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 스토리 <5> 미디어, 친하지 않으면 당한다

 

2008년 1월말 신체 훼손설을 앞세운 ‘나훈아 괴담’의 주인공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나씨는 수백 명의 기자들에게 분노 섞인 목소리로 일갈했다. “여러분의 펜으로 생사람 죽이지 말라”

나훈아씨의 심경고백 기자회견은 ‘아니면 말고’식 의혹 부풀리기가 횡행하는 한국 연예저널리즘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나씨는 회견장 테이블위에 올라가 허리띠를 풀고 바지춤을 내리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그는 현재도 언론매체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두 달 전 톱스타 이병헌은 동영상 협박 사건에 휘말렸다. 걸그룹 한 멤버와 한 여성모델로부터 음담패설을 나눈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50억 원을 요구하는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외도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유명 인기인 관련 ‘막장 폭로전’은 대중에겐 흥미로운 가십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광고계가 휘청거렸다. 이병헌이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불쾌하다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업계 측은 “사건을 파악하고 신속한 대처를 취하겠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때아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실제 한 커피 업체는 오랫동안 기용했던 이병헌에서 새 모델로 교체했다. 영화계도 울상이다. 이병헌은 촬영 중인 차기작만 세 편이다. 이번 협박사건 공판이 지속되고 사건이 장기화된다면 이곳저곳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다.
2012년 1월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주신씨는 2011년 8월 공군에 입대했다가 ‘대퇴부 말초신경 손상’으로 4일 만에 귀가 조치됐다. 주신씨는 4개월 뒤인 12월 재검을 받았고, 허리디스크로 4급 판정을 받았다. 강 의원은 주신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자기공명영상진단(MRI) 필름을 공개하면서 “MRI 속 주인공은 피하지방 4㎝의 비만증세에 중증 디스크 환자”라며 “173㎝에 61㎏의 마른 체격인 주신씨의 필름일 리 없다. 필름이 바꿔치기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되면서 진위논란은 커져만 갔다. 결국 주신씨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MRI 필름을 찍고 나서야 누명을 벗게 된다.
사태가 바로 잡힌 후 박원순 시장은 “가족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의혹 제기자들을 모두 형사 고소하고 가압류 등을 통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생각도 했다”면서도 “병역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의혹 제기에 동조했던 사람들도 모두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5년 전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운영자가 가수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학력이 허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작은 의혹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카페 운영자의 집요한 의혹 제기에 일부 누리꾼들이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고,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타블로가 직접 스탠퍼드대학을 찾아가 확인을 해주고 난 후에야 논란은 잠잠해졌다. 타블로는 그 후유증에 4년 동안 가수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연예인 부부가 협의이혼을 했더라도 그 사유가 그럴듯하게 해명되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뭔가를 감추는 듯한 기색만 보여도 의혹이 뉴스로 발전한다. 근거가 확인 안 된 음모설이 추가되면 대형뉴스로 등극한다. 인기 있는 스타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유명인은 소문과 ‘뒷담화’를 몰고 다닌다. 부정적인 루머일수록 빨리 퍼지고 제 나름 얼기설기 스토리를 갖추고 뻗어 나간다.
‘소문 공화국’에 살면서 유명인은 악의적 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헛소문을 제압하는 편집력 3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미디어와 소통하지 않으면 미디어에 당한다
 미디어와 친해져야 한다. 스타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스타 이미지는 미디어가 그려준다. 미디어와 스타는 공생공존관계다. 미디어와 소통하지 않으면 미디어에 당한다. 미디어와 친근해져야 스타 브랜드가 강력해지고 더불어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우호적 적대적 미디어의 선별, 효과있는 미디어 인터뷰 요령 등은 미디어 전문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SNS 미디어를 예의주시하여야 한다. 소문의 가장 빠른 전달망이기 때문이다.



둘째, 헛소문은 초기에 대처해야 한다
 근거 있는 소문, 근거 없는 소문 둘 다 방치하면 안 된다. 근거 있는 소문엔 해명과 사과로 수습해야 한다. 인간적인 실수로 고백하면서 진심으로 팬들의 용서를 구하며 고개를 숙여야 한다. 2013년 3월 배우 김혜수는 10여년 전의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발생하자마자 이틀 만에 해당 석사학위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논문을 작성했던 2001년 당시에는 저 스스로 표절에 대한 뚜렷한 경계나 정확한 인식이 없었던 탓에 논문 작성 중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깨끗하게 인정하자 오히려 네티즌들은 김혜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근거 없는 소문엔 우회적으로 소문의 유통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그런 헛소문의 피해자임을 부각시켜야 한다. 되레 일반 대중들이 헛소문의 진원지에 대해 분노하도록 솔직한 심경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셋째, 대변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
 스타는 소문 생산지이며 뉴스 공급처다. 음주운전자의 옆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예뉴스 미디어는 달려들어 뭔가를 캐내려 한다. 평생 연예인 생활을 작심했다면 미디어 담당 대변인을 배치해야 한다. 기획사에서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욱 정교하고 기민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유명인의 대변인은 절제된 메시지로 미디어의 화살을 맞상대하면서 소문 발생 단계서부터 주도권을 발휘해야 한다. 스타 한 사람의 개인적 판단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할 때도 대변인을 통한 경중 완급이 조절되어야 한다. 일정 기간 잠적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며 스타가 노출을 차단할 때도 담당 대변인은 대사회적 채널로서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