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 비평 <3> 모바일 시대, 미디어 플랫폼



◇스마트폰과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가까운 미래 2025년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 러브레터를 대신 써준다. 오랫동안 아내와 별거 중인 남자는 외로움에 시달리다 최첨단 인공지능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받는다. 인공지능은 ‘사만다’로 자신을 소개한다. 독신남 테오도르는 사만다라는 여성 인공지능과 미주알고주알 교감하면서 공감하고 감정까지 공유한다. 테오도르는 첨단 미디어기기 속 사만다와 하루 종일 대화하고 침대맡에선 사랑의 열기까지 나눈다.
5월 말 미국 켄터키대 지리학과 존 올 교수는 히말라야 등반 중 깊이 22m의 크레바스에 추락했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가 탈골했다. 그는 6시간에 걸치는 탈출과정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생생하게 올려 뉴스를 탔다. 위성 메신저를 이용, 페이스북에 구조요청을 해 18시간 만에 구조된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최후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휴대폰이었다. 수마가 할퀼 때에도 끝까지 카톡을 하며 “엄마 아빠, 미안해 사랑해” 마지막 말을 남겼다.
휴대전화 50억대가 서로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십중팔구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현대인을 일컫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온라인에 연결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이버네티쿠스(homo cyberneticus), 미디어에 의해 굴러가는 사회를 빗대어 표현한 호모 미디어쿠스(homo mediacus) 등 인간존재 양식을 새롭게 규정하는 신조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요즘은 ‘포스트 스마트폰’이란 말이 ICT 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입는 컴퓨터’라는 개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핫 이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말 그대로 우리가 착용하고 다니는 안경, 시계, 액세서리 등을 통해 컴퓨팅이 가능한 장치를 말한다. 물건을 살 때 안경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스마트 워치에 음성을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가전기기를 작동시킨다. 초소형 무선 칩이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눈물로 혈당치를 측정하고, 구글 글래스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음성검색과 내비게이션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어폰은 심장박동수를 체크하고 손과 발에 착용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발찌가 운동량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건강 매뉴얼까지 추천해준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포스트 TV 시대의 예고편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안방극장도 사라지고 있다. 온 가족이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아 인기 드라마를 함께 보던 시대는 옛날 풍경이 되었다. 이젠 TV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시대다. 미국드라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이자 작가인 마이클 돕스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BBC의 동명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백악관 입성의 야심을 품은 한 정치인의 권모술수를 현실에 밀착시키듯 흥미롭게 그린 정치 스릴러다. 이 드라마는 미국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에서 볼 수 없고 돈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한다.
드라마 제작사는 방송사가 아닌 온라인 DVD 대여회사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시청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드라마 기획 생산 제작 유통 방식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기존의 TV 미니시리즈처럼 주 1~2회씩 순차적으로 방영하지 않고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열세 편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종전에는 본 방송 실시간 시청이 많았지만 지금은 ‘몰아보기’와 ‘다시보기’가 대세다. 관람하는 매체도 바뀌었다. TV로만 봐야 한다는 공식이 깨졌다. 특정 드라마에 빠지면 밤새워 수십 편 시리즈 전체를 몰아서 본다.
미디어 산업 전략도 ‘방송(broad casting)’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streaming)’으로 달라지고 있다. 스트리밍은 콘텐츠를 그때그때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실시간 감상이 가능한 서비스로 원하는 콘텐츠를 즉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데이터 전송이 물 흐르듯 이뤄진다는 뜻에서 스트리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넷플릭스는 2013년 2월과 2014년 2월 각각 시즌1, 시즌2의 13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유료 시청자가 급증했다. 드라마 덕에 2013년 넷플릭스의 순이익은 37억5000만 달러(약 3조8000억 원)로 1997년 설립 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있지 않고도 TV를 볼 수 있다.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혹은 뒤늦게라도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통적인 TV 채널 중심의 방송 시스템을 흔들리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은 포스트 TV 시대의 예고편이다.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나
 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다. 5월 카카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PC 환경에서 유선 인터넷 플랫폼의 ‘원조 강자’였던 다음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신생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에 인수된 것이다. 모바일이 유선 인터넷을 삼킨 것이고,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C를 부팅시키는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SNS 활동하고 영화 보고 은행 일까지 처리한다. 언론의 갈 길은 모바일일 수밖에 없다. 일간지 발행 부수가 급감하고 있다. 1등 신문이라도 하루 발행 유료부수 100만부 시대는 몇 년 안에 종언을 고할 것이다.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뉴스콘텐츠를 즐기는 ‘모바일 독자’를 선점해야 할 시기다.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최근 화제가 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Innovation)’에는 주목할 만한 구절이 있다. “뉴욕타임스에는 발행 버튼을 누르면 기사가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이 많지만, 허핑턴포스트(SNS를 기반으로 한 미국 온라인뉴스)에서는 발행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그 기사의 일생이 시작된다(At Huffington Post, the article begins its life when you hit publish).”
언론이 종이신문 TV 닷컴을 통해 기사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수용자에게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스며들어야 하는 시대다. ‘모바일의 바다’에서 물고기가 될 것인가 물이 될 것인가.

채널A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