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응급의 김춘호의 진료실 24시


혈관은 우리 몸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순환도로와 같다. 만약 이런 길에 막힘이나 부실이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경미하게는 교통정체부터 심각하게는 오갈 곳 없는 긴 터널에서 긴급한 구조를 요청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다. 동맥경화란 오래된 수도 파이프에 찌꺼기가 침착되는 것처럼 서서히 동맥 내부에 지방이 가라앉고 이런 물질들이 동맥벽의 변성을 일으켜 동맥이 굳어지고 결국은 동맥이 막힌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노화과정에서 볼 수 있는 혈관의 변화인데 최근에는 젊은 연령대에서도 심각한 혈관질환이 흔하게 발생함을 응급실에서 볼 수 있다. 서구화된 음식섭취와 운동부족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의 지속적인 긴장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 추세는 아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혈관질환이라도 평소 예방과 질환별 증상을 숙지하고 빠른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접하는 가장 치명적인 혈관질환 세 가지를 연재해 보고자 한다.
혈관질환 중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죽을 때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분당 70-80번씩 수축운동을 해야하는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답게 왕관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혈관 이름이다.
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에 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피 찌꺼기가 발생해서 혈관 내에서 떠돌다가 좁아진 관상 동맥을 막아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이 상태가 심각해지면 심장근육 자체가 손상을 입어 심장 기능이 현격히 저하되고 운동을 멈추는 질환이다.
급성심근경색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30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왼쪽가슴 통증이다. 심장근육의 괴사로 통증이 발생하고 심장의 움직임이 정지되면서 심인성 쇼크가 발생하며 혈압이 떨어지고 악성 부정맥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발병 후 10분 안에 사망할 수 있다. 그만큼 빠르고 정확한 진단, 치료가 필수적이며 최근에는 혈전용해제와 가는 철사를 이용해 막힌 부위를 직접 넓혀주는 심장도자술의 발달로 조기 치료 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슴통증만이 심장질환의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경우 응급실이나 가까운 의원을 방문하더라도 오진으로 인해 조기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비 특이적인 증상으로 과식 후 급체했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상복부 불편감과 오심 그리고 어지러움 등을 들 수가 있는데 특히 당뇨 병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심혈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만 한다.
급성심근 경색의 예방은 당연히 혈관의 동맥경화증 예방이다.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및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특히 흡연의 여부가 중요한데 나이가 젊을수록 흡연 여부는 더욱 중요한 위험 인자이다.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며 혈관벽에 지방을 축척시키는 대사작용에 관여한다. 어쩔 수 없는 업무환경으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더라도 그 해소방법으로 선택한 흡연은 단순한 기호품을 떠나 스스로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동임을 명심해야한다.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 응급의학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