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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법에 없는 ‘그림자 규제’에 금융사 ‘옴짝달싹’
빗장 거는 세계, 한국 경제 ‘옴짝달싹’
빙판길 돼버린 용인시 도로, 차량 ‘옴짝달싹’

기사 제목에도 유행과 트렌드가 있다. 요즘 눈에 띄는 것이 ‘옴짝달싹 종결 오류’다. 단어의 뉘앙스가 지니는 힘은 때로 강력해서 틀리게 쓰는 것인데도 누구나 많이 사용하면 나중엔 의심 없이 갖다 붙여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옴짝달싹이다.
‘옴짝달싹’이란 ‘몸을 아주 조금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다.
‘옴짝달싹하다’는 ‘몸을 아주 조금 움직이다’란 뜻의 동사다.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다, 꼼짝 못 하다의 뜻으로 사용하려면 ‘못 함’이란 부정어와 함께 달아야 올바른 제목이다. 그런데 ‘빗장 거는 세계, 한국 경제 옴짝달싹 못 함’이라고 붙이는 순간 뭔가 리듬이 깨지는 어색함을 느낀다. 이 때문에 ‘못 함’을 자꾸 떼버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앞말만 사용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형태인 ‘오도가도’는 똑같이 제목 끝에 달았을 때 즉각적으로 어색하다는 걸 느끼는 데 비해 옴짝달싹은 이상하지 않다는 근거 없는 착각이 들어 왕왕 사용한다. 그렇지만 이는 ‘너무 무서워 발이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발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를 ‘너무 무서워 발이 옴짝달싹했다. 그녀는 손발을 옴짝달싹했다’로 사용해 뜻을 바꿔버리는 명백한 오류다.
이에 비해 안절부절은 써도 되는데 복잡하다.
인천공항 지연, 오늘 출국 예정 여행객들 ‘안절부절’
아마존 제2 본사 재검토…뉴욕시 안절부절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다.
위의 제목은 그래서 틀린 표현이 아니다. 옴짝달싹과 달리 ‘~모르는’이라는 부정의 뜻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사 활용 시 ‘안절부절못하다’로 ‘못 하다’는 부정어를 다시 붙여 사용한다. 이는 ‘안절부절하다’가 처음부터 틀린 표기는 아니었다. 표준어규정 제25항에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여러 개 있으면 그중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칙에 따라 많이 사용된 ‘안절부절못하다’만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안절부절하지 마라’는 틀리고, ‘안절부절 마라’ ‘안절부절못하다’는 맞다. 너무 헷갈린다고 일하면서 안절부절못하거나 옴짝달싹 못 하지 말고 자꾸 바른 표현으로 써 보자.^^ 옴짝달싹 못 하다! 안절부절못하다! 둘의 띄어쓰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도 밑줄 쫙~.ㅋ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