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 스토리<20>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뉴스 플랫폼이다. 현재 가입자 16억5000만명이 하루 평균 50분씩 이용한다. 이제까지 어떤 신문이나 방송도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져보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모바일 미디어시대 덕분이다. 페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미디어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2016년 5월 초 미국의 IT 전문 뉴스매체인 <기즈모도>는 “페이스북이 인기뉴스 노출 서비스인 ‘트렌딩 토픽’코너에서 보수적 성향의 뉴스 노출을 막아왔다”고 주장하는 전직 페이스북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트렌딩 토픽(trending topic)은 이용자들이 주목하는 주요 뉴스를 실시간으로 추려서 노출해주는 서비스로, 2014년 미국 지역에서 웹 버전으로 도입됐다. 한국 페이스북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사 3건을 오른쪽 상단에 보여주는 ‘트렌딩 토픽’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이 서비스가 페이스북 내에서 보인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참고해 ‘개인 맞춤식’으로 작동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보도를 통해,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뉴스 노출 때 보수 성향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는 전직 페이스북 큐레이터의 증언 인터뷰를 시발로 페이스북의 정치적 중립성 논쟁이 뜨거워진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 직원들이 최고경영자 저커버그에게 “도널드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페이스북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는 확대해석까지 낳고 있다.
여기에 영국신문 <가디언>도 가세했다. 5월 13일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입수해, “12명 안팎으로 구성된 편집팀이 트렌딩 토픽 서비스에 오를 뉴스의 선정에 간여해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부 가이드라인에는 24시간 가동되는 뉴스 편집팀이 트렌딩 토픽에 뉴스를 어떻게 내보내는 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사실상 편집자(큐레이터)의 판단에 맡겨 운용된다는 얘기다.
또 페이스북이 어떤 뉴스가 가치가 있는 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과 10개 정도의 뉴스매체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미국 국내 뉴스가 CNN, 폭스뉴스, BBC, 가디언,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야후 뉴스 등 10개 뉴스 사이트 중 최소 5개 이상에서 톱기사로 처리했을 경우엔 주요 뉴스라고 판단해도 된다는 등의 기준도 있다.
가디언은 “페이스북의 가이드라인은 AP통신 같은 전통 언론 조직의 편집 가이드라인과 매우 흡사하다”고 평가하면서 “이 가이드라인은 우파 미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주요 뉴스원으로 삼고 있는 매체 대부분이 보수파들이 보기엔 ‘자유주의적(liberal)’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모두의 목소리 담는 플랫폼”

페이스북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5월 12일 28쪽에 달하는 뉴스 선정지침을 공개하며, 편향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고 항변했다. 공개한 지침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우선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가장 인기 있는 기사를 정리한다. 이후 큐레이터들이 이를 정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주목할 만한 주제를 선별해 노출시킨다. 오소프스키 페이스북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은 “회사의 지침은 기사의 이념성과는 상관없이 트렌딩 토픽이 가장 중요한 인기 기사를 대변한다는 점을 보장해준다”고 밝히면서 “기사를 검토하는 큐레이터들이 정치적인 관점을 더하거나 혹은 이를 배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불을 끄러 나섰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여전히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우리 플랫폼이 정치적 편견 없이 콘텐츠를 노출한다는 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그들의 우려를 듣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열린 대화를 하고 싶었다”며 “우리 상품의 결백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 공동체는 진보부터 보수, 중도까지 다양한 배경과 이념을 가진 사용자 16억 명 이상을 아우른다. 우리의 성공은 사용자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다고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며 페이스북이 보수 뉴스 노출을 억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대선 주자들보다 페이스북상 팬이 많다. 폭스뉴스(보수적 TV채널)는 세계 어떤 뉴스 매체보다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상호작용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이 모든 아이디어를 위한 플랫폼으로 계속 남아 모두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간기업 페이스북의 목표는 무엇인가

페이스북의 모든 작동체계가 알고리즘 소프트웨어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던 사용자들은 이번 논란을 보면서 작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100% 알고리즘 판단력도 아니고 뉴스 큐레이터의 100% 판단력도 아닌 것이다. 민간기업 페이스북의 목표는 무엇인가. 보다 많은 지구촌 사용자들이 페북 상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즉 보다 많은 ‘페북 중독자’를 키워내는 것이다. 동시에 세계최대 관계망에 군침을 흘리는 많은 기업들(광고주)에게 최적의 마케팅 공간을 제공한다. 이리하여 페이스북은 세계최고의 주가와 세계최고의 기업가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 추구를 위해 페북의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변할 것이며 그 의도와 속셈은 끊임없이 의심받을 것이다. 페북의 중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은 미디어학계의 최고 쟁점이다. 나의 뉴스피드에 배열된 페친들의 포스팅은 온전히 나만의 성향과 추천과 선택으로만 나열될까. 나의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추천뉴스와 기업광고는 나를 어떻게 파악하고 나만의 우선순위로 다가왔을까.
알파고처럼 강력해지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이를 데스킹하는 큐레이터, 수많은 빅데이터를 입력 분류 분석하는 자료과학자들이 나의 페이스북을 휘젓고 있다. 세계최대 뉴스 유통권력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최강 ‘뉴스데스크’다. 페이스북이 거대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왜소해진다. 열혈 이용자인 나는 페북의 주체 같지만 사실은 잘 길들여진 객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