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이철민의 편집이야기 <10> 디지털과 편집 下

 

‘아이패드도 종이를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구나’. 예전 뉴스 앱 개발에 몰두하면 할수록 확신이 들었던 건 생각이다. 아이패드도 역시 옆으로 넘겨보는 등 종이미디어의 병렬적 구조를 흉내 냈을 뿐이다. 결국 웹과 모바일처럼 수직으로 정보를 훑어내는 직렬적 구조의 한계가 보였다. 직렬적 구조에서 정보 읽기는 키워드 중심으로 읽는다. 그래서 단순팩트 위주로 듬성듬성 읽게 되고 눈으로만 읽고 사라져 버려 정보가 두뇌의 장기기억장치로 넘어가지 못하고 단기기억으로 끝나게 된다. 휘발성으로 뉴스가 사라져 버려 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병렬적 구조는 책과 잡지 신문 등 종이미디어만의 특징이다. 정보 옆에 정보가 놓인다.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있듯 종이미디어에 담긴 정보들은 가로선을 따라 맥락이 만들어 지며 통합화 된다. 이런 ‘라인읽기’를 통한 정보의 습득은 우리의 무의식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두뇌의 장기기억장치 속에 저장이 된다. 어떤 계기가 되면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된 정보가 불쑥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과 모바일 단순 뉴스와 사실 전달에는 강하지만 분석 해설 뉴스 등엔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종이와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이유다.



◇종이다이어리를 만드는 친구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종이 다이어리를 만드는 친구가 “앞으로 다이어리 시장이 디지털로 넘어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며 “다이어리 앱 개발을 하려한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친구의 종이 다이어리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얼마전 친구를 만났었다. 그 친구가 아이패드가 나오고 2년 정도는 종이다이어리 판매가 주춤했다가 3년 뒤부터는 더 잘 팔린다고 했다. 그러면서“아이패드가 종이 다이어리처럼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종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편집
 종이미디어의 경쟁력고 근본적으로 종이에서 나오긴 한다. 이런 종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편집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단순 팩트나 깊이가 얕은 분석기사 5~7개 꼭지를 지면에다 구겨 넣는 편집이 대부분이다. 이런 기사들은 디지털과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이 뉴스를 스캔하고 빨리 캐치하는데 더 편리한데 왜 종이로 뉴스를 보겠나.



◇maintain control & devolve control
마크 포터는 10년 전 가디언을 혁신할 때 종이와 온라인의 투 트랙 전략 4가지도 함께 제시했다. 종이는 완성형(complete)으로, 통제를 유지(maintain control)하고, 정적(static)이며, 집중(centralized)으로 가고 웹은 끝냄이 없이(unfinished) 통제를 제거(devolve control)하고 동적(dynamic) 이며, 확산(distributed)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종이와 온라인의 특징을 잘 파악한 전략이다. 모바일 시대에도 포터의 차별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편집기자의 미래는 그대가 만드는 것이다. 종이에서도 디지털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