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침표
6년 전 체코 프라하를 찾았다. 물론 개인적 여행이었다. 당시 ‘카렐교’의 15번째 석상 ‘네포무크 성인’의 동판을 만지면 프라하에 다시 올수 있다는 말에 한참 손을 올려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한국편집상 해외시찰을 기회로 다시 프라하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부산일보 김희돈 부장은 8년 전 제16회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때 프라하에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 소원을 말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한국편집상 수상자 8명의 일정은 프라하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깨어났다. 지난 8일 동안의 시간이 마치 꿈만 같았다.


변덕스러운 알프스의 속살
12시간 넘는 비행 끝에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이튿날 루체른 유람선에 몸을 싣고 산악열차의 힘을 빌려 산들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리기산’에 올랐다. 만년설의 알프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이 눈앞에 딱 있어야 하는데… 왠걸 안개가 자욱하다. 눈발까지 휘몰아친다. 이렇게 리기산에서 내려가야 하나….
실망감이 엄습할 때 안개가 걷히며 거짓말처럼 쾌청한 날씨와 함께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연신 기념사진을 찍기 바쁜데 곧 안개가 몰려온다. 다시 맑아진다. 이때다 싶어 셔터를 누른다. 이내 안개로 덮인다.       
남대문처럼 방화로 원형의 상당부분이 불에 타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카펠교’는 로이스강을 가로질렀다. 1333년 목조로 만든 다리 위를 걷는 느낌은 중세의 어디쯤에 놓여 있는 느낌이다. 마침 내 앞으로 전자신문 박미옥 기자와 그의 신랑 임동민씨가 다정하게 걸어간다. 두 번째 신혼여행을 온 모습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둘은 여행 기간 한 번도 손을 잡고 있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일행의 눈치 때문일까?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눈치는 내가 더 보였다. 결혼 1년이 갓 넘은 커플의 주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한 마음이랄까(웃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풍경
독일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동화마을로 불리는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었다. 조선일보 정재원 차장은 와이프 변은영씨와 4살 된 딸 라현이와 함께했다. 라현이는 장시간 일정에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솜씨 좋은 노래로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엘사 공주를 만나야한다고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모습까지도 말이다. 어쩌면 라현이는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날까롭게 하늘로 쏟은 첨탑 뒤, 웅장한 성벽 옆, 수많은 창문 어디에 숨어있었을지 모를 엘사 공주를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유럽은 어느 곳이나 화려한 불빛을 자랑한다. 뮌헨의 밤거리 역시 다르지 않았다. 거액(?)의 장도비를 받았다는 경인일보 장주석 기자는 부서원들의 선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닮은 ‘우리 이니’ 동아일보 김남준 차장과 가수 신해철의 외모뿐만 아니라 시크한 매력까지 겸비한 경향신문 정덕균 차장도 역시다. 일주일의 휴가를 덤으로 얻었으니 고생하고 있을 선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대신할 ‘핫 아이템’이 필요했을 것. 독일의 ‘빨간 치약’이 가장 인기 있었다는 것은 나만 빼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시 올 수 있게 해주세요.”
스위스부터 독일, 체코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카메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모델 이경순 중앙일보 차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의 수준의 포즈를 갖춰갔다. 이제 런 어웨이만 남은 셈이다.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해서도 1번 카메라부터 5번 카메라까지 그녀의 모습을 담기 바빴다. 이곳 어디서 누구가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되는 아기자기한 마을의 풍경에 인생 샷 몇 장 정도는 충분히 건지고도 남을 법했다.
누군가 진짜 예쁜 스탠드 등은 조명을 켤 때가 아니라 켜졌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했다. 프라하가 그랬다. 어둠이 내리고 카렐교와 그 뒤편을 지키고 선 프라하성에 조명이 들어왔다. 누구도 이 야경의 아름다움에 대해 흠집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침, 어젯밤과 견줄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프라하가 펼쳐진다. 우리는 조명이 꺼진 도시의 거리로 섞여들었다. 난 은밀하게 카렐교 15번째 석상 네포무크 성인에게 다가간다. 다시 손을 얹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다시 올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