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맥주 종량제 도입하면 국산 캔맥주 363원 싸진다…수입산은 89원↑”
독감백신, 수입산이 더 좋다?… “국산과 차이 없습니다”
맛에 웃고 가격에 한번 더 웃는…수입산 돼지의 습격

한국 사회를 떠도는 정체불명의 말들이 있다. 그중 신문 헤드라인이 선도하는 오류 몇 가지가 있다. 이 분야 강자는 사용 빈도와 생명력이 강한 ‘수입산’이다. 기사를 볼 때마다 빨간펜으로 수정해도 편집기자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고 사용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할 것은 수입산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표현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완전히 틀린 표기다.   
‘~산(産)’은 주로 지역 및 연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또는 그때에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지도를 아무리 뒤져봐도 수입이라는 나라는 없다. 수입은 지역이 아니다. 수입을 꼭 쓰고 싶으면 산을 떼고 ‘수입 소고기’로 표기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외국산 소고기’로 해야 한다. 우리가 지역명을 붙이지 않고 자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얘기할 땐 ‘국내산’ ‘국산’이라고 쓴다. 외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설명할 때는 국가 명을 붙이면 된다. 그런데 여러 국가를 포괄적으로 표현할 때 자칫 ‘수입산’이라고 얼버무리면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출산’은 잘 쓰지 않는다. 보기만 해도 즉각적으로 이상하다. 마찬가지로 수입산도 쓰면 안 되는 이상한 표현이라고 기억하자. 
수입산 친구 부문에는 ‘부족난’도 있다.
‘~난(難)’은 명사 아래 붙어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전력난, 구인난 등처럼 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난’ 앞에는 어려움의 대상이 오는 게 이 말의 바른 용법이다. 구인난처럼 결합이 가능한 단어끼리 써야 바른 표현이다. ‘부족+난’은 잘못 사용하는 말이고 이럴 때는 ‘공급난’이라고 하면 된다. 지구 어디에도 없는 두 가지, 수입산과 부족난이다.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