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스토리 <13>


 

카드뉴스가 뉴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카드뉴스’는 요즘 쟁점으로 떠오른 주요 이슈를 상징적 이미지와 단순명쾌한 헤드라인으로 요점 정리한 뉴스를 말한다. 긴 문장기사를 스크롤을 내리면서 읽는 대신, 10장 안팎의 비주얼 정보카드를 한 장씩 넘겨가며 보는 형식이다. 읽는 행위보다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신문열독률이 뚝뚝 떨어지고 TV ‘안방극장’ 개념이 사라진 모바일시대에 걸맞는 맞춤뉴스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페이스북에서 주목도와 전파력이 크다.
감동적이거나 공감력을 발휘한 카드뉴스의 경우 ‘좋아요’가 쇄도하고 일파만파로 공유된다. 신문사 방송사를 망라해 모든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카드뉴스 제작팀을 신설하고 강화하는 이유다. 방송사 뉴스앵커가 카드뉴스를 터치하면서 뉴스해설을 하는 진행하는 코너도 점차 늘고 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웹툰도 ‘카드웹툰’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도 신제품 홍보나 정책 홍보를 Q&A 형식의 카드뉴스로 만들어 SNS에 뿌리고 있을 정도다. 카드뉴스는 블랙홀처럼 뉴스 소비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카드뉴스는 편집력이 요체다
 사건발생을 최초로 알리는 스트레이트 뉴스가 아니다. 긴급 속보도 아니며 단순 자막 뉴스도 아니다. 기사 리드를 중시하는 역피라미드식 기사 구성(기사 리드에서 기사 결론을 밝히는 방식)과도 차별화된다. 옆으로 넘기면서 보는 뉴스는 ‘다음 화면엔 무슨 비주얼 정보가 등장할까’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인쇄된 종이신문을 읽는 행위와 전혀 다르다. 기승전결이든 서론-본론-결론이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식으로든 여러 가지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단 압축 요약하고 핵심 정리하는 편집능력이 요체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이 넘어가는 장문의 해설기사를 10~15개의 문장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편집력이 필수다. 카드뉴스 편집자(기획자 구성작가 웹디자이너 포함)는 뉴스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차별화된 정보와 강한 이미지를 담아야 뉴스 소구력과 가독성이 높아진다. 카드뉴스는 틀에 박힌 무미건조체 문장과 긴 내용을 거부한다. 간단하게 기술하되 뉴스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생명이다.
넘치는 신문기사들, 방송 동영상클립들, 복잡다단한 통계와 CG. 이들을 선별하여 엮고 묶고 추리는 편집행위가 긴요하다. 편집력이란 무엇인가. 나열된 팩트 속에서 본질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심금을 울리는 진실의 한 문장을 읊는 것이다.



◇카드뉴스는 모바일시대 최적화된 뉴스다
 카드뉴스는 스마트폰 모바일시대에 최적화된 뉴스다. 이미지와 결합한 짧은 뉴스는 출퇴근 시간에 휴대전화를 열고 웹툰 보듯이 가볍게 볼 수 있다. 비주얼 정보가 먼저 다가오기에 텍스트뉴스보다 인간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미지 정보는 문자 정보보다 힘이 세다. ‘이미지+헤드라인’으로 이슈를 재구성한 스마트폰 맞춤형 뉴스의 파도가 밀려온다. ‘모바일 퍼스트’전략에도 부합한다. 다만 전문성, 심층성이 부족하고 파편화된 단편성이 태생적 한계이다.
다양한 매체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소비하면서 분석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읽기, 쓰기, 말하기, 미디어 해독력을 종합한 개념이다. 카드뉴스는 이미지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캐리커처 동영상 컴퓨터그래픽 음악 미술작품과 융합 결합하기에 친절하고 입체적이며 인상적이다. 그래서 카드뉴스는 미디어 리터러시 효과가 탁월한 첨단 뉴스 버전이다.
텍스트를 읽기 싫어하고 긴 신문 기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카드뉴스는 ‘스토리뉴스’ ‘슬라이드뉴스’ ‘스낵뉴스’ ‘생생 브리핑뉴스’ 등의 형태로 다가갈 수 있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읽기 위주의 텍스트로는 맥락 파악이 어려운 기사를 보여주기식 ‘도식화’를 통해 뉴스 이해력을 쑥쑥 키우는 것이다.



◇편집자의 직관력이 관건이다
 미디어 소비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스낵 컬처(Snack Culture)’시대다. 진지한 종이신문이 홀로 쓸쓸하고 철옹성 같았던 지상파 방송이 그저 그런 단순 채널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이 틈새에서 카드뉴스는 주목성 있는 시각적 콘텐츠로서 문자 텍스트의 한계와 동영상의 번잡함을 동시에 지양하고 있다. 카드뉴스의 미덕은 제작비용 측면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라는 것. 언론사가 기존 취재 내용(신문지면이든 뉴스 동영상클립이든)을 재가공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저렴하다.
복잡다단한 21세기 멀티미디어 세계를 꿰뚫는 기민한 편집자. 그의 직관이 관건이다. 풀 미디어(Pull media·언론사 홈페이지나 뉴스 메인 페이지)가 푸시 미디어(Push media·독자들이 모인 곳을 직접 찾아가는 미디어)에 밀리고 있음이 미디어계 대세다. 신문 고정 독자의 시대, TV ‘본방사수’의 시대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이제 뉴스콘텐츠는 메인스타디움 관중을 기다리지 말고 뉴스 관객이 머물고 있는 객석 사이로 찾아가야 한다.
신문사 1면 톱뉴스가, 방송사 9시뉴스 첫 뉴스가 우리 사회의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기업 홈페이지엔 찬바람만 불고 있다. 동시에 SNS상 뉴스 소비는 늘어만 간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뉴스 유통 플랫폼이 바뀌고 있다. 그 상징이 카드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