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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북해도 가족여행 마지막날 강진… 그날부터 ‘고난의 행군’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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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8-10-01 16: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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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2

    아주경제 김효곤 차장, 日 지진 탈출기


    잠결 건물 흔들리더니 정전・단수
    호텔 13층 걸어서 오르락 내리락
    철도·렌터카·택시 다 끊겨 고립
    편의점에서 30분 줄서기는 기본
    그 와중에 항공사는 티켓 장사


     

    9월6일 새벽 3시 7분 잠결에 난생 처음 건물의 흔들림을 경험했다. 또 흔들림이 전해졌다. 이번엔 깨어 있어서 또렷이 느껴졌다. 그런데 13층이기도 하고 내려가기 귀찮았다. 몇 시간 후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생각에 다시 잠을 잤다. 안전 불감증이었다.
    13층을 걸어 내려와 조식을 먹고 호텔에 렌터카를 꺼내 달라고 했다. 지진으로 주차타워가 정전돼서 가동이 안 된다고 했다. 12시까지 치토세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항의를 하니 공항도 폐쇄됐고 오늘 안에는 차량을 꺼낼 수 없다고 했다. 뭔가 크게 잘못 돼감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공항폐쇄, 항공편 결항, 렌터카 반납 위약금, 와이파이도시락 반납위약금, 일본유심 종료 등 해결해야 할 거리가 산더미처럼 밀려왔다.
    일단 항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에 연락했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고 로밍요금만 올라갔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항공권을 잡아 달라고 했다. 친구는 잠깐 사이에 항공료가 폭등, 150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나는 진에어 특가로 왕복 70만원 결제했는데 편도가 150만원? 이 상황에 티켓 갖고 장사를 하다니 나쁜 X들! 분노도 잠시 이번 여행은 여행자보험도 안 들은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렌터카를 알아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렌트한 업체는 정전으로 시스템이 마비돼서 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차량만 반납하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오늘 공항으로 가기보단 하루 더 숙소에 묵기로 했다. 호텔 직원은 청소 X, 식사 X, 모든 서비스가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묵게만 해달라고 사정해서 하루를 더 투숙하기로 했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은 이미 인산인해 했다. 30분가량 줄서서 물과 음료를 샀다.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종류는 이미 동이 나고 없었다.
    호텔로 올라와 지진으로 휴가가 길어질 것 같다고 국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와이파이를 연장했다.
    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삿포로중앙역으로 갔다. 오후 5시쯤이었는데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역에서 나오고 있었다. 지진으로 정전과 단수가 됐는데도 회사에 출근하다니 일본 샐러리맨의 비애가 느껴졌다.
    삿포로시 최대의 번화가 스스키노역 주변도 모두 정전이라 신호등도 꺼져있고 상점들은 다 문을 닫은 상태였다. 불안함은 더욱 커졌다. 그때 반가운 소식이 날아 왔다. 결항한 항공권이 8일 예약됐다고 메일이 왔다.
    삿포로중앙역에 도착하니 JR선은 지진으로 내일 오전까지 전체 열차가 운행을 안 한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저녁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편의점을 찾아 시내를 돌아다녔다. 암흑이 돼버린 도심에는 좀비처럼 식량을 찾아 이곳저곳 전전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2시간가량 편의점을 찾아 전전하다 겨우 빵과 음료를 구매했다. 전날 봤던 네온사인은 온통 암흑세상이 됐고 우리는 불 꺼진 숙소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를 켜고 빵과 음료로 허기를 달랬다.
    7일 새벽 5시경 숙소에 전기가 들어왔다. 스마트폰과 배터리를 최대한 충전했다. 단수됐던 화장실의 물도 내려갔다. 하루 동안 참았던 용변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8일 항공권이 예약돼있으니 최대한 공항으로 이동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렌터카를 알아봤는데 4군데 모두 안전상의 문제로 대여가 안 됐다. 우버와 일본택시를 불렀지만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치토세공항으로 갈 방법은 기차밖에 없었다.
    퇴실을 하려니 무료로 하루 더 있게 해준 호텔 측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번역기를 돌려 메모지에 “하루 더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일본의 재건을 바랍니다. 파이팅!” 이라는 일본어를 딸아이가 써서 내밀었다. 직원은 환한 미소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말했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인 삿포로중앙역으로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다. 삿포로중앙역에 도착할 때쯤 택시를 급하게 잡았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번역앱을 써서 치토세공항으로 가달라고 했더니 고민을 하다가 “OK”라는 손동작을 보였다. 삿포로에서 공항까지는 약 40~50분, 택시비를 물어보니 12,500엔(12만5000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택시비로 12만원을 내다니…. 혹시 몰라 구글 지도를 켜고 있었는데 자꾸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도를 보여주며 이쪽으로 가면 안 되냐고 묻자 양손을 X자로 표시하며 “셧다운”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는 상당 부분 통행 금지됐다는 것이다. 만약 택시를 안 타고 렌트를 했다면… 아찔했다. 2시간 걸려 공항에 도착하니 미터계에 12,900엔이 나왔다. 기사님은 10,000엔만 받겠다며 나머지는 돌려줬다.
    치토세공항에 도착하니 탈출인파로 북적였다. 대기하는 중간중간 여진이 발생했다. 어차피 오늘은 노숙해야 하니 쉴 수 있는 곳을 물색했다. 화장실이 근처에 있고 전기를 쓸 수 있는 명당을 찾았다. 아이들과 캐리어를 풀어 놓고 다시 식량을 찾아 편의점으로 갔다. 그 큰 치토세공항에 문을 연 편의점은 하나밖에 없었다. 1시간을 기다려 빵과 음료, 소시지를 사서 허기를 달랬다. 밤이 늦어지자 공항에서 모포를 나눠줘 아이들과 뜬눈으로 노숙을 했다.
    8일 아침 국제선이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짐을 옮겼다. 그리고 또 몇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딸에게 여행의 소감을 묻자 무섭고 배고픈 여행이었다고 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인들의 침착함과 의연한 태도였다. 우리나라에선 그냥 지진이 안 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혹시 일본여행을 간다면 호텔은 3~5층, 여행자보험은 꼭 들길.

    첨부파일 김효곤 지진탈출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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