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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읽기 <7> 정병준 뉴스젤리 대표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등장하며 뉴스 콘텐츠 생태계의 변화는 당연한 숙제가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데이터 저널리즘 구현은 눈여겨볼 만하다. ‘데이터 블로그’를 통해 인포그랙과 기사를 직접 전달한다. 기업들은 가디언의 데이터를 활용했고, 가디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까지 반영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를 다양한 디바이스로 전파해 독자들 앞에 놓는 것, 시각화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읽기의 진화’로 볼 수 있을까. 정병준 뉴스젤리 대표는 “과거와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읽기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진화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뉴스젤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소개를 하자면.
많은 분들이 뉴스젤리가 저널리즘을 표방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빅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쪽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결과물이 뉴스로 활용될 수도 있겠죠.


―빅데이터와 빅데이터의 시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빅데이터를 한다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실제로 빅데이터를 다루고 있는 곳은 많지 않죠. 이유는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십 억, 수백 억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 확보돼야만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러한 정보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정보를 갖고 있는 업체와 협력하고 있죠. 확보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 다시 말해 인포그래픽을 통해 텍스트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이미지 안에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것이 빅데이터의 시각화이죠.


―한국의 인구?규모에서 의미 있는 빅데이터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데이터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고요. 이미 소비자의 카드 결제, 은행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요.


―빅데이터 자체도 읽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빅데이터 읽기는 빅데이터 자체라기보다는 빅데이터를 통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닌 콘텐츠의 원료로 생각합니다. 원료를 가공해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 콘텐츠를 읽는 것이죠. 생산된 콘텐츠는 사람의 사고를 통한 결과물이 아닌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무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보는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누가 가공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내용과 질이 달라지고, 읽는 소비층도 달라져요.


―읽기 앞에 전제돼 있는 데이터의 가공이 ‘오독’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분석하는 분야에 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오독의 여지가 있습니다. 가령 은행권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차단하는 서비스를 구축한다면 실제 은행거래 시스템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거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요.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도 사람들의 생각, 문화, 패턴 등을 이해해야죠. 단순히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고요. 다양한 소양을 지닌 전문성이 있어야 소비자들의 오독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통한 뉴스 콘텐츠, 데이터 저널리즘에 관한 생각은.
최근 언론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저널리즘이 위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데이터 스토리텔링이 꼭 저널리즘의 영역은 아닙니다. 인포그래픽 안에서 디자인을 예쁘게 한다고 해서 읽히는 것도 아니죠. 어떻게 해야 쉽게 표현하는지, 웹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상호작용과 자신이 클릭하는 것에 따라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든지, 또 스크롤에 따라서 화면이 전환된다든지 이런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의 구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의 시도에 관련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인포그래픽을 읽기 진화과정으로 보나.
네. 진화과정이라 볼 수 있죠. 과거의 텍스트 중심의 정보를 읽고 습득하던 시대에서 다각화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시대 시간이 너무 부족하죠. 그만큼 속도감 있는 시대이고요. 내가 읽어야 할 것들을 빨리빨리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방대하니까요. 읽어야 할 정보를 오래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이 시각화입니다. 인포그래픽은 담겨진 정보를 단시간에 전달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입니다. 혹자는 우리가 글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만큼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많은 것들을 읽는다는 것보다 보고 넘어가는 것이 효과적이죠. 아예 안 읽는다는 것이 아닌 선택인 거 같아요. 빨리 볼 수 있는 것,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정보를 선택한다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을 두고 읽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이미지화된 전달 방식이 메시지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전 다르게 생각해요. 그것이 데이터가 이미지화된 인포그래픽까지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인포그래픽은 한 장으로 멈춰져 있는 정보입니다. 인포그래픽은 신문이라든지 책에서 최대의 무기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집약적이니까요. 스마트 디바이스로 넘어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집니다. 인포그래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보들과 상호작용해야 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봐요.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을 보더라도 재난이란 주제를 단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생산하니까요. 어떤 전달 방식이 됐든지 단발적인 메시지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해요.


―읽게 만드는, 보게 만드는 콘텐츠 생산을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
디자인에 관해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명확한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요소들을 배치하고 컬러 선택이나 그 안에 들어가는 캐릭터까지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그래프를 사용할 때도 그래프의 형태, 크기, 색상에 따라 정보를 전달의 차이를 가져오니까요. 결국 콘텐츠, 결국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