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로봇의 부상 앞에 놓인 신문, 아날로그의 반격은 가능할까”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포노사피엔스의 시대, 기존 뉴스 미디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디지털 문명의 시대, 미디어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종이 신문을 펼쳐 읽던 독자들의 손에는 이제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몇 백자, 몇 천자의 텍스트 대신 유튜브를 통해 숏폼 비디오 콘텐츠를 선호한다. 종이 신문은, 편집은 이대로 위기 속에 저물게 되는 것일까. 한국 신문 편집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부산에서 열렸다.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김선호)는 협회 창립 54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미디어 융합 시대, 편집기자의 새로운 역할 확장’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협회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자들은 첨단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기존 미디어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편집기자들 역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덕영 클릭트 대표이사는 20세기부터 등장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의 개념과 현주소에 대해 강연했다. 1960년대 유타대학의 이반 서덜랜드가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HMD서부터 21세기 럭키 팔머가 만든 Oculus rift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어쩌면 진짜가 아닌 현실을 체험하는 것에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진 생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했다. 글로써 전달되는 신문기사는 ‘편집’에 의해 사실이 더욱 명확해지고 이면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반면, VR은 VR로서 경험을 전달하는 새로운 문법과 방법론으로서의 새로운 편집이 존재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그 새로운 편집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곁들였다.
정인성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장은 일러스트는 편집기자들이 다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메시지 전달’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편집기자들이 사건기사 제목을 뽑을 때 독자와 당사자를 고려하는 것처럼, 일러스트를 그릴 때도 당사자가 됐다고 가정해서 직접적인 표현보다 간접적인 표현을 선택한다고 했다. 또한 편집기자들이 디자인팀과 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임을 강조했다. 디자인팀에 일러스트를 맡기기 전, 편집기자가 기사의 핵심내용을 잘 전달해주거나 제목을 뽑아서 주면 작업이 훨씬 수월해 진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인력에게 작업을 맡겨야 할 땐 기사 전체의 뉘앙스와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시 한 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연 시간을 짧게 해주는 강사가 최고의 강사”라며 큰 박수와 함께 시작한 박춘원 위즈메타 CEO 겸 한국외대대학원 겸임교수의 강연은 시작처럼 가볍지만은 않았다. 매스미디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편집기자들에게 다소 불편한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곳곳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박 교수는 직접 사진으로 담은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동영상을 보고 있는 장면을 이날 강연 중간에 소개했다. 이른바 ‘포노사피엔스’의 시대. 스마트폰의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가 가장 두렵고 불안하다는 요즘 세대는 콘텐츠 소비 패턴 자체가 기존세대와 많이 달라졌다. 핵심은 ‘유튜브’였다. 종이신문이 공략해야 할 독자들 중 젊고 어린 세대는 포털의 검색창 대신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본다. 이들은 긴 텍스트 대신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각적인 자료를 선호한다. 박 교수는 “매스미디어와 편집기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분명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뉴스편집의 변화 등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선호 협회장은 “편집기자들이 뉴미디어 등 큰 변화의 흐름 속에 뒤처지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작은 성취나마 얻기를 바란다”면서 “고민의 실타래가 단번에 풀릴 순 없겠지만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관련기사 2・3・5・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