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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올림픽 효과’, 대형 TV  잘 나가네
K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 잘 나간다


신문과 방송에서 대박 상품이 나오거나 신인 스타가 탄생할 때면 잘 붙이는 제목이 있다. 바로 ‘잘 나가네’다. 잘 나가다는 신문방송 매체를 통틀어 자주 등장하는 제목 1위로 손꼽힐 만큼 인기 단어다. 그런데 잘 틀린다. 뭐가 틀렸지. 왜 잘 틀릴까.
많이 쓰면서 잘 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매일 수십 개의 제목을 다루는 편집기자인데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다면 지금이라도 꼭 알아둬야 할 중요한 띄어쓰기다. 정답은 ‘잘 나가네 → 잘나가네’. 앞의 두 제목에서는 ‘잘’과 ‘나가다’가 떨어지면 안 된다. 왜 그런가.
어떤 단어는 띄어 쓰나 붙여 쓰나 별 차이가 없거나 비슷하다. 그런데 어떤 단어는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 ‘잘 나가다’가 그렇다.
사전에는 이렇게 올라 있다.
‘잘-나가다: 성공을 이루거나 능력을 발휘하거나 하며 계속 순조롭게 되어 가다.’
그러니까 앞에 나온 제목은 둘 다 이에 해당하는 의미인 ‘잘나가다’를 취한 것이다. 띄어쓰기가 잘못된 제목이다. 그냥 좀 이상한 게 아니라 틀렸다. 왜일까. 잘 나가는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가 의미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은 남동생은 그 시절 집을 ‘잘 나갔다’.
다시 이럴 때는 붙인다.
집안의 기둥인 큰오빠는 S대에 수석 합격한 이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인재였다. 
간략히 정리하면 ‘잘 나가면’ 가출이고 ‘잘나가면’ 성공한 것이다.
잊지 말자. 띄어쓰기 하나 잘못했을 뿐인데 성실한 학생을 가출학생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