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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읽기<3> 남성호 교보문고 광화문 점장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남성호 점장은 문화융성의 밑바탕은 독서에 있다며

서점에 찾아오는 발걸음이야말로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도서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았다. 회전문을 밀고 들어선 서점은 오즈의 마법사 토끼굴처럼 신비한 세계로 안내하는 힘이 있는 곳이었다. 이처럼 많은 책을 두고 ‘우리시대의 읽기’를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으니…. 하지만 북한산 입구에 등산객이 많은 것처럼 서점 안에 독자 많은 것은 당연한 것. 서점에 사람들은 아직 종이를 넘기며 책을 읽고 있지만 전자책 보급, 도서정가제 시행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를 겪는 읽기문화에서 서점의 역할은 무엇일까? 남성호 교보문고 광화문점장을 만났다.


―인터뷰 핵심 내용에 바로 접근하고 싶다. 국내 서점을 대표하는 업체로서 ‘우리시대의 읽기’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확한 개념을 잡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디바이스의 속성이 변화하면서 읽기의 양은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찾게 된다. 간혹 한두분 정도 발견할 수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고 있다. 활자를 보고 있는 것인데 읽기의 방법이 다르다. 기존 완독하는 읽기의 스타일이 아닌 검색을 통해 찾아서 읽기, 띄엄띄엄 읽기, 훑어 읽기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읽기는 취약점은 상상력이 부재하다는 것에 있다.


―새로운 디바이스에서 읽기에 장단점은
‘사람이 왜 책을 읽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 때 스마트폰을 통한 읽기는 과거와 그 목적과 달라졌다. 다양성과 편리함은 강해졌지만 생각할 수 있는 깊이가 얕아졌다. 의미를 찾자면 검색을 통한 요점정리형 읽기의 효율성에 있겠다. 사실 독서의 완성은 계속해서 책을 읽는 완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책을 덮고 상상하며 숙고하는 것에 있다. 그러한 통찰의 기회를 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독서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전자책의 미래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 세계 기준으로 종이책은 연평균 2.3% 감소 전자책은 30% 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정도며 내년 10%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 단행본 기준으로 2조5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 역시 해외 사례처럼 폭발적이 않아 전체 시장의 약 2%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새로운 디바이스에 익숙하지만 정작 책을 만드는 입장은 그렇지 않다. 전자책에 대한 신뢰도가 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전자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자책의 경우 읽기문화에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오디오북도 책이고 전자책 역시 책이다. 앞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읽기문화에 주력이 될 세대들은 다양한 디바이스에 충실하고 익숙하다. 따라서 전자책을 통한 읽기가 자연스럽고 시장의 비중도 커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성장폭이 크지 않지만 시장의 변화는 온다.


―혹자는 종이의 종말을 예견하는데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내일 아침 모든 종이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종이책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디바이스는 없다. 환경의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이 거론되지만 장기적이다.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할 것으로 본다. 어느 것이 좋다는 게 아니라 독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종이와 결별하지 못하는 세대, 변화에 익숙한 세대로 갈릴 것이고…. 업계의 관점은 전자책이 완벽하게 종이책을 대체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으로 본다. 전자책을 통해 비 독서인구를 독서인구로 편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읽기문화 확대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출판사와 동네서점을 살리고 양질의 서적을 공급하자는 취지인데 사실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카드사 할인, 마일리지, 경품 프로모션 등 허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제2의 단통법’으로 도서가격만 오르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도서보급에 있어 가격적인 부분에 치우치다보면 부작용이 따른다. 애초 취지대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면 환영이다. 독자들이 서점에 찾아 책을 비교하고 양질의 서적을 읽어 그 삶에 도움이 되고 또 다른 서적을 찾게 된다. 출판사와 작가 역시 수익을 확보하고 더 좋은 내용에 책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한다. 하지만 가격 측면으로 충실하지 못한 내용에 싼 책이 공급되고 독자가 실망하게 된다면 더는 책을 찾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시장이 황폐해질까 우려스럽다.


―일기문화에 있어 서점의 역할은
 서점은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사기업이 하기 힘든 사업영역이다. 교보문고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립주의 뜻을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문화융성이라 할 때 공연과 같은 관람문화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문화의 밑바탕은 독서에 있다, 이런 부분이 방치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서점을 찾으면 책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와의 만남, 강연교육, 북 콘서트, 도서 낭독회, 지도사과정 등 읽기문화 서비스가 그것이다. 책과 책의 만남, 책과 사람의 만남,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다. 비단 자녀들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서점에 온 아이들은 자신이 책을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읽기는 분명히 다르다. 서점의 역할은 이와 같은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점이 읽기교육의 새로운 현장이란 것인가
 재미있는 사례 하나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중학교 2학년 정도의 남학생이 서점 개점시간에 맞춰 들어와 서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저녁 늦게 나가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됐는데, 사연은 학생 아버지가 광화문 인근에 직장을 다니고 방학기간 마땅히 아이를 맞길 곳이 없어 서점에 두고 출근을 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이 성장해 아버지가 되었고 청소년기 서점에서 보낸 시간이 아버지에게서 밭은 가장 큰 유산이라 생각한다. 이 아버지는 이제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신의 아들에게 그 유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 이야기는 서점과 관련된 에피소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내용이다. 서점의 역할과 교육현장으로서의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편집기자들에게 책 한 권을 권해준다면
 개인적으로 우화형 책을 좋아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동화라고 이야기이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난관과 고통, 깨달음을 우화로 잘 다듬어 표현했다. 인간 삶의 과정을 애벌레의 환골탈태 속에 감동적으로 반영했다. 물론 읽어본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책장을 넘겨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