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용길의 미디어 스토리 <1>페이스북

 

─35세 싱글녀 A씨는 자신의 화실 풍경과 본인이 그린 작품을 종종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녀의 페친들은 그때마다 그림을 확대해 보며 칭찬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른다. A씨는 요즘 페친이 보내주는 반응과 격려에 신이 나 작품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50세 직장남성 B씨는 페이스북을 민심 탐방의 도구로 여긴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들끓는 민심을 신문-TV보다 페북을 통해 생생하게 체감한다. B씨는 사람들 심경을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정국도 진단한다. 친구들과 술자리 대화도 페북 민심을 소재로 시작한다.
─소규모 IT업체 대표 42세 남성 C씨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글을 페북에 가끔 올린다. 한국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포스팅도 많이 하는 편. ‘보수꼴통’이라고 규정한 글이나 기사를 끌어와 질타하는 글을 보태 게시하면 C씨의 페친들은 지지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른다.

─수도권 신도시 거주 48세 전업주부 D씨는 남편과 대학생 딸과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는 카톡 대화를 주로 하지만 자신의 학창시절 옛 친구들과는 페북을 통해 서로의 동정과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 오프라인 모임도 가진다. 요리 솜씨 뽐내는 사진을 종종 올린다.

─중앙 문단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주 사는 45세 남성 시인 E씨는 결 고운 짧은 에세이를 한 장의 사진을 곁들여 사흘에 한 번 올리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여성들의 친구 요청이 수백 건 쇄도한다. 시적 감성이 충만한 글들은 무수히 공유되어 회자된다. 일약 ‘페북 문단’의 총아가 된다.

◇무한대로 치닫는 페이스북 가치
 페이스북은 무엇일까. 이런저런 수다방이고 삶에 요긴한 정보 공유공간이다. 시국 성토장이며 갑론을박 시민포럼이기도 하다. 가슴을 치는 뉴스가 긴급하게 뜨고 감동 동영상은 파도치듯 공감된다. 스토리를 갖춘 심정 고백은 ‘좋아요’ 버튼을 통해 일파만파로 번진다. 맛깔난 음식과 요리 전시실이고 사이버 문학 창작실이다. 매 순간 일상의 편린을 담은 사진과 깜찍한 ‘직찍’ 이미지가 공유된다. 페친이 스위스 레만 호수 유람선을 타며 올린 사진첩과 동영상을 감상하며 그와 어깨동무하듯 실시간 여행을 따라간다. 생일 맞은 페친 담벼락에 꽃다발 사진만 붙여주는 게 아니라 택배를 통해 정성 어린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퇴근 무렵 ‘오늘은 페친모임 있는 날’이라고 밝히는 동료가 점점 늘고 있다.
페이스북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뉴스피드는 오직 내게만 맞춰진 유일무이 화면이다. 세계 사용자를 10억으로 잡는다면 10억 개의 맞춤용 배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단 사용자 마다 친구 맺기가 다르다. ‘친한 친구’의 포스팅이 ‘아는 사람’보다 뉴스피드에 우선 배열된다. 개별화 설정이 가능하고 포스팅의 공개 범위(전체공개 친구공개 나만공개)가 다양하니 사용자별 뉴스피드는 천차만별인 것이다. 나의 뉴스피드와 동일한 화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개인화 순위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이 게재하는 수많은 게시물을 정렬한다. 해당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이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입력한 게시물을 분석해 이용자의 관심도를 추측한다. 이후 분석값으로 순위를 매긴다. 게시물은 부여된 순위에 따라 이용자 페이스북에 배열된다. 페북의 영업방식인 소셜네트워크 알고리듬은 매우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동시에 페이스북의 물적 가치이기도 하다.
페북 사용자 1억 명일 때와 10억 명일 때는 차원이 달라진다. 양적 질적 데이터가 달라지고 분석량이 거대해진다. 수십억 사용자들의 관계망과 콘텐츠 공유량을 분석해내는 페이스북의 가치는 무한대로 치닫고 있다.

◇페이스북 3대 요소는 사적 정보의 공개-공유-댓글
 페이스북은 2013년 12월 기준으로 월 활동사용자 수는 12억 3000만 명이고, 지금까지 나온 친구 연결 관계는 2016억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6년 4월 모바일 페이스북이 등장한 뒤 모바일 사용자 수도 크게 늘어 현재 월 10억 명에 육박한다. AFP 통신은 “이는 페이스북이 PC로부터 모바일 기기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5년 10월부터 공유한 사진 수만 약 4000억 건이고 위치태그를 포함한 게시물 수도 772억 개에 이른다. 2012년 초부터 지금까지 주고받은 페이스북 메시지도 약 7조 8000억 건이다.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좋아요’ 버튼은 5년 전인 2009년 2월 처음 등장한 뒤 하루 평균 60억 회 이상 클릭 되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월 사용자는 지난해 8월 현재 1100만 명 이상에 이르고 이 가운데 60% 정도인 620만 명이 매일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바일 이용자가 90% 이상을 차지해 다른 나라보다 비중이 높았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은 사적 정보의 공개-공유-댓글 3대 요소로 날개를 달았다. 실명 프로필 공개를 전제로 악의적 험담과 익명적 린치는 발붙이지 못한다. 페북 친구 맺기는 고향 친구 죽마고우 학교동창 직장동료 순으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재래식 관계망을 일거에 흔들어 버린다. 나이와 성별 거주지역을 초월해 취미 취향 가치관이 맞는다면 실시간 메시지를 통해 대화하고 공감대를 넓혀 우정을 쌓아간다. 물론 조롱과 야유와 ‘지적질’과 비아냥대기도 병존한다. 페이스북은 ‘친구 맺기’란 그물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구분을 없애버렸다. 유사 이래 최초의 현상이자 인간 관계망 대혁명이다.
헤드헌팅업체는 페이스북을 ‘인물 검색기’로 활용한다. ‘썸타는’ 남녀의 상대방 탐색 도구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기업체의 홍보 및 광고 타깃도 페북을 정조준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대는 카페시대 블로그 시대를 지나 모바일 페북 시대로 접어들었다. 당신의 페북, 당신의 존재증명이 되고 있다.

김용길 채널A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