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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기자 가치 재정립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 열려

    “독자들이 속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요? 아닙니다. 재미있는 콘텐츠, 감동있는 콘텐츠를 추구합니다.”
    “지금 서구 유력 언론은 수익 창출 모델을 찾기 위해 VR·AR 저널리즘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 유례없는 네이버라는 뉴스 플랫폼 공룡에 종속돼 언론사들이 수익 창출하기가 힘든 구조예요. 학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연합체 포털을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찾아가는 특강’ 첫 번째로 강연자로 나선 장석준 중앙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통찰하며 현업 기자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협회가 회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고 미디어 트렌드 등 지식 공유를 위해 기획한 배움 채널 ‘찾아가는 특강’ 첫 수업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신촌 위지안에서 열렸다. 첫 번째 특강의 주제는 ‘변화하는 저널리즘 환경과 편집기자의 가치 재정립’이었다. 이날 강연에서 장 교수는 미디어 기술 발전이 뉴스 콘텐츠 생산양식, 유통, 소비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는지 진단하고,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국내 언론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언했다. 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특강 참가 인원을 최소화했다. 3시간을 꽉 채워 진행된 이날 특강에는 10개 회원사 17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장 교수는 특강에서 “앞으로 VR·데이터 저널리즘 시대가 오면 포털 위주의 뉴스 유통시장이 변화할 수도 있다”라며 “새로운 저널리즘의 등장에 대비해 언론이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특강을 ‘수료’한 서울경제 김경림 기자는 “포털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편집기자로서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그동안 트래픽 숫자를 의식하며 헤드라인 뽑기 바빴는데, 뉴스 전달자로서 뉴스의 유통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부터 움직여 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강의평을 남겼다. 김 기자는 “토요일 아침에 90분 동안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라고 했다. 경인일보 장주석 기자 또한 “수강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전하고자 하는 교수님의 열의가 돋보였고, 대학 때로 돌아간 듯 호기심과 열정이 솟아나는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도 편집의 미래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교수의 찾아가는 특강 주요 내용을 지면 중계한다.


    장석준 중앙대 교수의 ‘찾아가는 특강’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신촌 모임공간 위지안에서 열렸다.

    ‘변화하는 저널리즘 환경과 편집기자의 가치 재정립’을 주제로 진행한 이날 특강에는 회원 17명이 참석했다.

     

     

    “레거시 미디어, 저널리스트 역할 축소”
    국내외 언론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신문이 도전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속출하고, 포털·SNS·유튜브 등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뉴스를 소비만 해왔던 독자가 이제 생산까지 하는 뉴스 생산소비자(Prosumer)도 등장했다. 저널리즘은 기술적 도전뿐 아니라 본질적 도전도 받고 있다. 너도나도 뉴스를 만들어내면서 뉴스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fake news)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 언론의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과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의 역할·영향력 또한 추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굉장한 권한이었다. 고급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 등 정보원과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지면서 정보중계자였던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엔 정보의 수용자였던 독자들이 의제를 설정하는 ‘역의제 설정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뉴스 아이템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활성화로 게이트키핑 과정이 축소되고 전통 미디어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또 개인이나 시민단체·기업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하며 각각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과거 기자를 통해 전달하던 정보를  직접 SNS에 올린다. 대통령이 고급정보를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자연스럽게 기자와 미디어의 권한·역할의 약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엔 신문·TV·라디오 등이 ‘트래디셔널 미디어’를 넘어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는 웹 기반의 새 미디어 플랫폼에 견줘 전통적 미디어를 지칭하는 말로,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에 출시돼 오래된 대중매체를 지칭한다.


    “자연스럽게 언론 권력이 된 포털”
    국내에선 뉴스 유통 분야에서 포털사이트의 역할이 커지며, 언론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기사가 걸리게 하려고 무리한 기사를 쓰거나 과장된 제목들을 뽑곤 한다. 네이버가 낚시성 기사와 제목을 만들게 하는 구조다. 이건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속보 경쟁으로 인해 게이트키핑 과정이 생략되기도 한다. 최근 가짜뉴스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가짜뉴스와 오보는 차이가 있다. 오보는 의도성이 없지만, 가짜뉴스는 의도성이 있다는 것이 둘의 다른 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며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팩트체크 등 상호검증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은 과거 언론이 갖고 있던 권력을 이양받았다. 처음 포털의 서비스를 위해 뉴스 공급을 받았던 것이 모바일시대로 넘어가며, 뉴스의 포털 집중화 현상이 심화했다. 포털에서 의제설정과 게이트키핑을 하기도 한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인데 포털이란 플랫폼에 종속돼있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들은 콘텐츠를 차별화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하는데 저널리즘은 아직 3차 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에 가로막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도 포털의 연결고리를 끊고 자생적 플랫폼을 고민할 시점이다.


    “기자 양반 공부 좀 해” 댓글 뉴스 시대
    저널리즘의 영향력이 축소된 대신 댓글의 영향력은 늘고 있다. 댓글이 기사와 관련한 추가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댓글 수에 따라 그 뉴스나 이슈가 중요하게 평가받기도 한다. 독자들이 “기자양반 공부 더 하고 써야지”라는 댓글 한마디에 기자의 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 받기도 한다. 독자들이 기사와 댓글을 종합적 판단해 재해석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댓글과 마찬가지로 블로그와 유튜브도 상호작용적인 참여 미디어다. 수용자들이 의제설정과 게이트키핑을 하는 등 뉴스 소비자의 권한이 커졌다. 기존 저널리즘과는 상호보완적 성격과 경쟁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으며 행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아마추어리즘인데, 기존 언론에서 이뤄지는 교육 트레이닝이 결여돼 명예 훼손, 저작권 침해,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VR·AR·데이터 저널리즘에서 돌파구 찾자
    해외에선 저널리스트와 뉴스 소비자가 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도 등장했다. 바로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이다. 시민들은 주변의 뉴스 가치를 선별해 매체에 전달하고 기사 자료를 제공하거나 기사 분석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 예로 영국 가디언의 의회 회계 분석을 들 수 있다. 영국 의회의 방만한 예산 사용이 문제가 되자, 의회가 제공한 영수증 45만장을 시민 3만명이 기자와 함께 분석해 이를 기사화한 것이다. 이는 국민참여 저널리즘의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 스토리텔링’도 새 저널리즘의 형태다. NYT는 2012년 ‘Snow Fall’ 기사를 통해 디지털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시 스키를 타던 사람들이 눈사태로 사망하자, 그 지형의 비주얼과 기상 관련 정보를 분석해 인포그래픽과 멀티미디어적 요소로 엮어낸 것이다. 독자들에겐 적절한 기사와 링크로 탐색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중앙일보 ‘검사의 초상’ 등 일부 언론사의 시도가 있었지만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예산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 비해 포털에서 소구력 있는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모르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도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그만큼 늘고 있다. 최근 ‘데이터 저널리즘’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교통위반과태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현상을 분석해내기도 했다. 데이터저널리즘은 AI·로봇 저널리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가상현실(VR) 저널리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60도를 촬영하는 카메라가 등장하며 현존감과 몰입감·상호작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NYT는 ‘시리아 난민들의 삶’ ‘팔루자 탈환작전’ ‘명왕성 영상’ 등을 VR콘텐츠로 구현해 낸 바 있다. VR저널리즘의 특징은 독자 본인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나중엔 기자가 가지 못하는 산불·종군현장에 드론을 보내는 등의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이런 새 저널리즘의 시대에서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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