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스토리 <15>




당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은 몇 개인가. 기본 수십 개에 100개 이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앱들을 두루 활용하고 있는가. 스마트폰 이용자는 한 달에 평균 27개의 앱을 사용하는데 사용시간의 79%가 5개의 앱에 집중된다고 한다.(미국 액티베이트 ‘미디어전망 2016’)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수가 12억 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앱의 활용은 집중과 치명적인 독점현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즉 플랫폼이 되는 앱은 융성하고 플랫폼이 되지 못하는 앱은 야멸차게 사장된다.


◇플랫폼을 가진 자가 진정한 승리자
 플랫폼(platform)이 인터넷 생태계를 재설계하고 있다. 플랫폼은 무엇인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말한다. 목적지를 가려는 승객과 운송수단이 만나는 접합지점이다. 서울역 플랫폼은 항상 오가는 승객으로 붐비지만 이름 모를 시골역 플랫폼은 하루 종일 쓸쓸하다. 이제 플랫폼은 인터넷 정거장으로 재탄생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인터넷이용자와 사업자, 콘텐트 제공자 등 다양한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와글와글 만나는 공간이 플랫폼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30억 인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현재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를 주름잡고 있는 거대 플랫폼은 소위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특화시켜 영상콘텐츠 유통시장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13억 명 거대 중국 플랫폼 시장은 ‘B-A-T’가 휩쓸고 있다. 즉 인터넷 검색의 ‘바이두’, 전자상거래의 ‘알리바바’, 모바일메신저 플랫폼인 ‘텐센트’이다.
한국의 경우 네트워크나 단말기의 경쟁력은 국내 기업이 갖추고 있지만 플랫폼이나 콘텐츠 경쟁력은 취약하다. 검색 시장은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가 상대적 우위를 지키며 맹주를 자처하고 있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가 휩쓸고 있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페이스북이 장악하고 있다. 운영체제(OS)나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지배하고 있다.
애플의 주식 시가총액은 한때 7000억 달러(약 824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 1년 예산의 2배를 넘는다. 2006년 세계 기업 시가총액 3위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변변한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지 못하고 점유율 급락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리고 만다.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스턴트 아티클’을 주목하라
2016년 세계 미디어 업계가 페이스북의 행보에 안절부절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바로 2015년 5월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론칭한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서비스 때문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세계 15억명, 한국도 1600만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뉴스 소비 비중이 포털을 추월했다. 바로 페이스북이 그 도도한 흐름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미디어인 위키트리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페이지뷰의 대부분을 페이스북을 통해 얻는다.
종이신문 독자가 희귀해진 환경에서 페이스북이 모바일 뉴스의 새로운 ‘갑’이 될 조짐이 확연해 보인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이 언론사 링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뉴스피드에서 콘텐츠를 보여 주는 서비스다. 기존 모바일에서 기사를 보는 것보다 1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클릭하면 1초도 안 돼 기사를 불러낸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는 페이스북 독자를 자사 사이트로 유입시킬 수 없고, 광고수익도 얻을 수 없다.
이때 페이스북은 언론사에게 당근을 내민다. 인스턴트 아티클을 통해 소비되는 뉴스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제휴 언론사에 준다. 현재 미국에선 뉴욕타임스 등 350여개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하고 있다. 2016년엔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한국에선 지상파 SBS가 국내 언론사중 유일하게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의 파트너가 됐다. SBS는 국내 언론사중 팔로워 수가 64만 명으로 가장 많으며, 카드뉴스로 유명한 ‘스브스뉴스’가 강점이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 안에서 곧바로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뉴스를 바로 읽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안에서 일반 뉴스를 전부 소비한다면 기존 언론사 홈페이지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뉴스 유통으로 네티즌을 붙잡아 두었던 ‘네이버’와 ‘다음’은 2016년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월 평균 순방문자(UV)가 2억명에 이르는 세계적 소셜미디어 업체 버즈피드(Buzzfeed)도 20016년 초 국내 상륙한다. 국내 인력 채용으로 한국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예정이어서 포털 및 미디어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버즈피드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소셜미디어로 꼽힌다. 현재 뉴욕 본사를 포함해 영국, 독일, 캐나다, 인도 등 10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1,200명에 이른다. ‘30세가 되기 전 꼭 해야 하는 10가지 방법’처럼 목록(리스트)과 기사(아티클)를 결합한 형식의 ‘리스티클’을 주로 생산했지만 점차 일반 뉴스 보도로 영역을 넓혀 2015년 49석뿐인 백악관 기자실까지 입성했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혁신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매체로 버즈피드를 꼽기도 했다.


◇SK와 CJ의 방송 통신판 ‘빅딜’
2015년 10월 국내 이동통신 미디어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SK와 CJ가 방송 통신판 ‘빅딜’을 단행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료방송 업계 점유율을 넓히려는 SK와 콘텐츠 중심 사업에 몰두하려는 CJ의 이번 결정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지상파 우위체제가 몰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 329만여 명과 CJ헬로비전 415만여 명 등 750만여 명을 확보, 유료방송 시장 2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게 된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9%를 기록하고 있는 KT와 공조할 경우 양사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지상파 재전송률이 60%에 육박해 지상파와의 협상테이블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제 협상력이 낮아진 지상파는 을이 되는 것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플랫폼 구축을 노리는 데이터기업, 콘텐츠 제작자(기존 언론사 포함), 유통업자들이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려는 경향성을 강화할 것이다. 많은 인수 합병으로 통신미디어 업계가 출렁거릴 것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미디어 경계는 사라지고 오직 플랫폼 장악 여부가 생사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