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신우성의 편집기자와 글쓰기 <끝> 비판적 글 읽기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두꺼운 글쓰기 교본을 보는 것은 좀 무모하다. 신문 사설·칼럼을 제대로 읽기만 해도 문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사설?칼럼의 단락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을 하면 글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첫째, 각 단락의 소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점검하면서 읽는다. 글쓴이가 독자에게 나타내고자 하는 으뜸생각이 무엇인지 단락마다 확인하면 된다. 그것을 파악하지 않으면 읽는 의미가 없다. 글을 쓰는 목적은 글쓴이 생각과 주장과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따라서 단락마다 화제와 요지를 독해하는 것은 글읽기의 기본이다.
둘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납득할만한지 분석한다. 어떤 논거를 제시했는지 파악하고 타당성 여부를 평가하면 된다.
논거는 크게 사실논거와 소견논거, 선험논거가 있다. 사실논거는 자신의 경험이나 통계 수치, 실험 결과와 같은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사실(역사)을 말한다. 소견논거는 전문가나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이나 증언, 여론을 말한다. 선험논거는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이론이나 윤리와 상식에 기초하여 ‘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단락의 소주제가 설득력이 있도록 논증하는 것을 단락 전개의 강조성 원리라고 한다. 일부 사설·칼럼은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 그것이 왜 타당한지를 밝혀주는 논거가 부족하다. 이런 글은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
셋째,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이 매끄럽게 연결되었는지 점검하면서 읽는다. 문장들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글을 써야 글쓴이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문장과 문장을 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합당하게 연결하는 것을 단락 전개의 연결성 원리라고 한다. 한 단락에서 소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원리를 말한다.
넷째, 단락 전개의 통일성 원리를 지켰는지 점검한다. 한 단락에 한 가지 생각을 담아 단락의 소주제와 그것을 떠받들어 서술하는 모든 재료가 내용적으로 일치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주제와 무관하거나 거슬리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 여기서 둘째와 셋째, 넷째 항목은 단락을 전개하는 3대 원리로 ‘수사학의 3대 원리’라고 부른다. 글을 전개하는 것은 사실상 각 단락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원리는 모든 글을 짓는 데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생각을 조직하고 구획을 정리하여 글을 쓰지 않으면 기본을 갖추지 않은 글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수사학의 3대 원리’는 모든 글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 서두를 어떤 방식으로 시작했는지 분석한다. 글의 시작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따라서 글을 시작하는 다양한 방식을 익혀두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서론에서는 본론에서 논의할 내용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논점을 제시하면서 문제 제기를 하면 된다. 서론을 쓰는 방법에는 ①사건 제시 ②주제 제시 ③문제 제기 ④용어(개념) 설명 ⑤일화·격언·속담 제시가 있다.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서론을 썼는지 분석하면 된다.
여섯째, 결론을 처리한 방식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결론 단락에는 ①본론의 전체 내용 요약 ②중심 주장을 재강조 ③주장대로 실천할 것을 촉구(결의) ④주장대로 실천할 때의 전망 제시 등이 실린다. 물론 결론을 생략한 채 본론 마지막 단락에 결론 역할을 겸하게 한 글도 있다.
일곱째, 구성을 파악하라. 도입단락(서론)부터 일반단락(본론), 종결단락(결론)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글 구성이 부실해 보이면 어떻게 고치면 되겠는지 다시 개요를 짜 보는 것도 좋다. 글의 다양한 전개 방식을 익혀 두면 글을 쓸 때에 좀 더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



 

소개한 방법을 아래 예문(조선일보 칼럼 ‘만물상’ 중 발췌)에 적용하여 분석해 보라. 한 단락에 한 가지 중심생각을 담는 방식으로 생각을 조직하여 작성한 모범 글이다.


[단락①] 남녀가 첫 만남에서 “어디 사느냐”고 묻는 건 시대마다 의미가 달랐다. 80년대만 해도 서먹한 분위기를 바꿔 보거나 “집에 바래다줘도 되느냐”는 속마음을 에둘러 묻는 말이었다. 산업화가 완성단계에 들어선 90년대부터 그 질문은 곧 집안의 재력을 묻는 말이 됐다.
*화제 : 주거지역 묻는 의미의 시대별 변화 / 요지 : 시대마다 주거지 묻는 의미가 다르다.


 [단락②] 요즘 인터넷엔 사는 곳에 따라 신분을 8단계로 매긴 ‘부동산 계급표’라는 게 돌아다닌다. 평당 3000만원 넘는 서울 강남구는 ‘황족(皇族)’, 평당 2200만~3000만원인 서초·송파구는 ‘왕족(王族)’이란다. 평당 1400만원 이하 동네들은 중인, 평민, 노비로 매겼다. 우스갯소리를 넘는 비아냥이 배어 있다.
*화제 : 인터넷에 떠도는 부동산 계급표 / 요지 : 사는 곳 따라 8단계로 매긴 신분 계급표가 있다.


 [단락③] 정규직과 비정규직엔 임금 차별만 있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부산 조선업체의 직원들이 몇 년 전 “통근버스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앞자리(1~23번)는 정규직, 뒷자리(24~45번)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좌석에 차별을 뒀던 60년 전 미국을 연상시킨다. 울산 정규직의 75%가 정규직 배우자를, 비정규직의 53%가 비정규직 배우자를 얻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화제 :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사례 / 요지 : 회사 내 차별이 일반화되어 있다.


 [단락④] 국세청이 종합소득세를 많이 신고한 상위 20%의 1인당 소득이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55% 급증했다는 통계를 냈다. 하위 20%는 오히려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35% 줄었다. 근로소득세 기준 2009년 직장인 소득 상위 20%의 평균 연봉은 7680만원으로, 하위 20%의 1480만원보다 6200만원이나 많았다.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화제 : 세금 납부 실적으로 본 부익부 빈익빈 현상 / 요지 :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단락⑤] 양극화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는 ‘정책’으로, 부자들은 ‘나눔’으로 틈을 메워야 한다. 재벌들이 주식배당금으로 수천억원을 벌었다는 기사를 보는 서민들은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선거 때 포퓰리즘이 판칠 것이라는 걱정만 하고 있다. 양극화를 멈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일해 보인다.
*화제 : 양극화 해결책 / 요지 : 정부는 정책으로, 부자는 나눔으로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주제>
양극화가 더 심해지기 전에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부자들도 나누며 살아야 한다


<논거>

양극화가 지속하면 갈등이 심해져 사회가 불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