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이철민의 편집이야기 <8> 디지털과 편집上


디지털의 위협 속에 편집기자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다. 그대들,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편집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으니까.
사실 편집기자 위기론도 이제 좀 지겹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편집기자에게 위기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안주하면 미래도 단언컨대 없다. 지면을 빌어 내 이야기를 조금 하고자한다. 편집기자로서 디지털 경험에 관한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을 대하거나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디지털 경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






 

◇매경 ‘미디어톤’ 행사서 맛 본 신선함4
 지난 11월 1일 매일경제 12층 ‘MK미디어톤(미디어 해커톤’행사 시상식에 다녀왔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미디어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기획한 아이디어를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대회다. 디지털에서 미디어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해 보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기자 PD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미디어 콘텐츠를 재료로 48시간 안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70여명이 참여하고 9개팀 정도가 본선 경쟁을 벌였다. 각 팀에는 매경, 경향, 국민일보 기자도 있었다. 벤처캐피털, 대학생 등 외부인력도 함께 했다.
한경 기자인 내가 매경 사옥에 들어가는 건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강력한 호기심 덕분에 무턱대고 찾아갈 수 있는 용기가 불끈 솟았다. 어떤 팀이 무얼 어떻게 만드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매경 손재권 기자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행사다. 휴대폰 카톡 단톡방에 같이 속해 있다는 핑계로 얼굴에 철판 깔고 대범한 척 부탁했다. “거기 재미있을 것 같은데 구경하러 가도 되나요?”라고. 손 기자는 흔쾌히 “그럼요. 꼭 오세요”라 답했다. 속으로 ‘오, 이 친구 제법 화끈 하네’란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톤 대상은 언론사 데이터베이스(DB)에서 잠자는 사진들을 활용해 만든 ‘틀린 그림 찾기’앱이 차지했다. 사진과 영상에서 틀린 그림 찾기 게임을 하고 관련 뉴스를 소개하는 앱이다. 돈을 내야만 악플을 달 수 있는 앱, 로봇이 온라인상에서 공시 내용을 자동 추출해 독자들에게 SNS로 리포팅하는 앱이 2, 3등 했다. 이외에도 2040 전용 뉴스 큐레이션 앱, 해외에 한국 스타트업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 앱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앱도 많았다. 수상한 팀에게는 사회자가 즉석에서 투자 제의를 하기도 했다.


◇문득 떠올랐던 나의 뉴스게임 앱 아이디어
 많은 아이디어들이 툭툭 튀어나온 미디어톤 행사를 보면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틀린 그림 찾기’게임 앱을 보자마자 5년 전 내가 구상하고 있었던 뉴스게임 앱이 머릿속에서 툭 떠올랐다. 한경 아이패드 전용 앱을 기획하고 개발할 때였다. 아이패드 앱을 개발하면서도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후속 앱으로 뉴스+게임 앱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한메타자교사’ 게임에서 얻었다. 낱말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대신 뉴스 헤드라인이 떨어지고 독자가 내려앉는 헤드라인을 터치하면 점수가 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기사 페이지를 터치하면 점수를 더 주고 기사 페이지에 붙어있는 광고화면을 터치하면 또 추가 점수를 준다.
한 달에 한 번씩 점수가 가장 높은 독자들 10명에게는 문화상품권으로 보상하려고 했다. 물론 문화상품권 비용은 광고를 한 해당기업에서 내게 하는 구조다. 독자들은 헤드라인을 터치하고 점수를 쌓고 문화상품권을 받아가고…. 뉴스+게임+리워드시스템까지 합쳐진 앱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게임을 만들려면 별도의 게임엔진 필요한데 그 당시엔 엔진 구입비용이 1억이 넘었다. 높은 비용이 부담이었다. 요즘엔 디지털에 1억원 투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이패드가 국내 상륙하기도 전인 당시에는 아이패드용 콘텐츠에 1억원 이상 투자하는 것은 정말 큰 모험이었다.
이외에도 수출 등 좋은 뉴스가 뜨면 파란불, 손실 비리 등 안 좋은 뉴스가 뜨면 빨간불, 채용 뉴스가 뜨면 녹색불로 표시되는 100대 상장기업 뉴스 앱 등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기획실 디지털 전략팀에 근무할 때는 후배 박종서 기자와 함께 주식게임 앱도 생각했다. 실제로 4년전 한경TV와 협업으로 외주사에 개발을 맡겨 내놓기도 했지만 잘 되진 않았다. 얼마 전 블룸버그가 주식게임 앱을 만들어 큰 재미를 보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후배랑‘헉~’하고 놀라기도 했다.





