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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여전히 머나먼 워라밸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8-08-31 1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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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1

     

     

    #. 오전 10시 ㄱ신문 편집국. 아무도 없다. 왁자지껄은커녕 적막한 사무실에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휴가시즌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주 52시간제가 시작된 이후 편집부는 오전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A기자는 오늘 가끔 한번 돌아오는 당번이다. 오후에 있을 지면계획을 점검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하나둘 자리가 채워진다. 오후 출근이 고정되면서 옆자리 선배와 언제 점심을 같이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 ㄷ일보 C부장은 지난 7월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그림의 떡으로 여겨왔던 주 5일 근무를 자의 반 타의 반 실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6월까지만 해도 주 6일, 하루 13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렸다. 주당 근로시간 평균 80시간이 넘었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하면 버텨왔다. 때로는 편집기자의 숙명이려니 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체의 근로시간 단축(주 최장 52시간)이 의무화됨에 따라 시늉이라도 단축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A부장은 ‘주 5일, 하루 10시간’ 주 52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선에서 자체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정했다. 하지만 실상은 주 이틀 휴무를 간신히 보장받았을 뿐, 여전히 아침 10시 출근, 밤 11시 퇴근 이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 새벽 4시, 잇따른 알람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출근할 시간이다. 이번 주는 5시부터 새벽근무다. ㄴ신문 B기자는 디지털로 옮긴 뒤 주52시간제는 더 확실해졌다. 새벽, 낮, 심야근무를 번갈아가며 한다. 선후배와의 술자리도 귀해졌다. 일단 얼굴을 보기조차 쉽지 않다. 쉬는 날은 많아졌지만 달라지는 근무 패턴에 적응이 쉽지는 않다. 게다가 휴일근무가 줄면서 월급봉투도 얇아졌다. 애들 학원비는 늘어가는데 걱정이다.
    주 52시간제 시행 두 달, 편집기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저녁 있는 삶’을 숙명처럼 포기하고 사는 편집기자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시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300인 이상 신문사와 통신사들도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란 하루 8시간씩 주당 5일 ‘주 40시간 근로’가 기본이며 불가피할 경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300인 이하일 경우 주 52시간제는 1년간 유예되고 내년 6월 30일까지 주 68시간(휴일근로 16시간 추가)제가 적용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언론사 기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약 10시간5분으로 법정시간을 2시간가량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별로 보면 정치부(10시간45분), 사회부(10시간40분) 순으로 노동시간이 길었다. 정치부와 사회부, 스포츠부까지 핫이슈들을 다 관할해야 하는 편집부는 늘 10시간 이상의 업무를 해 온 것이 사실이었다.
    편집기자협회서 조사해 본 결과 크게 영향을 받는 회원사와 무관한 회원사로 나뉘었다.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후 출근을 공식화 한 회원사들도 많았다.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근시간을 늦춘 것이다.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지역 회원사들은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업무강도가 세졌다는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기존 6일에 걸쳐 하던 일을 주 5일제 시행으로 5일 만에 한다는 회원사도 있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원은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주 52시간제 시행의 취지에는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서 과중한 업무를 줄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인력 충원은 어디나 ‘딴나라 이야기’ 였다.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신문편집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편집기자들은 더 많은 압박을 요구받고 있다. 52시간제 시행 뒤에 편집기자를 늘린 회원사는 거의 없었다.
    휴일수당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큰 타격이었다. 금‧토 이틀 휴무가 고정된 회원사뿐만 아니라 평일에 강제로 대체휴무를 하게 되면서 휴일수당이 사라졌다. 대신 대휴를 가는 편집기자의 일은 고스란히 출근한 기자들의 몫으로 떨어졌다. 모 회원은 “주5일제 한다고 일을 덜 하는 건 아닌데 휴일수당이 줄어 애들 학원을 2개는 줄여야 할 정도”라며 울상을 지었다. 또 “월급은 줄고 휴일만 늘면 뭐 하냐”며 볼멘소리를 덧붙였다.
    취재부서의 52시간 시행 뒤치다꺼리를 그대로 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취재부서의 경우 일부는 오전 7~8시에 출근, 오후 4~5시 퇴근식으로 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불만은 많다. “공식적으로는 퇴근이지만 그렇다고 취재를 하다말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 퇴근’한 취재기자와 통화‧SNS를 하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편집은 편집대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야간 근무 때는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팩트 확인과 보완 책임까지 더 스트레스가 가중됐다는 회원도 많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젊은 기자들도 있었다. 편집부 인원이 줄고 업무 부담이 커지기는 하지만 출근 시간이 1~2시간 늦춰진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숨 쉴 여유가 생겼다”는 편집기자들도 있었다. 취학 전 유아를 둔 회원들은 육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만족감을 보이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편집기자들은 늦춰진 출근으로 7~8월 방학기간만이라도 오전시간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됐다. 고참급 기자들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나 인생 이모작을 위한 시간을 모색하기도 한다. 어차피 ‘저녁이 없는 삶’이지만 그나마 ‘오전이 있는 삶’의 숨통이 열렸다는 반응이다.▶ 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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