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에세이 <2> 이승환 ㅍㅍㅅㅅ 대표이승환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는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신정아 사건을 통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화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IT 업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핀터레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서다. 사진을 클리핑하여 자신만의 콜렉션을 만드는 소셜 서비스 핀터레스트는 기업가치 12조를 인정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후 해외에서 큐레이션은 새로운 IT 서비스는 물론,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서비스에도 그 이름이 붙었다. RSS를 통해 글을 구독해 볼 수 있는 피들리,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형태이지만 개개인의 프로필이 중시되는 쿼라,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공유할 수 있는 슬라이드쉐어, 여러 사람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원하는대로 정렬할 수 있는 스토리파이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큐레이션 미디어’라는 미디어 사업 모델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그저 인기를 끄는? 혹은 끌 법한? 소재를 그대로 베껴서 옮기는 수준의 콘텐츠가 난무한다. 이것은 큐레이션이 아니다. 그저 이름을 좋게 포장했을 뿐, 흔히들 업계에서 ‘우라까이’라 부르는 베껴쓰기일 따름이다.
‘큐레이터’라는 이름은 멋져 보이지만, 사실 언론은 기백년 전부터 이런 활동을 계속해 왔다. 신문은 어떤 뉴스를 1면에 실을지, 어떤 뉴스를 제외할지 결정한다. 같은 뉴스라도 어떤 느낌으로 전달할지 헤드와 본문을 세심히 다듬는다. 방송도 마찬가지. 몇 시에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할지, 또 그 안에서도 어느 토픽을 메인으로 배치하고 시간을 얼마나 배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결국, 미디어는 편집의 연속이다. 이런 생태계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 하에 무너지고 있는 것은, 유통 플랫폼의 파워가 전파와 윤전기에서 웹과 모바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자극적인 가십으로 관심을 몰리게 만들었다. 편집의 묘는 점점 묻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여전히 편집은 중요하다. ‘큐레이션’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아도,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받기 힘든 지금 시점이기에 편집이 요구되는 것이다. 새로운 편집의 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그렇지 않나.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