 

◇앱 개발경험은 내 편집인생의 특이점

 지난 2010년 6월인가 7월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윗분 중 한분이 잠깐 보자고 부르더니 대뜸 “아이패드 뉴스 앱 네가 개발해”라고 명령하다시피 말했다. “예? 아니 그건 닷컴에 맡기셔야죠. 왜…”라고 했더니 “이건 아이폰과 달라. 화면이 무지 커”하며 아이패드를 내게 건넸다. 미국에서 줄서서 구매해 온 것이라고 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좀…” “뭐? 너 편집하잖아. 종이에 편집하는 거나 화면에 편집하는 거나 원리는 똑같잖아. 그냥 해”라며 떠밀었다. 그리고 딱 한가지만 주문했다. “매경보다 무조건 빨리 내놔”였다. 그러곤 며칠 뒤 기획실로 발령 냈다. 건네받은 아이패드를 하루 종일 만지작거렸다. 신세계였다. 손으로 몇 번 넘겨 보다보니 ‘이거 재미있네. 종이책을 위협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직관적으로 느꼈다. 화면이 커서 종이신문처럼 편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일단 월지, FT, 뉴욕타임스, USA투데이를 분석했다.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디자인이 다 달랐다. 아이패드란 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물건이라 사실 모든 언론사마다 같은 조건의 출발선상에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미디어마다 디자인적 출발점이 달랐다. 종이신문처럼 보이도록 한 월지, 웹페이지를 닮은 USA투데이 등 마치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디자인은 우리 것이다’라고 싸우는 듯 보였다.
뉴스 앱은 다행히(?) 매경보다 먼저 내놨다. 국내 신문사 중에서도 처음이었다. 세계 최초로 넣은 기능도 있었다.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3초 이상 누르고 있으면 경제사전이 툭 튀어나오는 기능이다. 열 개인 손가락과 터치횟수를 조합하면 주소록이 뜨거나 관련기사 목록이 옆에서 쑥 나오는 등 특정 기능을 거의 무제한대로 넣을 수가 있다. 이런 기능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건 내게 정말 도전적인 일이었다. 몰입 드라이브가 걸렸을 땐 짜릿했을 정도다. 세계 최초로 시도한 건 또 있다. 초기화면 로딩바가 움직임에 따라 K5 자동차가 달려가는 듯한 효과, 그 K5 가 지면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칼럼과 칼럼 사이를 도로로 이용해 굴러간다. 이걸 구현하기 위해 이노션 디자이너와 현대기아차 담당자들을 자주 만났었다.
아무튼 강남에 있는 개발사에서 거의 먹고 자는 등 살다시피 했다.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건 부지기수고 나 때문에 개발자가 집에도 못 들어간 적도 많다. 후에 그 개발자를 스카우트 하자고 회사에 건의해 데려와 버렸다. 무더웠던 여름날 한 가지 위안이 됐던 건 점심시간이다. 개발회사가 가로수 길에 있어 밥 먹으러 나갈 때마다 모델 같은 아가씨들이 길거리에 바글바글, 눈이 참 호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이후로 디지털 미디어에 급 관심을 갖게 됐고 IT업종 사람들과 만남이 잦아졌다. 정보화진흥원, LG유플러스, 게임회사 SK텔레콤 스타트업 출신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 스터디 모임도 가졌다. 스터디는 아이드론 대표가 나와서 드론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는 식이다. 모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지금 내 인맥의 절반 이상은 IT업종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유사 미디어 기능을 하는 모바일 광고앱 텐핑
 최근 스터디에선 텐핑의 고준성 대표가 나와서 사업구상을 설명했다. 텐핑(10PING)은 텍스트 콘텐츠를 친구에게 메시지와 SNS로 공유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모바일 광고서비스다. 예를 들어‘겨울에 트래킹하기 좋은 산 5곳’이라는 콘텐츠를 관광공사에서 광고를 하면 텐핑에 가입된 사람들이 친구 등 지인에게 SNS로 콘텐츠를 공유한다. 공유가 많을수록 포인트가 싸이고 나중에 현금 교환할 수 있다. 돈은 관광공사에서 지불하는 구조다. 마케팅 메시지가 담긴 정보성 콘텐츠를 각종 SNS 및 블로그, 웹서비스, 모바일앱 등에 자연스러운 형태로 퍼트려주는 네이티브 광고 형태다. 이미 백여 개의 광고주가 6백여 개의 콘텐츠를 퍼트렸다.
