 부담감에 안타까움까지 더해져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볼 건 봐야지.’ 보고 싶지 않았던 그 날의 1면을 꺼내 봐야 했다. 2005년 4월 6일 1면.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 산불 지면이었다. 설악산을 위협하는 시뻘건 불길과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족히 50포인트가 넘어 보이는 제목의 위압감. 14년 전의 오늘, 그날의 1면 편집기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1면 기사 ‘없음’ 그리고 광고 ‘없음’
    오후 데스크 회의 후 국장 호출이다. “1면에 기사 없어” “네?” “사진하고 제목만 들어갈 거야” “네?” “광고도 내렸어” “네?” 그저 반문할 뿐이었다. 남편의 사진 실력이야 내가 보장하지만 산불 사진을 세로로? 그것도 기사 없이 전면으로? 봄 대형산불 트라우마가 있는 강원도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 선택한 모양이다. 1면 편집기자의 역할은 딱히 없어 보였다. 그저 현장감 있는 사진, 세로로 쓸만한 사진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일뿐. 현장에서 매캐한 연기를 담뿍 마시며 사진을 찍고 있을 남편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힘내라, 몸조심해라 따위의 달콤한 말이면 좋으련만…. ‘1면 전면 세로사진 필요’


    #다시 꺼내지 말아야 할 2019년 4월 6일 자 1면
    1면 사진 후보를 앉히고 대장 출력을 반복했다. 눈으로 보는 사진과 면에 앉힌 사진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예쁜 옷도 걸쳐보면 영 본새가 나지 않을 때가 있지…’ 우여곡절 끝에 선택된 사진은 폐차장 드론사진이었다. 산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사진을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번 산불은 그냥 산불이 아니었다. 산불이 민가까지 내려와 초토화한 사건이 아니던가. 검게 탄 차들, 반복되는 패턴, 그리고 공중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주는 공포.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사진이었다. 사진이 결정되고 제목은 일사천리였다. 이번 1면은 제목보다는 사진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바로 제목이다’ 하는 비중보다는 ‘나도 여기 있어요’ 하는 튀지 않는 제목을 달고 싶었다. 또 제목 일부를 붉은색으로 처리하는게 좋겠다고 한 국장의 의견을 따랐다. 그래서 만들어진 1면이다. 어찌보면 품이 덜 든 지면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이 녹아든 지면이다. 편집기자이기에 앞서 강원도에 태를 묻고 가정을 꾸린 강원도민이기에 이런 슬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길 소망한다. 때문에 앞으로 1면을 편집하게 될 그 누군가가 2019년 4월 6일자 1면을 꺼내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강원산불에 함께 안타까워하며 편집을 했을 전국의 편집기자들에게 이번 지면을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첨부파일 강원도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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