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3 아이덴티티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23 아이덴티티〉라는 영화 제목에서 따온 용어라 한다. 이 영화는 23개의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소유자 얘기다. 다중 인격을 지닌 남자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폭력적인 24번째 인격으로 인해 3명의 10대 소녀를 납치하고 소녀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격들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얘기가 중심 스토리다 .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포노사피엔스들에게 영화 주인공처럼 다중 인격적인 면이 있다는 점과, 이런 특성을 지닌 포노사피엔스들이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최근의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개인 맞춤 마케팅, 그리고 기존 페르소나 마케팅과도 방법을 달리 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고 싶어서다.
스마트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포노사피엔스들은 다양한 소셜 서비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소셜 서비스의 성격에 맞추어 자신의 페르소나를 달리 설정하는게 일반적이다.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통상 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이미지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면’을 의미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에서는 매우 진지한 논객 이미지로 자신을 드러내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먹방 덕후로 드러내는 식이다.
따라서 포노사피엔스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드러내는 페르소나가 다르고 트위치 등에서 자신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가 완전히 다른, 이중언어가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Z세대에 해당하는 포노사피엔스들이 23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처럼 여러 페르소나를 오가는 것이 자유자재라는 면을 상징하는 용어로 ‘23 아이덴티티’라는 말이 쓰인다.
이런 23 아이덴티티 특성을 지닌 존재인 포노사피엔스들은 모든 면에서 기존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문화를 지닌다. 가치관을  특징 짓는 것들 중 ‘마이사이더’ (My-Sider)라는 용어가 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라는 곳에서 2019 마케팅 트렌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통해 처음 소개한 용어다. ‘마이사이더’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용어인 인싸(인사이더-핵심 인물) 아싸(아웃사이더-주변인물)로 분류되는 것 조차도 관심없이 남들이 뭐라고 하든 본인이 정한 기준과 취향에 따라 행동하며 이유 없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특징을 말하는 용어다. 그리고 포노사피엔스는 이런 ‘마이사이더’로서의 특성을 서로 다른 여러 서비스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로 드러낸다.
즉, 포노사피엔스는 A 서비스에서 이런 특성을 드러냈다 해서 B 서비스에서도 같은 특성을 드러낸다는 법이 없다. 말 그대로 그 때 그 때 다를 수 있는 그런 존재다. 나아가, 페르소나는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욕망과 심리의 표출이기 때문에 페르소나 발현 배경에 대한 의미 해석이나 통찰 등이 필요한 매우 정성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량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즉, 마케팅 관점에서 특정 개인이 어떤 서비스에서 드러내는 페르소나를 개인 내면에 자리잡은 다양한 욕망 중 하나로 파악하고 해당 페르소나로 상징되는 욕망이 어떤 것인지를 해석, 파악하여 이에 알맞은 인센티브를 최적 설계,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의 페르소나 마케팅을 필자는 기존 페르소나 마케팅과 구분하여 2세대 페르소나 마케팅이라 부른다. 기존 페르소나 마케팅은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목표 인구 집단 안에 있는 다양한 사용자 유형들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마케팅을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40~50대의 한국 서민 아저씨 층을 대상으로 할 경우 배우 송강호씨 같은 이미지를 대표 이미지로 삼아 모델로 내세우는 식이다.
이에 비해 필자가 얘기하는 2세대 페르소나 마케팅은 특정 집단을 대표한 이미지로 사용되는 페르소나와는 무관하다. 2세대 페르소나 마케팅은 최근 발달 한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면서 빅데이터 분석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특정 개인 페르소나 이면의 심층 심리와 욕망까지도 해석하여 정량 분석과 정성 분석을 통합한 접근으로 해당 개인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가 페이스 북 등에서 흔히 보는 VonVon 같은 서비스들이 이런 페르소나 마케팅에 필요한 정성 데이터 수집 기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페르소나 마케팅은 켄 윌버의 통합 심리학과 MBTI 등 성격 심리 유형을 진단하는 이론에 기반을 둔 마케팅 기법으로서 개인의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상징으로 페르소나를 드러내며, 이를 토대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과 가치를 제시한다. 아울러 이에 해당하는 솔루션 제안을 통해 개개인의 페르소나 이면에 내재한 욕망을 충족 시켜주는 다양한 해법을 제공하게 된다. ‘23 아이덴티티’, ‘마이사이더’와 같은 포노사피엔스 특질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이러한 2세대 페르소나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미 세계 시장의 주류로 등장한 포노사피엔스는 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특성을 드러내면서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포노사피엔스 대상 마케팅 전략 세움에 있어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기 보다는 기본 틀 자체를 새로이 짜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모태 ‘마이사이더’라서 이들에 대한 이해가 쉬워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 삼는다.위즈메타 CTO 겸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