얼마 전 텐핑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리즈 A를 투자 유치했다. 시리즈 A면 투자 금액이 보통 10억 단위 이상이고 시리즈 B는 100억 단위 이상이다. 쏘카는 최근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일단 시리즈 A를 투자 유치했다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고 시리즈 B는 수익모델이 거의 검증됐다고 보는 단계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시리즈 A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송형 미디어 커머스 우먼스톡1
 우먼스톡 김강일 대표도 2주전 선릉역 디캠프에서 열린 스터디워크숍에서 사업 런칭과 현황에 대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우먼스톡은 연예인이 직접 뷰티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송형 미디어 커머스다. 연예인이 직접 출연해서 화장품을 소개, 메이크업 팁, 노하우를 주고 영상을 통해서 뷰티 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뷰티전문 미디어 커머스이다. 업체 제품 동영상 제작은 무료다. 우먼스톡도 최근 일본으로부터 시리즈 A 유치에 성공했다. 우먼스톡은 홈쇼핑과 유사한 서비스지만 모바일로 서비스된다는 게 다르다. 얼마전 수지 도플갱어 메이크업 기은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보성을 강화한 광고, 미디어의 영역을 탐하다
 내러티브 광고가 유행이다. 텐핑이나 우먼스톡의 핵심 콘텐츠는 정보성 광고다. 데이트하기 좋은 곳 톱10 같은 내용들은 SNS로 퍼나르기 딱 좋다. 연예인들이 나와 직접 화자비법을 말해주면 K뷰티 영향으로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뚫어지게 본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같은 잡지 속에서도 기사 옆에 같은 컬러와 그래픽으로 내러티브 광고가 붙어있다. 얼핏 보기엔 뉴스의 연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콘텐츠 + 알파가 필요한 신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들은 기존 콘텐츠에 어떤 걸 덧붙이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 뉴스에 게임을 더하든 정보에 광고를 더하든 어떻게든 기존 콘텐츠에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
지금 신문사들에게 있어 발등의 불은 기존 아날로그 콘텐츠를 어떻게 디지털로 변환하고 모바일에 옮겨 넣느냐이다. 심각하게 서둘러야 하는데 경영진 측은 아직도 그 중요성을 인지 못하는 것 같다.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잘 옮겨놓고 있는 예는 조선일보에 한 컷 짜리 삽화와 2~3줄의 정보를 담은 리빙포인트다. 신문에는 1단 4~5cm 크기에 불과하지만 조선은 이걸 3~4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놓았다. 조회 수도 제법 많다. 가끔 네이버 메인에 뜨기도 한다. 아시아경제신문의 파고다 기획도 온오프 콘텐츠가 잘 조화된 예이다. 오프라인 콘텐츠를 디지털로 돌려놓으면 돈이 될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콘텐츠에 알파를 더하거나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것은 기획의 영역이기에 편집기자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정보에다 다른 정보를 덧붙이거나 재분류하는 것도 편집의 일이다.


◇편집기자가 온라인 제목 달기로 빠져선 안돼
 일부 신문은 편집기자에게 편집도 하고 온라인 제목도 달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편집기자를 하나의 기능인으로 보는 처사다. 시간 남으니 온라인 제목도 단다? 편집을 모르고 하는 헛소리다.
온라인 제목을 다는 순간부터 편집기자들은 부속 기능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온라인제목은 마감이 없기에 끝도 없다. 퇴근시간까지 물량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아무리 세련되게 대구를 맞춰 임팩트 있게 달아봐도 종이신문 제목 만큼의 효과도 없다. 한 줄의 제약상 종이신문처럼 달 수도 없다. 팩트를 나열하거나 낚시성이거나 크게 둘 중 하나 밖에 달 수 없다. 디지털에서 편집기자는 좀더 큰 꿈을 꾸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