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제12회-‘스마트미디어시대’ 스트레이트 기사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한가?

 

‘스마트폰은 가장 빠른 실시간 뉴스채널이다.’

만약 여러분의 스마트폰에 뉴스속보 알람 기능을 설정해 놓았다면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려댈 것이다. 이른 아침, 오늘의 날씨부터 늦은 밤, 프로야구 스코어까지 정보 중심의 단문 메시지가 쉼 없이 날아들어 온다. 이처럼 스마트미디어시대의 긴급뉴스는 뉴스 앱,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보도되고, 유통되고, 확산된다. 스마트미디어는 텍스트부터 영상까지 구현하는 멀티미디어로서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까지를 통합시켜 가고 있다.

어떤 수용자가 새벽에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펼쳤을 때 대부분의 기사는 그 전날 다른 실시간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들일 수도 있다. 충성스러운 독자들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기들이 믿고 의지하는 신문을 펼쳐보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건이나 사고, 또는 이슈에 대한 단편 보도에 그치고 말아 실망한다. 전날 SNS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그, 어떤 뉴스’와 차별화가 안 된 것이다. 즉, 수용자들은 SNS 등을 통해 ‘무엇이 일어났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것이 ‘왜 일어났으며,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하루 늦게 배달된 신문이 해소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편 사실의 나열이 수용자들을 신문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고 있으며 실시간 미디어의 ‘공습’은 자의든 타의든 기자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기사를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시대가 본격화됨으로써 저널리즘 글쓰기에도 새로운 변화

저널리즘 글쓰기(journalistic writing)는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과 방식을 동시에 의미한다. 그것은 결국 ‘사실과 정보의 조립’으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어떤 사실과 정보를 어떻게 조립하는가?’이다. 사실과 정보의 조립 전 단계에 주목하면 저널리즘 글쓰기는 기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따른 가치판단, 그리고 그 사안을 기사화하는 직업적 관행을 의미한다. 사실과 정보의 조립 후를 보면 저널리즘 글쓰기는 수용자 효과와 객관성, 공정성, 현실재구성 같은 거대 개념이나 이론의 모태가 된다. 이처럼 저널리즘 글쓰기는 사회에 대한 기자 집단의 생각과 관행의 압축판이다. 기자가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여론의 지형, 수용자의 정치 참여, 사회통합, 나아가 언론의 오락 기능까지 결정된다.

그러나 저널리즘 글쓰기는 그 중요도에 비해 언론 현장이나 언론 학계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지면의 경제성이나 마감시간의 압박 등으로 스트레이트(straight)라 불리는 역(逆)피라미드 기사 형식에 밀려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이 충분하게 검토되고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매체 다채널시대가 본격화됨으로써 저널리즘 글쓰기에도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실시간 미디어에 육하원칙 중심의 짧고, 빠르고, 직설적인 스트레이트형 기사를 넘겨주고 신문에서는 피처스토리나 탐사보도 형식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 글쓰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기자들이 몇 시간 배워서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 결코 아니다. 기자들의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 변화부터 취재보도 관행까지 바꾸어야 하는 거대 이슈이다. 왜냐하면 기자들이 새로운 저널리즘 글쓰기를 구현하려면 기사 작성의 공정 과정을 바꾸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려면 취재 과정을 포함한 뉴스룸 취재 시스템과 출입처 제도 등을 먼저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형 기사에 대한 비판적 접근

스트레이트 기사는 구조상으로는 역피라미드(inverted pyramid)형이라 부르고, 기사읽기 유형으로는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의미로 스트레이트(straight)형이라고 부른다.

신문 기사는 마감시간과 지면 제약이라는 두 개의 넘지 못할 시공간적 한계 때문에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기사를 가장 간결하고 가장 쉽게 전달하는 구성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어떤 사실과 정보를 육하원칙에 따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기 때문에 역(逆)피라미드 구조를 가진다. 이 형식은 취재기자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팩트를 단순명료한 문장으로 만들어 기사의 리드(lead: 기사의 첫 문장 또는 단락) 부분에 배치한다. 중요도 순으로 사실과 정보를 앞에서부터 뒤로 나열하기 때문에 기사의 무게감이 가분수적이다. 따라서 편집기자는 편집을 할 때 지면 크기에 따라 기사를 뒤에서부터 차례로 잘라 쓸 수 있다.

이처럼 스트레이트형 기사는 취재와 편집 현장에서 매우 유용하고 가치가 높은 기사 스타일이었다. 마감에 쫓기는 취재기자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기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으며, 지면 제약에 시달리는 편집기자는 큰 고민 없이 기사를 뒤에서부터 잘라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이트형 기사는 사실이나 정보의 나열이 명쾌하고 불필요한 수식어나 묘사 등을 제거해 군더더기가 없다. 수용자는 어떤 사실이나 정보를 중요도 순으로 앞에서부터 읽어 나가기 때문에 굳이 가치 판단을 할 필요가 없으며 열독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신문 기사는 거의 스트레이트형 중심이다. 스마트미디어에 밀려 신문의 속보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다양한 기사 스타일 연구와 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스트레이트형 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스트레이트형 기사 구조는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신문사에게는 효율적이고 맞춤형일지 몰라도 수용자에게는 특별한 이점이 없다. 기사가 전달하고자하는 핵심을 리드부터 무리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수용자가 기사를 끝까지 읽는 것을 방해한다. 오히려 수용자가 기사를 발췌해서 읽게 하거나 취재기자의 가치판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이미 중요한 팩트가 리드 부분에 나왔기 때문에 읽을수록 긴장감은 떨어지고 흥미도 반감된다. 국내 신문의 스트레이트형 기사는 리드의 사실이나 정보만 두드러지고 나머지는 병렬로 나열된 ‘등위적 의미 전개’에 불과하다.

역피라미드 구조는 너무 정형화되어 취재기자들은 그 포맷을 컴퓨터에 설정해 놓고 사안에 따라 사실이나 정보만 달리 채워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쓴다. 따라서 신문 기사가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이거나 신문 기사에 대한 수용자의 느낌이 딱딱하거나 경직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호에는 ‘기사 작성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집니다. yyk2020@nate.com

 

국내 신문 기자와 데스크들이 지적한 스트레이트형 기사의 문제점

스트레이트형

기사문

읽는 재미가 없다.

수용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헤드라인만 읽어도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본문은 눈에 안 들어온다.

제목과 리드가 거의 같기 때문에 두 줄의 기사만 읽고 나면 더 이상 읽을 의욕이 사라진다.

기획기사처럼 긴 기사를 역피라미드 구조로 쓰면 수용자들이 끝까지 읽을 가능성이 적다.

역피라미드 구조 때문에 기사가 획일화됐다.

형식이 획일적이어서 기자의 개성 넘치는 문체를 살리기 어렵다.

역피라미드 구조로 작성된 기사는 내용이 피상적이며 사안을 분석적·다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출처: 송상근·박재영(2009). 『뉴 스토리 뉴 스타일』. 파주: 나남의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