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K대 의대 학생회 ‘베품’ 중고책 시장 공약 지키다
'달다방' K씨, L씨  따뜻한 베품이 힐링이었네


위의 제목을 보면서 어디가 틀렸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찔리는 사람은 이 글을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 다 같이 많이 틀려서 괜찮을지 몰라도 적어도 이 단어를 제목에 종종 달아야 하는 편집인이라면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사전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한글 맞춤법 제19항에 이런 조항이 있다.
“어간 ‘-이’나 ‘-음’이 붙어 명사가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 부사가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 따라서 베풀다의 명사형은 ‘베풀-+ㅁ=베풂’이 된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베풀-) 뒤에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ㅁ’이 붙으면 ‘베풂’의 형태로 활용해야 한다. 베품→베풂
다시 위에 나온 제목을 살펴보면 모두 베풀다의 명사형을 취한 것이므로 원래 베풂으로 표기했어야 한다. 우리말에 베품은 없는 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사전에 한글 예제로도 올라와 있을 정도로 폭넓게 잘못 사용한다. 그만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 창에서 ‘베품’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오류 제목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너도나도 틀린 줄 모르고 쓰고 그 틀린 것을 퍼가서 또 두루 퍼뜨린다.
참고로 베풂처럼 활용하는 단어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갊(갈다), 거칢(거칠다), 긺(길다), 끎(끌다), 떠듦(떠들다), 만듦(만들다), 묾(물다), 빎(빌다), 삶(살다), 썲(썰다), 앎(알다), 얾(얼다), 욺(울다), 흔듦(흔들다) 등.
위 예시에 나온 것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지만 ‘베풂’은 단연 사용 빈도가 높으니 꼭 알아둬야 한다. 함께 자주 나오는 ‘삶’은 삼이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언중에서 바로 널리 사용됐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무섭다. 베풂은 유독 언중 사이에 잘못 인지돼 계속 잘못 쓰고 있다.
 헷갈리면 ‘삶’을 연상하자. 그리고 틀리지 말자.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