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 스토리 <4> 5060마버세프


10월부터 세계를 누빌 마을버스 위에서 포즈를 취한 임택 원정대장(오른쪽)과 오권태 대원.

올해 쉰네 살 임택씨는 작년까지 수입오퍼상으로 활동했다. 파키스탄에서 소금암석으로 만든 소금 조명램프를 들여왔고 세계 여러 곳의 특이한 액세서리나 광물도 국내에 소개했다. 오퍼상을 하기 때문에 30대 때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지금까지 40여 개국을 샅샅이 훑었다. 그런 그가 올해 초 잠시 사업을 접었다. 드디어 꿈꾸어오던 세계일주 여행의 돛을 올린 것이다.
임택씨의 인생 일모작은 큰돈은 못 벌었지만 큰 손해도 없었다. 작년 말 그의 생일날. 임택씨의 아내는 임씨에게 ‘1년의 자유 시간’을 생일선물로 내놓았다. 그의 세계일주 1년 여행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도전과 고난으로 점철되겠지만 행복하게 다녀오라”는 격려까지 받았다. 그의 세계일주 여행은 편안하게 크루즈 여행하듯 즐기고 소비하는 여정이 아니다. 참으로 기발하고 상식을 뒤집는 파격적 세계일주 프로젝트다. 바로 서울 종로3가역과 서울대병원을 왕복했던 ‘12번’ 연두색 마을버스로 1년간 5대륙 48개국을 여행하는 도전이다. 그것도 50~60대 중장년층만으로 여행원정대를 꾸린다. 저렴한 가격에 중고 마을버스를 구입했다. 버스정비기술을 배웠고 주말마다 운전하면서 전지훈련을 다녔다. 여행 원정대장 임택씨는 <5060 마버세프>(5060 마을버스로 세계여행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임택씨(https://www.facebook.com/nulbo1019 ?fref=ts#!/nulbo1019?fref=ts)와 페친이 되었고 그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경청하게 되었다.



◇인생 2모작은 하고 싶었던 일 하는 것
“이제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은퇴를 앞둔 많은 50대 중장년들은 늦가을 서리 맞은 과일처럼 낙과하고 있는 처지다. 700만 명 베이비부머세대의 고령화는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고령화가 찾아 온 이웃나라 일본을 보자. 30년의 침몰도 모자라 40년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노후준비에 대한 홍보를 쏟아내고 있다. 큰일 난 것처럼 미리 준비하라고 사람들을 압박한다. 쥐꼬리만한 연금 때문에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하니 노인고용 정보란은 늘 붐빈다. 이런 분위기가 은퇴를 앞둔 50대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편의점 치킨집 커피숍을 보면서 노후준비의 허상을 본다. 화끈한 도전이 없으니, 포화 된 레드오션에서 파이를 나눠 먹는다. 잘게 저며진 파이 앞에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인생 2모작은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임씨의 여행 출사표는 때론 비장하기 까지 하다. 임 대장의 여행 취지를 듣는 순간 필자의 가슴도 뛴다. 원정대에 합류하여 1년 동안 수많은 나라의 방방곡곡을 한국의 마을버스로 훑고 현지 문화를 체험한다면 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가. 동참하지 못하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마을버스 세계여행은 ‘나의 존재 찾기’
 “동네마다 마을버스가 적어도 한 대씩 존재한다. 우리 마을에도 작은 마을버스가 고갯길을 힘겹게 다닌다. 마을버스는 구석진 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큰 길로 나간다. 큰 길이라고 해야 왕복 4차선도로다. 마을버스가 평생 살아야하는 세계는 좁은 골목과 가파른 길이다. 버스가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되어 있으며 돌아다니는 공간 또한 손바닥만 하다. 이 같은 생활도 10년 정도 뛰고 나면 마을버스의 운명이 끝나게 된다. 문득, 이러한 마을버스의 운명이 내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처럼 뛰기만 했던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로 달려가 보고 싶었다. 나도 그렇고 마을버스도 그렇다.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 아래 25년간 직장을 다닌다. 집에서 나와 버스와 전철을 번갈아 타며 직장에 출근한다. 어제 했던 그 일을 오늘도 반복하고 퇴근길에 오른다. 월말이면 월급이 아내의 통장으로 날아간다. 남자는 매일 용돈을 탄다. 세월이 흘러 일모작의 종착역이 다가온다. 남자는 초조하다. 가족을 위한 인생을 사느라 나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러한 50~60대 남성의 인생살이가 좁은 공간을 쳇바퀴 돌 듯 살아온 마을버스와 무엇이 다른가. 마을버스 세계여행은 바로 한국 중년남자의 ‘나의 존재 찾기’ 여행이다.”
선임 대원으로는 오십대 후반의 전직 은행지점장 출신 오권태 씨가 중책을 맡고 있다. 임 대장과 오 대원은 한국여행작가학교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수십 차례의 회의를 거쳐 <5060 마버세프>를 다듬어왔다. 40여 개국을 일주할 때 구간 별로 중간 참여 대원들이 보급품을 보충해주고 현지인들과의 이벤트도 도모해줄 것이다. 버스 안에 2층 침대, 미니 부엌, 화장실을 설치해 차량개조를 완료했고 강력한 충전기를 달아 전기팬으로 요리가 가능하다.



◇남미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로
 바다는 건널 때는 불가피하게 항공편을 이용하고 마을버스는 페리호를 통해 화물 탁송한다. 한국에서 일본을 통과해 태평양을 건너 남미에서 거슬러 북미로 올라간다. 미국 멕시코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탐험한다.
이미 각국 한인 사회는 SNS를 통해 소문을 듣고 한국의 마을버스가 자신들의 동네를 방문해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대서양을 건너 서유럽을 두루 돌고 스페인을 거쳐 북아프리카로 진입한다.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와 그리스 불가리아 터키를 지나 중동에 다다른다. 이란 파키스탄 인도를 거쳐 동남아에 이르고 태국 베트남을 거슬러 중국으로 들어간다. 인터넷 환경만 좋다면 항상 페이스북, 밴드, 카톡방을 통해 <5060 마버세프> 소식은 지구촌 네티즌에게 생중계된다.



◇세계 첫 마을버스 세계일주 안내서
 임택 원정대장은 인생 2모작으로 여행작가를 꿈꾼다. 1년간의 마을버스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여러 권의 책으로 묶고자 한다. 아직도 마음만은 풋풋한 또래 중장년에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이다. 20년 전부터 그의 전화 번호 마지막 네 자리는 5060이었다. 5060 삶의 대전환기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오랜 각오의 시그널이었다. 폐쇄회로에 갇힌 채로 너무나 성실하게 살았던 이 땅의 중장년이여, 아무도 가지 않았던 최초의 길을 이제라도 달려보자. 우리 스스로가 미디어다. 너에게 직접 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나는 너의 미디어다. 너도 나에게 다가와 미디어스토리가 되어다오. 한국 최초 마을버스 세계일주 원정대는 10월 5일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