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사불범정(邪不犯正‧바르지 못하고 요사스러운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함).
편집기자가 선정한 ‘2018년 올해의 단어’ 설문조사에서 한 편집기자가 넌지시 건넨 화두다. 단 한 명이 제시한 키워드지만 한반도 긴장이 급격하게 누그러들고, 각계 미투 적폐가 바로잡히기 시작한 지난 한해를 관통하는 단어로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한국편집기자협회는 12월 10일부터 3일간 전국 52개사 회원들에게 ‘편집기자가 뽑은 올해의 단어’를 물었다. 2018년을 상징하거나 대표할 만한 단어 1, 2, 3순위를 적게 하고, 또한 편집기자가 생각하는 ‘올해의 뉴스’도 함께 조사했다. 이 설문에 모두 364명의 회원이 응답했다.
그렇다면 제목꾼들이 꼽은 2018년 열쇳말은 뭐였을까. 회원 364명이 고른 1순위 단어는 68개로 축약됐다. 그 1순위 단어 가운데 1순위는 우연찮게도 ‘남북 정상회담’과 ‘미투’가 각각 72명씩의 선택을 받아 동률을 이뤘다. 편집기자 5명 중 1명은 남북 정상회담(19.8%)을, 또 5명 중 1명은 미투(19.8%)를 택한 셈이다. 올해의 단어(1순위 기준) 3~8위에는 ‘김정은’(53명), ‘평화’(27명), ‘정상회담’(13명), ‘최저임금’(12명), ‘비핵화’(11명), ‘방탄소년단’(9명)이 명단에 올라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외에 ‘주 52시간’(6명), ‘평창올림픽’(6명), ‘북미 정상회담’(4명), ‘폭염’(4명) 등이 주요 단어에 꼽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투가 어깨를 나란히 한 올해의 단어와 달리, 편집기자가 뽑은 올해의 뉴스는 다소 한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 모두 47개의 올해의 뉴스가 망라됐는데, 그 중 ‘남북 정상회담’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관련 문항에 응답한 296명 중에 139명(47%)의 지목을 받았다. 남북 평양 정상회담(2명),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1명), 남북 평화회담(1명), 판문점 선언(6명), 판문점의 봄(1명) 등 남북 정상회담과 동일 선상에 있는 모든 뉴스를 포함하면 50.7%(150명)에 달한다. 올해의 뉴스 2위는 북미 정상회담(37명‧12.5%), 3위는 남북-북미 정상회담(35명‧11.8%)이었다. 올해의 단어 공동 1위에 오른 미투 운동(9명‧3%)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10명‧3.4)에 이어 올해의 뉴스 5위에 그쳤다.

평화, 남북 평화, 한반도 평화
세계의 시선을 한반도로 집중시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만남은 편집기자들이 선정한 키워드에서도 두드러졌다. 올해의 단어 1순위 결과에 따르면, 연초 ‘북한’(2명)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6명) 참가로 물꼬를 튼 한반도 ‘평화’(27명) 바람은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72명)으로 이어졌다. 이 회담에서 ‘남북’(3명)은 획기적 관계 개선과 완전한 ‘비핵화’(11명) 등 합의사항을 담은 ‘판문점 선언’(1명)을 채택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 달 뒤인 5월 26일, ‘문재인-김정은’(1명)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깜짝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김정은’(53명) 위원장과 ‘트럼프’(2명) 대통령의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4명)을 잇는 징검다리가 됐다. 문 대통령은 9월 18∼20일 평양을 방문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두 정상이 함께 백두산을 오르는 극적 장면도 연출했다.
그야말로 ‘정상회담’(13명)의 한 해였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이를 둘러싼 ‘남북-북미 정상회담’(1명)과 관련한 이슈를 키워드로 지목한 응답은 전체 364명 중 210명(57.7%)에 달했다.

미투, 페미, 남혐… 여성들의 분노
한반도 평화 이슈를 제쳐두고 지난 한해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미투’였다. 올해의 단어 1순위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가장 많이 손꼽혔던 이 단어는 2순위, 3순위 조사에서 더욱 돋보였다. 올해의 단어 2순위에선 73명, 3순위에선 49명의 선택을 받아 두 부문 순위 명단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1순위 올해의 단어에서 남북 관련 문제를 키워드로 뽑았던 편집기자 상당수가 2순위, 3순위로 ‘미투’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해가 다 가도록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한 최저임금(1순위 12명) 인상 논란이나 주 52시간제(6명), 소득주도성장(1명)보다 더 주목받은 이슈였다.
서지현 검사가 1월에 촉발시킨 미투 확산은 묻혀 있던 여성의 권리를 일깨우는 계기로 이어졌다. 올해의 단어 2순위 조사에서는 페미니즘(12명), 페미니스트(2명), 페미(1명), 페미사이드(1명) 등 여권 신장과 관련한 키워드를 고른 편집기자가 많았다. 극단으로 치닫은 남녀 성 대결 문제로 인해 일부 편집기자는 ‘혐오’(2순위 3명), ‘남혐-여혐’(2명)을 올해의 주요 단어로 지목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열풍과 퀸의 귀환
2018년, ‘방탄’을 빼놓고 지나가면 섭섭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편집기자가 많았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은 9월 초부터 전 세계 순회 공연을 하며 K팝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9월 24일에는 유엔 정기총회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연설로 전 세계 관심을 다시 받았다. 다양한 활약 덕에 방탄 각인효과가 컸다. 올해의 단어 조사에서 방탄소년단은 1순위에서 9명, 2순위 14명, 3순위 26명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불러온 레트로(retro ‧복고풍) 향수도 이번 조사를 통해 작게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올해의 단어 2순위에서 전설의 록밴드 ‘퀸’은 두 번,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 번 언급됐다. 3순위 조사에서도 각각 4번, 2번 지목받아 2018년 하반기 퀸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를 거론한 편집기자도 1명 있었다.

올해의 인물은 김정은
편집기자가 뽑은 올해의 단어 조사를 통해 유추해 본 2018년 올해의 인물은 누구일까. 올해의 단어 1, 2, 3순위 응답란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된 ‘인물’들을 전수 분석해 봤다. 그 결과 2018년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김정은이었다. 북한의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은은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한국, 중국, 미국 등 거물급 정상들을 연이어 만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정은’은 편집기자가 뽑은 올해의 단어에서 모두 87번 언급됐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49번, 트럼프가 20번, 그룹 퀸이 8번 거론되며 2~4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문재인, 이재명, 혜경궁 김씨가 각각 5번,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 혐의를 받아 나락으로 떨어진 안희정이 4번 거론됐다. 기타 김&장(김동연&장하성), 노회찬, 드루킹, 영미가 2번씩 지목받았고, 김지영, 김지은, 김부선, 손흥민, 아베, 양승태, 제주난민, 최규호, 트와이스 등이 올해의 인물 명단에 1번씩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